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6선·경기 시흥을)이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재명 지도부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4·10 총선에서 공천 실무를 담당했다. 그간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마음)’을 자처했지만,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추미애 당선인(6선·경기 하남갑)을 지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의장 경선은 추미애·우원식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오른쪽)·조정식 국회의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모처에서 추 당선인과 회동을 마친 뒤 “총선 민심을 실천하는 개혁 국회를 위해 마중물이 되고자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22대 국회가 총선 민심을 구현하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개혁국회가 돼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며 “추미애 당선인이 저와 함께 최다선이지만,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회동에선 ‘정권 탈환’에 대한 당부가 오갔다고 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과 특검(특별검사)법, 특별법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의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당선인은 “민주당 선거를 진두지휘한 조 의원이 이번에 내건 공약을 저를 통해 반드시 관철해달라고 당부했다”며 “개혁국회를 만들고 다음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능함과 정치 효용을 보이는 민생국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양측의 단일화 합의는 같은 날 정성호(5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낸 지 약 2시간 만에 나왔다.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이 대표가 당무를 상의해 온 측근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명심 경쟁’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고,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과 당원 게시판에는 추 당선인 외 후보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明心' 추미애 vs ‘을지로委 원조’ 우원식 2파전
경선에 출마한 우원식(5선·서울 노원을) 의원은 ‘완주’ 의사를 밝혔다. 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싸우는 와중에도 국회가 성과를 만드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국회의장 선거에 결선이 도입된 것은 다양한 후보들이 비전과 능력으로 경쟁할 기회가 됐다. 그런데도 자리 나누듯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은 인물이다.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이른바 ‘남양유업 갑질 사태를 계기로 생긴 당내 민생 기구다.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의 줄임말이다. 초반에는 대기업과 가맹사업자·대리점주의 갈등 및 노사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으나, 점차 민주당 경제 관련 입법을 주도하는 단체로 확대됐다.

그간 경선에 출마하려던 후보들 모두 ‘명심’을 언급했었다. 총선에서 비명(非이재명)계 대부분이 탈락하고, 강성 친명계가 대거 입성해서다. 다만 후보군 중 우 의원은 상대적으로 친명 색채가 옅은 인물로 꼽힌다. 계파적 선명성보다는 ‘민생 입법’에 방점을 둔 의정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치밀한 여야 협상 전반을 이해하고 민심의 경로를 따라가도록 판을 짜야 한다”며 “원내대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제가 적임자”라고 했다.

조선비즈

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