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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거리의 한 사무실에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의 하락은 지방정부의 ‘재정 체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각종 정책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방정부가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는 자금을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정자립도가 올해 들어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경기도 전체(도청+시·군) 재정자립도는 55.1%로 지난해(60.5%)보다 5.4%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4년(48.7%) 재정자립도 산출 항목 개편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도내 전체 재정자립도는 2018년 61.9%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5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시군구 1위(61.1%)를 차지했던 화성시는 올해 10.9%포인트나 하락한 50.2%로 도내 2위로 떨어졌다. 특히 수원시(-6.2%포인트), 이천시(-9.3%포인트) 등 반도체 기업과 새도시를 보유한 지역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경기도는 이를 바탕으로 재정자립도 하락이 반도체 기업 영업실적 부진, 부동산 공시가격 하락 등으로 인한 법인 지방소득세, 재산세 등 지방세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시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45.13%다. 이는 2015년(50.9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창수 부산시 예산총괄팀장은 “재정자립도는 취득세와 등록세에 의존을 많이 하는데, 2020년 이후로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부동산 값도 하락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지역경제 경기침체도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4년 동안 이런 상황이 맞물려서 취득·등록세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의 재정자립도도 지난해(42.32%)보다 0.66%포인트 떨어진 41.66%로 나타났으며, 인천시는 올해 49.6%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2021년 44.6%, 2022년 47.9%, 2023년 47.4%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대구시의 재정자립도는 올해는 3.1%포인트 떨어진 44.3%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완만하게 상승하던 광주시의 재정자립도 역시 올해 들어서는 40.72%로 하락 반전했다. 김옥흔 대구시 예산담당관은 “대구 쪽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크게 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세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자립도를 보이는 서울시도 지난해 75.37%였던 재정자립도가 1.42%포인트 떨어진 73.95%로 나타났는데, 80.66%였던 2016년 이후 8년째 하락 추세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채 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방소멸 위기감까지 커지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저출생·고령화 대책 같은 맞춤형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인구 감소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남은 24.4%로 전국 평균인 43%의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고, 완도(7.24%), 구례(7.83%), 신안(7.87%), 장흥(8.04%), 강진(7.83%), 함평(7.16%), 진도(9.3%), 보성(7.61%), 곡성(9.26%) 등 대부분의 전남도 내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10%도 채 되지 못한다. 강원도 전체(도청+시·군)의 재정자립도 역시 25.2%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도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경기도의 경우에도 동두천, 연천 등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 10%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경기도청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은 재정자립도 상승이지만,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법 자체가 중앙정부에 치중돼 있어 재정자립도를 지자체에서 상승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중앙정부에서 주는 교부세나 교부금에 의존해야 하는 지자체 재정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각종 정책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지방소멸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필헌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연구실장도 “지방세는 취득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당연히 재정자립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정부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국세를 지방세로 추가로 이양한다거나 지방세 확충을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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