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작년 역대 최대 9번 할당관세 이어
수입과일 29종에+배추,김, 당근까지
"효과 불분명... 단기책으로만 써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야채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와의 전쟁'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재정을 풀어 물가를 잡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는 효과가 크지 않고, 세수 감소 속에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장바구니 물가는 몇백억 원 정도만 투입해 할인 지원하고, 수입품 할당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쿠폰 등 재정을 직접 투입해 가격을 낮추고, 할당관세를 확대해 물가를 잡겠다는 얘기다. 할당관세는 수입하는 물품에 붙는 세금(통상 20~30% 수준)을 0%로 면제해준다는 뜻이다.

기자회견 바로 다음 날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 방침을 밝혔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배추·포도· 코코아(수입전량), 양배추(6,000톤), 당근(4만 톤), 마른 김(700톤), 조미김(125톤) 7종에 대해 할당관세를 새로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초 올해 정부의 할당관세 계획은 총 77개 품목, 9,670억 원 수준이었다. 이 중 농산물 품목은 옥수수, 대두 등 12개뿐이었다. 하지만 과일과 농산물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정부는 긴급할당관세 품목을 대폭 늘렸다. 1월에는 바나나 등 6가지 과일에, 3월에는 오렌지와 파인애플 등 총 29개 수입과일로 확대했다. 이미 계획보다 2배 많은 품목을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물가 관리 총력" 언급 직후 7개 품목을 더한 것이다.

문제는 할당관세의 효과다. ①할당관세는 해당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에 관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어서,
소비자가격 인하까지 시간이 걸린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2022년 할당관세 품목별 물가안정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종재 1% 인하 시→소비자가격 인하효과'는 소고기의 경우 5개월, 닭고기의 경우 7개월 정도 걸렸다. 최종재에 영향을 끼치는 비율(전가율)도 소고기는 마이너스(-)0.12%, 닭고기는 -0.29% 등으로 크지 않았다.
수입업체가 받은 할당관세 혜택만큼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
이라는 얘기다.

세수 감소도 부담
이다. 정부는 작년에도 역대 최대인 9번 긴급 할당관세를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정부의 관세 수입은 7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 원(-29.4%)이 덜 걷혔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관세가 덜 걷힌 건 할당관세 탓만은 아니다"라며 "할당관세를 통해 새로 수입하게 돼 되레 세수가 늘어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해명했다.

지속하기 어려운 단기 대책
이라는 점도 문제다. 할당관세 지원이 끝나면, 가격은 다시 뛸 수밖에 없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는 "할당관세는 국내에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 한정해 단기적으로 쓰는 용도"라며 "지금처럼 여러 농산물과 과일에 무분별하게 쓰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234 女화장실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받던 고교생, 수사 중 또 범행(종합) 랭크뉴스 2024.05.22
20233 "정준영은 이민 준비, 승리는 해외 사업"... BBC다큐 '버닝썬' 후폭풍 랭크뉴스 2024.05.22
20232 ‘반대 당론’ 추진 여당, ‘탄핵 거론’ 야당…채 상병 특검 수싸움 랭크뉴스 2024.05.22
20231 '아내랑 꽃 구분 안돼' 사랑꾼 남편, 악플러에 "다 모아서 고소" 랭크뉴스 2024.05.22
20230 [단독] 공수처 "VIP 격노설 대질 신문" 김계환 "조사실 나가겠다" 랭크뉴스 2024.05.22
20229 김호중, 무명시절 매니저에 빌린 돈 안 갚아 패소…얼마나 자주 빌렸나? 랭크뉴스 2024.05.22
20228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2만 6천호+α…“6년후 입주 목표” 랭크뉴스 2024.05.22
20227 김혜경 경기도 법인카드 사용... 배모씨 "보고 없이 내가 판단해 결제" 랭크뉴스 2024.05.22
20226 “김계환 사령관이 ‘VIP 격노설’ 언급”… 공수처, 추가진술 확보 랭크뉴스 2024.05.22
20225 논란 일자 하루 만에 "오해"‥말 바꾸기로 또 혼선 랭크뉴스 2024.05.22
20224 다보스포럼 창립자, 회장직 연내 사임…이사회 중심 개편 랭크뉴스 2024.05.22
20223 숨지 않겠다더니‥참모 앞세워 '민심 거부권' 랭크뉴스 2024.05.22
20222 “채 상병 수사 외압 ‘진정’ 안건, 군인권보호관이 기각 밀어붙여” 랭크뉴스 2024.05.22
20221 "라인야후 압박법?" 참의원 통과‥日, 법적 근거 마련 '일사천리' 랭크뉴스 2024.05.22
20220 "정준영 이민 준비, 승리는…" 버닝썬 멤버 출소 후 근황 깜짝 랭크뉴스 2024.05.22
20219 '짬밥'이라기엔 너무 잘 나왔다…부대 급식 자랑한 軍 간부 랭크뉴스 2024.05.22
20218 ‘천비디아’ 가를 엔비디아 1분기 실적, 23일 새벽 발표 랭크뉴스 2024.05.22
20217 김호중 구속여부 24일 결정… 날짜 겹친 콘서트, 강행 어려워져 랭크뉴스 2024.05.22
20216 "주식보다 낫다"는 '이 적금'…10개월 만에 123만명 가입했다 랭크뉴스 2024.05.22
20215 딥페이크 영상에 전 세계 '발칵'‥AI 규제냐 개발이냐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