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상가 벽면에 동양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붙어 있다. 김재환 기자

서울 주민 송진원(51)씨는 최근 용산구에 있는 용산전자랜드를 찾았다. 그는 평소 흰색이었던 상가 벽면이 거뭇거뭇한 것을 보고 의아했다. 가까이 다가간 송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상가 벽면에 ‘팅커벨’ 모양과 비슷한 벌레 동양하루살이가 가득 붙어 있었던 것이다.

동양하루살이가 이달 들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로 한강 주변에서 목격되던 동양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강과 거리가 있는 지역까지 출몰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더운 날씨로 대기 움직임이 활발해져 동양하루살이가 더 멀리 이동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상기후 현상이 지속하면 서울 한복판에서도 곤충과 벌레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용산전자랜드 방문객이나 상인들이 올해 들어 동양하루살이를 처음 목격한 것은 지난 4일쯤이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른 시점이었다. 이후 한동안 비가 오면서 자취를 감춘 동양하루살이는 지난 9일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일대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12일 “한강 변에서만 출몰하던 동양하루살이가 점점 활동 반경을 넓혀 마포나 용산 쪽으로도 진출하고 있다”고 했다. 동양하루살이는 강이나 하천 주변에서 서식하는 수서곤충이다. 그런데 이번에 동양하루살이가 발견된 용산 일대는 한강에서 1㎞ 가까이 떨어져 있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 상가 벽면에 동양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붙어 있다. 김재환 기자


정철의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한강에서 1㎞쯤 떨어져 있고 중간 서식처가 없는데 용산 도심 일대에서 동양하루살이가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지금까지 대부분 한강과 인접한 강동구·광진구·성동구·송파구 일대에서 주로 목격됐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한강에서 1㎞ 거리를 날아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최근 바람이 많이 불어 휩쓸리다가 불빛이 환한 전자랜드까지 몰려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상기후가 동양하루살이의 출몰 반경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4.9도로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됐다. 지표면이 가열되면 공기 흐름이 대기 상층으로 치솟는 현상이 잦아진다. 이런 상승기류가 동양하루살이의 이동 범위를 넓히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1호선 용산역 출입구 인근 천장에 동양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붙어 있다. 김재환 기자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온이 올라 상승기류가 생기면 곤충이 더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상승기류를 타고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라며 “비가 많이 오면 습기를 따라 내륙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입이 퇴화해 음식물을 먹거나 사람을 물지는 못한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다만 건물이나 사람에게 달라붙어 불쾌감을 주고, 식당과 상점 등의 유리창에 붙어 영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환경 당국도 동양하루살이 등 곤충의 출몰 반경을 예의주시하며 방역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에서 동양하루살이가 대거 발생하는 원인과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695 얼차려 함께 받은 동료 훈련병‥핵심 참고인 조사 랭크뉴스 2024.05.29
21694 경찰서 압수된 현금 3400만원 빼돌렸다…간 큰 경찰관 결국 랭크뉴스 2024.05.29
21693 [르포] "이젠 변했으면 좋겠다"…남아공 총선 뜨거운 열기 랭크뉴스 2024.05.29
21692 김여정, 대남 오물 풍선에 “계속 주워 담으라...인민 표현의 자유" 랭크뉴스 2024.05.29
21691 아랍국과 첫 CEPA…K게임·병원 직진출 랭크뉴스 2024.05.29
21690 왜 이 시기에 ‘오물 풍선’ 살포…위성 발사 실패 눈가림? 랭크뉴스 2024.05.29
21689 ‘3차례 통화’ 중 부당한 지시 있었나…윤 대통령 조사 불가피 랭크뉴스 2024.05.29
21688 이준석 “‘대통령 멍청하다’, 그렇게 못 할 평가냐” 랭크뉴스 2024.05.29
21687 "엄마 아프대, 빨리 타" 초등학교 앞에 세운 수상한 차 정체 랭크뉴스 2024.05.29
21686 '지휘자 성차별의 벽' 허물러...여성 객원·부지휘자들이 온다 랭크뉴스 2024.05.29
21685 '형제' MB와 포옹하며 "오 마이 갓"… UAE 대통령은 왜 논현동으로 찾아갔나 랭크뉴스 2024.05.29
21684 [단독] 방사청, ‘중국산’ 의혹 알고도 검증 소홀…전력 공백 우려 랭크뉴스 2024.05.29
21683 태국 왕궁에 딸 소변 누게 한 부모…아빠 가방 보니 중국인? 랭크뉴스 2024.05.29
21682 尹-이종섭 통화에선 무슨 말 오갔나…“이상한 일 아니다” 랭크뉴스 2024.05.29
21681 허울뿐인 얼차려 규정…간부교육 사실상 '0' 랭크뉴스 2024.05.29
21680 與백서특위 만난 장동혁 "한동훈 원톱 체제 불가피했다"(종합) 랭크뉴스 2024.05.29
21679 김여정, 대남 오물풍선도 “표현의 자유”···‘대북전단 논리’ 되치기 랭크뉴스 2024.05.29
21678 김동연 "경기북부 분도 필요"…"반대 많으면 포기할 거냐" 묻자 랭크뉴스 2024.05.29
21677 “AI로 로또 당첨번호 찍어줘요” 소비자 피해 급증 랭크뉴스 2024.05.29
21676 “대학 때부터 OO로 유명”… ‘얼차려’ 중대장 신상털이 우려 랭크뉴스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