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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에 수출 증가하는 패턴 깨져
국내 제조 경쟁력 강화 위해 자국 신산업 육성에 박차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강의교수

일본 엔화의 약세 현상이 아베 전 정권이 등장한 2012년 이후 10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처음에 엔저를 희망했던 일본 정부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5월 초에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의 강세 유도에 나설 정도가 됐다. 엔저는 수출 대기업의 이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각종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견, 중소기업의 경영을 압박하고 서민의 생활고를 심화시키는 어려움이 있어서 일본 정부 및 집권 자민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도 저조한 상태이다.

최근 엔저 현상의 배경에는 미·일 간의 금리차 등 거시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 문제도 있다. 1970년대 이후 엔화는 엔저와 엔고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려왔는데, 그때마다 엔저기에 일본의 수출이 급증하고 엔고로 반전하는 패턴을 보였었다. 엔저와 엔고의 반복 과정에서 일본 기업은 비용 절감,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회복해 수출 확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엔저에도 불구하고 과거 패턴과 달리 일본 수출이 늘어나지 못하게 된 배경으로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 압력을 지적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 기업이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거나 세계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결과 일본 기업의 생산 기반 및 수출 역량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비율은 해외진출 기업 기준으로 2012년에 33.7%에서 2021년 40.7%로 상승했다. 물론 해외로의 생산거점 이전은 해외 현지 시장 개척 능력 강화, 일본 본국에서 해외거점으로의 기술·부품·소재·장비 등 수출 확대 효과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진 제품을 조정해서 일본 내에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을 생산하려는 유인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문제는 기업의 해외생산 거점 이전이 갖는 국내생산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가 기술 및 소부장 수출, 신제품 및 신사업 개척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클 경우 제조업 기반이 공동화하고 수출 능력도 약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일본 내에서의 투자가 해외투자와 동반 확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10년 이상의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이 자국 내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현재의 엔저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 기업 해외거점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으로 303조 엔이었으며 이는 같은 해 일본의 총수출액 85조 엔의 3.6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므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 자체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도 최근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및 암모니아·수소 발전 등의 소부장 분야를 포함해 디지털 혁신 및 그린 이노베이션 관련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수소, 차세대 태양광 등의 신산업 육성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형 여객기의 국산화를 위해 일본 기업 연합과 정부가 합계 5조 엔을 투자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엔저도 활용하면서 첨단기술을 개발해 자국 내 산업 기반을 확충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향후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동안 일본을 능가하는 수출증가세를 보여 온 한국 산업 역시 신기술 투자를 통해 수출과 해외생산의 선순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생산 확충에 따른 제조업의 선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존 분야의 공동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능가하도록 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해외거점과 국내거점 간 분업의 고도화를 통해 해외거점에 대한 소부장 제품 수출이나 기술료 및 서비스 수출의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국내 공장을 디지털기술, 그린기술로 고도화하면서 신제품, 신공법, 신기술의 개발에 주력해 생산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질 좋은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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