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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충분히 해왔던 기조대로 계속해서 가면 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최근 던진 이 질문이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이 질문을 전 사회가, 우리가 한번 퀘스처닝 해봐야 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반도체 업황, 미‧중 갈등, 반기업 정서, 저출산‧저성장 등에 대해 두루 언급하며 “여태까지 하던 방법론은 효과가 별로 없었고 새로운 방법론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재계에선 “지금 꼭 짚어봐야 할 얘기들”이라며 공감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연합뉴스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최 회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 판도가 기술력에서 자본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전까지 비슷한 제품을 빨리, 잘 만들면 됐지만, 이제는 (반도체가 필요한) 온갖 제품이 달라지고 용도가 달라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이게 테크놀로지로 해결이 안 되고 자본적 지출(CapEx)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 발언의 배경에는 전 세계가 반도체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보조금 전쟁’이 있다.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만든 미국만 해도 삼성전자·TSMC 등의 공장을 미국 내에 유치하며 527억 달러(약 72조3307억원)의 보조금을 풀고 있다. 지금의 지원은 10년 뒤 반도체 판도를 바꿀 전망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2022년부터 10년간 203% 증가하며, 2032년엔 전 세계 10나노 이하 첨단공정 반도체의 28%가 미국서 생산된다. 일본 역시 TSMC의 생산기지 두 곳을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면서 총 공사비의 절반(약 10조6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자본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기업이 자기 자본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보니 각국의 보조금에 기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정부가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에 선을 긋고 있어 세제 혜택‧대출 지원 등을 담은 ‘K-칩스법’ 정도가 있다. 이마저도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연장안 개정이 필요하지만, 국회 계류 상태다. 업계에선 “세계 각국이 앞다퉈 보조금‧세제 혜택 등 풀 패키지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 뒤지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경쟁하는 무대가 세계 시장인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나 정책 방향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균형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만큼) 중국도 우리한테 중요한 고객이고 판매처고 협력처”라며 “‘고객이 좋다, 싫다’ 이런 걸 나타내는 건 장사하는 사람의 기본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지속하며 국내 기업들은 최대 고객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작지 않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미국 인텔에서 90억 달러(약 12조3525억원)에 중국 다롄 공장을 현재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은 “경제는 상당한 차가운 이성과 계산으로 합리적인 관계를 잘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는 우선 시장을 지켜야 하고 그 다음에 협력을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혼자 살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이나 모델을 갖고 있지 않으니 호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기업 정서나 국회의 규제 입법에 대한 입장도 솔직하게 밝혔다. 최 회장은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분들은 경제적 임팩트(영향)을 생각 안하는 것 같다”며 “어떤 비효율과 트레이드오프(상충)가 생기는지 찾아내고 좀더 포용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대한상의
한국은 2027년까지 경제성장률이 평균 2%대에 그치는 저성장 구조에 접어든 데다, 인공지능(AI)·로봇 등 혁신 기술로 인한 변화에도 직면해 있다. 산업 구조의 혁신, 노동개혁 등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위주의 고도성장이 어려워진 저성장 시대에는 생산성 격차 해소를 위한 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규제 개혁이 생산성 향상, 저성장 해소로 이어지면 실질 임금이 늘고 출산·육아 부담이 감소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경제 문제는 서로 물리고 물리는 형태라 저출산이 기업 규제 개혁하고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경제 돌아가는 전체 구조를 사회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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