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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


올해 초 코인 상승장의 주역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가 미국에 이어 홍콩에서도 출시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입니다.

미국이 출시한 ETF 거래도 하지 말라며 당국이 경계하는 한국과 달리 굉장히 과감한 행보로 받아들여집니다. 관심의 초점은 홍콩 ETF가 성공할 수 있을지, 나아가 미국 ETF처럼 코인 시장 상승의 동력이 되어줄 수 있을지입니다.

홍콩 비트코인 ETF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들의 가장 강력한 논거는 중국입니다. 중국 본토의 투자 자금이 홍콩 비트코인 ETF를 받쳐줄 거라는 기대감입니다.

중국은 2017년 코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자금을 모으는 이른바 ‘초기 코인 공개(ICO)’를 금지시켰고, 2021년에는 거래와 채굴을 금지시켜 사실상 중국 땅에서는 코인 사업이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중국 내 코인 투자와 거래는 지하로 숨어든 것으로 평가됩니다.

홍콩 정부의 ‘크립토 허브’ 선언그런데 2023년 초 홍콩 정부는 ‘크립토 허브’, 곧 세계 암호화폐 경제의 중심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섭니다. 당시 폴 찬 재정사 사장(재무장관 격)은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가 잇따라 쓰러지면서 홍콩은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질적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곳이 됐다”며 “홍콩은 여전히 지역의 크립토 허브가 될 것이며 전 세계로부터 새로운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22년 말 몰락한 세계 2위 거래소 FTX의 사례를 들면서 그 공백을 홍콩이 메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입니다.

이후 홍콩이 내놓은 일련의 조치는 ‘미래 금융’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를 수단으로 삼아 싱가포르에 빼앗긴 아시아 금융 중심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홍콩 당국은 거래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개인투자 허용과 투자자 보호 강화를 통한 산업 육성 방안을 공표합니다. 거래소 사업자 신청을 받아 허가를 내주어 합법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홍콩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도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코인 사업을 사실상 전면 금지시키는데 홍콩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심지어 세계적 중심지로 올라선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홍콩의 ‘크립토 허브’ 선언 이후 중국 국유은행들이 홍콩의 암호화폐 기업들과 협업을 시작한 것이 눈에 띕니다. 결국 베이징 또한 홍콩의 ‘크립토 허브’를 허락하고 도와주는 셈입니다. 어쩌면 홍콩에 중국 코인 경제의 숨구멍 역할을 맡긴 거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23년 2월 니콜라스 찬 홍콩특별행정구 인민대표(국회의원 격)는 “중국의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선을 넘지 않는다면 홍콩은 일국양제 아래서 자유롭게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을 대표해서 중국의 전국 의회(전인대)에 참석하는 인물의 발언에서 홍콩의 암호화폐 산업 육성이 중국에도 이익일 수 있다는 시각이 엿보입니다.
홍콩 ETF 배후, 중국 국유기업들4월 30일부터 거래가 시작된 비트코인·이더리움 ETF도 이런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 6개의 ETF 상품이 출시되었는데 중국 본토의 자산운용사 3곳이 각각 홍콩에 세운 현지 법인을 통해 비트코인 ETF와 이더리움 ETF를 하나씩 내놓은 것들입니다. 중국 자산운용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화샤자산운용(华夏基金, China AMC)입니다. 화샤는 1998년 설립된 기업으로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4대 증권사에 속하는 국유기업 중신증권(中信, CITIC)이 지분 62.2%를, 캐나다 금융투자사인 파워코퍼레이션이 27.8%를 각각 갖고 있습니다. 화샤의 양밍후이 의장은 중신증권의 총경리(사장)와 당위원회 부서기를 겸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하베스트펀드(嘉實基金)입니다. 하베스트는 1999년 설립됐으며 역시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국유기업인 중국인민보험(PICC) 산하 중청신탁(中誠, CCT)이 지분 40%를, 독일 도이체방크 계열 자산운용사인 DWS그룹과 리신(立信)투자가 각각 30%씩을 갖고 있습니다. 하베스트의 자오쉐쥔 의장 겸 당위원회 서기는 베이징대 경제학 박사 출신입니다.

세 번째는 보세라펀드(博时基金)입니다. 1998년 설립됐으며 본부는 광둥성 선전에 있습니다. 국유은행인 초상(招商)은행 계열 초상증권(CMS)이 지분 49%를, 또 다른 국유기업인 창청자산운용(China Great Wall Asset Management)이 2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밖에 상하이, 톈진, 저장 등의 기업들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보세라의 장샹양 의장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공직자 출신입니다. 보세라는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인 해시키캐피털과 협업해 이번 ETF를 출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유기업 지분이 들어 있는 중국 본토의 금융 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추적하는 ETF를 출시한 셈입니다. 당장 중국 본토에서 직접 자금이 들어오기는 어렵더라도 안정성을 입증한다면 향후 중국 기관의 자금이 홍콩 증시를 통해 대거 비트코인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미국엔 없는 ‘실물 설정환매’ 방식 취했다이 밖에 홍콩 ETF는 실물 설정환매(In-Kind Creation/Redemption) 방식을 취하면서 유인책을 설치했습니다. 현금 환매 과정 없이 실물(비트코인)을 통해 ETF 투자·환수가 가능한 방식으로, 현금 환매(Cash Creation/Redemption)에 견줘 수수료가 적게 들고 세금 면에서도 효율적입니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주식·채권만으로 운용되는 전통적 ETF에서도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ETF에 대해서도 블랙록 등 미국 자산운용사는 당연히 실물 설정환매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반대로 포기했는데 홍콩 ETF는 과감하게 이를 채택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다만 홍콩 ETF의 시작은 ‘미약’합니다. 첫날 거래액은 9950만 홍콩달러, 약 176억4000만원 규모였습니다. 석 달 전 미국에서 출시된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에 거래 첫날 쏟아진 자금 46억 달러(약 6조3802억원)와는 360배 넘는 차이가 납니다. 미국의 ETF 전문가들은 홍콩 시장의 규모를 들어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면 아시아의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후 1년 동안 홍콩 ETF에 적게는 100억 달러, 많게는 250억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외현 비인크립토 한국·일본 리드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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