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에서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재희(송파구 갑), 송기호(송파구 을),이 대표, 남인순(송파구 병).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공언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특별조치법을 벼르는 것인데, 입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행정부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통하지 않고 국회 입법만으로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가 생기게 하는 법을 ‘처분적 법률’이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보편적인 원칙을 규정하는 일반 법률과 달리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전두환 은닉재산 추징법’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법’ 등이 그렇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특별조치법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한다고 명시한다. 이를 위해 13조 원가량의 예산 편성과 지급 시기, 방식까지 규정한다. 헌법 제54조가 부여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 제57조가 억제하고 있는 정부 동의 없는 국회의 예산 증액권을 침범하는 처분적 법률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민주당 내에서조차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재명 대표)고 했다가 “특별조치법은 처분적 법률이 아니다”(진성준 정책위의장)고 오락가락한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총선에서 이긴 정당은 행정부의 권한을 거침없이 침범하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이 위헌 논란을 무릅써도 좋을 만큼 절체절명의 과제라 보기도 어렵다. 국가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소비진작 효과는 별로 없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만 자극할 소지가 크다. 4대 여론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찬성 응답이 46%, 반대 응답이 48%로 나오는 등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팽팽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돈을 주겠다는 데도 반대가 절반이 넘는다는 건 실제로는 이 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누굴 위한 ‘25만 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정책 선명성을 높여 이재명 대표의, 또 민주당의 정치력을 높이겠다는 것인가. 정말 민생과 경제를 걱정한다면 이보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추진하는 게 수권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8506 '생화학 물질 5000톤' 있다는데... 북한 '오물 풍선' 위험한 이유는 랭크뉴스 2024.06.09
18505 20년 전에도 '밀양 신상털기'…가해자 보호받고, 피해자는 더 궁지로 랭크뉴스 2024.06.09
18504 이것은 무인기가 아니다, 하늘에 띄우는 발전소다 랭크뉴스 2024.06.09
18503 [비즈톡톡] 패션회사는 지금 유튜브 삼매경… 직원 소개 제품이 완판 랭크뉴스 2024.06.09
18502 태어난 김에 인도 투자?···인도는 중국의 대체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경제뭔데] 랭크뉴스 2024.06.09
18501 대통령 임기 단축 중임제 개헌, 지금이 적기 랭크뉴스 2024.06.09
18500 전신마비 행세·의사도 모르게…위험 수위 오른 보험사기[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랭크뉴스 2024.06.09
18499 강서구 연립·다세대 깡통전세 위험 증가… “공급 부족에 전세가율 80% 넘겨” 랭크뉴스 2024.06.09
18498 “굿바이, 임무 종료합니다!”…‘하늘의 도깨비’ 55년 한국 영공 지켜온 ‘F-4’ 전역[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4.06.09
18497 퇴치전쟁 10년, 결국 졌다…괴물쥐 영토확장, 다음 타깃은 포항 랭크뉴스 2024.06.09
18496 ‘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산업이지] 랭크뉴스 2024.06.09
18495 의협, 오늘 '집단휴진' 선포한다…정부는 대응방침 기자회견 발표 랭크뉴스 2024.06.09
18494 이스라엘 245일 억류 인질 구출 ‘여름 씨앗들’ 작전 공개 랭크뉴스 2024.06.09
18493 ‘유류세 인하 종료’ 고심하는 기재부… “연장 종료 시 3兆 세수 확보 가능” 랭크뉴스 2024.06.09
18492 브라질 대표 상징물 리우 예수상이 파란 한복을 입었다 랭크뉴스 2024.06.09
18491 의협, 오늘 투쟁 선포‥"20일 집단 휴진 검토" 랭크뉴스 2024.06.09
18490 “75억어치 ‘앨범기부’라니”…김호중 팬덤발 기막힌 논란 랭크뉴스 2024.06.09
18489 의협, 오늘 전국의사대표자대회…집단 휴진 돌입 여부 발표 랭크뉴스 2024.06.09
18488 “언제까지 숨길래? 정부, 포항 석유 정보 공개하라” 랭크뉴스 2024.06.09
18487 북한, 엿새 만에 또 대남풍선 살포…곳곳에서 신고 잇따라 랭크뉴스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