메뉴 건너뛰기

휴일에 투신 시민 목격…1분 만에 구조
2019년, 구조업무에 관심 생겨 자원
구조자가 찾아와 감사 인사 할 때도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문민선(42) 경위. 오른쪽은 기사와 상관 없는 참고 사진. 문 경위 제공, 뉴시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문민선(42) 경위는 지난 11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마포구 월드컵대교 인근의 수상 레저업체를 찾았다. 휴일을 맞아 평소 취미인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유독 날씨가 흐렸다. 아쉬워하며 몸을 풀던 찰나 익숙한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첨벙.’ 동시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문 경위는 곧장 업체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트를 타고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노련한 경찰관의 직감이었다. 그리고 1분 뒤, 한강에 빠진 스무살 청년을 발견했다.

문 경위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신자를 구조할 때 ‘골든타임’이 무척 중요하다”며 물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문 경위에 따르면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발버둥 치며 최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4~5분 정도다. 수상구조 상황에서는 이를 골든타임으로 본다. 5분을 넘기면 수중으로 가라앉거나 의식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리에서 뛰어내린 경우 충격으로 기절하는 사례도 많아 신속히 구조해야 한다.

문 경위는 “다행히 제가 있던 곳과 투신 지점이 매우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문 경위가 방문한 수상 레저업체가 마침 월드컵대교 인근에 위치한 곳이라 상황을 인지하고 약 1분 만에 투신자 A씨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 경위가 도착했을 때 A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문 경위 덕분에 구조돼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6년차 경찰관인 문 경위는 서울 강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20년 한강경찰대로 적을 옮겼다. 2019년 우연히 접한 수상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당시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인근에서 열린 철인3종 수영경기에서 참가자 100여명이 거친 물살에 휩쓸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마침 인근에 있던 문 경위가 시민들과 구조 작업을 도왔다. 이날 역시 휴무였다.

문 경위는 이 계기로 구조작업에 관심을 갖고 이듬해 한강경찰대에 자원했다고 한다. 이후 수상구조 관련 자격증은 물론 배 운전면허 등을 취득하며 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췄다. 오랜 기간 경찰관으로 생활했지만, 그는 한강경찰대에 온 이후 ‘특별한 순간’을 자주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보람찼다.

문 경위는 “투신 관련 신고만 1년에 3000건 이상 접수된다. 구조할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며 “구조에 실패할 땐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멀리 계셔서 골든타임 내에 구조하지 못했을 땐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갔다면 뭐라도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을 때도 많아졌다. 공허했던 순간도 있지만, 자신이 생명을 구했던 구조자가 감사 인사를 하러 찾아왔을 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한강경찰대에 자원한 뒤) 한 2번 정도 있었어요. 두 분 다 50대 정도 되는 남성분들이었는데, 투신하셨던 이유를 여쭈지는 않았죠. 근데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별말씀은 없으셨어요. 계속 ‘고맙다’고….”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6763 "자원·인프라 협력 확대"‥'김건희 여사' 논란 지속 랭크뉴스 2024.06.15
16762 'I턴, U턴, J턴'…저마다 이유로 도시 떠나는 일본 사람들 [같은 일본, 다른 일본] 랭크뉴스 2024.06.15
16761 "이거 드세요" 순찰차 옆에 감사 편지·과자 놓고 간 초등생 랭크뉴스 2024.06.15
16760 [지방소멸 경고등] 사람 떠나고 빈집만 덩그러니…이웃을 잃었다 랭크뉴스 2024.06.15
16759 한동훈 말고 '뉴페이스' 없나...'어대한' 굳어지자 커지는 견제론 랭크뉴스 2024.06.15
16758 학생인권이 교실을 무너뜨릴까?[뉴스레터 점선면] 랭크뉴스 2024.06.15
16757 전차군단 위용 되찾은 독일, 개막전서 스코틀랜드 5-1 완파[유로2024] 랭크뉴스 2024.06.15
16756 尹 "韓-우즈벡, 협력 잠재력 더 키우고 미래로 갈 것" 랭크뉴스 2024.06.15
16755 "폐암 정기검진 하면 조기진단율 2배 높아지고 사망률은 감소" 랭크뉴스 2024.06.15
16754 '휴진 들불' 진화 나선 정부·국회…극적 타협 가능성은? 랭크뉴스 2024.06.15
16753 "구조신호도 못 보내고 죽어"…제주 '바다 블랙홀' 낚시 주의보 랭크뉴스 2024.06.15
16752 늙으면 왜, 한여름에도 춥다고 할까? 랭크뉴스 2024.06.15
16751 김건희 여사, 우즈벡 영부인과 전통 의상 입고 문화공연도 관람 랭크뉴스 2024.06.15
16750 "구걸로 월 375만 원 벌어…거지한테 돈 주지 마세요" 부탁한 '이 나라' 랭크뉴스 2024.06.15
16749 "이재명 대통령 만든다"…의원 40명, 野 최대계파 '혁신회의' 랭크뉴스 2024.06.15
16748 뉴욕증시, 'AI 파도타기' 이번은 어도비…나스닥 역대 최고 마감 랭크뉴스 2024.06.15
16747 큰일 보며 스마트폰? 뒤가 큰일 납니다 랭크뉴스 2024.06.15
16746 日 악성 민원인 급증에…소프트뱅크, 전화기서 '감정 제거' 기술 개발 랭크뉴스 2024.06.15
16745 전국 구름 많고 비…돌풍·천둥·번개 동반 가능성 랭크뉴스 2024.06.15
16744 '극우연대' 제명 위기 佛 공화당 대표 자리 유지…법원서 제동 랭크뉴스 202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