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본인이 직접 받지 않고 경비원이 고지서를 수령한 경우 납세 고지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

A씨는 2013년 12월 서울 마포구에 점포 하나를 열었다가 반 년이 채 안 돼 폐업했다. 하지만 세금은 빨리 정리하지 못했다. 2014년 1월분 세금 고지서는 사업장으로 갔다. 해당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받았다. 이후 2·3·4월분은 공시송달됐다. 사업장은 문을 닫았으니 A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보내봤으나 전달되지 않아서다.

세금은 계속 밀렸고 마포세무서는 결국 A씨의 아파트를 압류했다.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받았기 때문에 과세 처분은 무효”란 소송을 낸 건 그로부터 9년 후다. 그 사이 A씨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고 A씨의 아들이 법원을 찾았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무서의 과세처분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세기본법상 납세고지서는 명의인한테 전달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나 명의인을 만나지 못한 경우엔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두고 갈 수도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 받은 납세고지서도 납세의무자에게 송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재판부는 “마포세무서가 A씨 사업장 소재 빌딩으로 고지서를 보냈고, 해당 건물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수령했으며 이후 반송되지 않았다”며 납세고지서의 송달에는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관례적으로 경비원이 건물 우편물을 수령해 왔고, 입주민들이 우편물 수령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A씨의 아들은 공시송달도 문제삼았으나 재판부는 역시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소지로 발송했다 반송된 후 담당공무원이 직접 방문했으나 구체적인 호수가 기재돼 있지 않아 주소를 확인할 수 없었고 이에 주소불분명을 이유로 공시송달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아들은 압류된 아버지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9년 동안 과세처분에 아무런 문제제기하지 않다가 2022년 4월 공매공고가 난 이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도 짚었다.

A씨의 아들이 다투는 세금 액수는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개별소비세·교육세에 가산금까지 붙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의 아들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사건은 지난달 4일부터 서울고등법원이 심리한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524 "문 닫지 말라" 간청에도 파업…휴진 의원, 환자한테 고소당했다 랭크뉴스 2024.06.21
19523 중고차 살 때 피해 80% ‘고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 달라’ 랭크뉴스 2024.06.21
19522 청주서 음주운전하던 20대, 자전거 들이받아… 1명 사망, 4명 부상 랭크뉴스 2024.06.21
19521 푸틴 "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제공하면 아주 큰 실수"… 미국은 "환영"[북러정상회담] 랭크뉴스 2024.06.21
19520 우리 집에 온 ‘외국인 가사관리사’…최저임금 줘야 하나요? 랭크뉴스 2024.06.21
19519 [속보]'고물가 기조'에 3분기 전기요금 동결…한전은 비상 랭크뉴스 2024.06.21
19518 "문 닫지 말아 달라 했는데…" 환자가 집단휴진 의사 고소했다 랭크뉴스 2024.06.21
19517 "팔짱끼고 사과?"... 대구 중구청 공무원 사과 태도 논란 랭크뉴스 2024.06.21
19516 "뽀뽀 그 이상의 것까지"…중학교 女교사, 동성 제자와 부적절 교제 '일파만파' 랭크뉴스 2024.06.21
19515 서스틴베스트가 뽑은 올해 상반기 ESG 베스트 기업은 랭크뉴스 2024.06.21
19514 대통령 뺀 주요 인물 총출동…‘채상병 청문회’ 쟁점 3가지 랭크뉴스 2024.06.21
19513 호우 피해 반복되는데…복구·정비 ‘하세월’ [현장K]③ 랭크뉴스 2024.06.21
19512 ‘尹 명예훼손 허위 인터뷰 의혹’ 김만배·신학림 구속 랭크뉴스 2024.06.21
19511 “어딜 도망가”…13세 소녀 성폭행범 응징한 주민들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6.21
19510 "죄는 나이 불문" 밀양 가해자 자필 사과문…200만원 후원도 랭크뉴스 2024.06.21
19509 하교 후 떡볶이 먹는 유관순 열사… AI 사진 ‘뭉클’ 랭크뉴스 2024.06.21
19508 오늘도 33도 안팎 폭염 계속…토요일 남부권 장맛비 시작 랭크뉴스 2024.06.21
19507 [속보] 유승민, 국민의힘 전대 불출마..."무의미한 도전" 랭크뉴스 2024.06.21
19506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조정단가 '+5원' 그대로 랭크뉴스 2024.06.21
19505 의사 구인난에 눈덩이 적자까지…지역 응급의료 ‘최후 보루’ 붕괴 랭크뉴스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