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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대전 동구의 한 개농장에서 '맹견이 탈출했다'는 허위 신고가 접수됐지만, 실제로는 유기견을 보호하는 일반 농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SBS 뉴스 유튜브 캡처


대전 동구에서 맹견 70마리가 탈출했다는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허위 신고에 따른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는 이에 대해 개 혐오증과 공포증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원인으로 진단했습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대전 동구는 ‘관내 개농장에서 맹견 70마리가 탈출했으니 접근하지 말고 대피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이보다 30분 전인 9시30분경에는 소방당국에 ‘주변 개농장에서 개 70마리가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10분 뒤인 9시40분경에는 ‘큰 개가 돌아다닌다, 사람을 물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신고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농장을 탈출한 개는 소형견 3마리였고, 그마저도 이미 농장 주인으로부터 포획이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개농장’이라는 표현조차도 사실과 달랐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탈출한 개들이 ‘번식용 중형견’이라고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동그람이 취재 결과, 이곳은 한 농민이 일반 농장을 운영하며 유기동물을 돌보는 시설이었습니다. 이곳 주인은 유기견 30마리를 보호 중이고, 진돗개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소형견이라고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기견을 보호하는 농장 주인과 이웃 주민 간 갈등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대전 동구가 발송한 재난문자와 실제 사실은 모두 달랐습니다. 결국 동구는 재난문자를 발송한지 25분만에 “개농장에서 탈출한 개들이 모두 회수되었음을 안내드린다”고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이후 동구 관계자는 언론 질의에 “마을 주민이나 주변 등산객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맹견’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며 “결과적으로 시민들께 혼란을 드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단순 해프닝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수레이너’(수의사+트레이너)로 불리며 동물행동 전문 수의사로 활동하는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안전을 위해서라면 진도 3 지진이 발생해도 10이라고 해도 되고, 가랑비가 내릴 것 같아도 태풍이 온다고 하면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잘못된 개 공포증과 혐오증이 그대로 나온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설 원장은 소셜 미디어 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묻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개물림 사고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언급했습니다.

동물행동 전문가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은 "이번 일은 가볍게 해프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개 공포와 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 사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채현 원장 인스타그램




소방청이 집계한 개물림 사고 통계를 보면 실제 개물림 사건은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극적인 언론 보도,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나운 개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며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개는 사람 주변에 있는 물건과 동물을 통틀어 가장 안전한 축에 속하는 존재입니다.
물론, 개물림 사고 줄여야 하고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상을 냉정하게 보지 않고 공포심이나 혐오감을 부추기는 행동은 과학적인 대안 마련을 오히려 방해합니다.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설 원장은 재난문자에 포함된 ‘맹견’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개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사회에 만연한 까닭에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도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위험한 일이 일어났다’고 지레짐작하고 과대포장한 것”이라며 “맹견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실제로 중형견 이상의 개만 데리고 나가도 ‘입마개를 하라’는 시비에 노출되는 보호자들이 얼마나 많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일부 매체가 화제성에 집착해 개의 일부 행동을 반복적으로 방영하고, 개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람에게 변명할 수 없는 만큼, 미디어의 표현으로 더욱 나쁜 존재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단순 해프닝으로만 넘길 순 없다는 설 원장의 주장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email protected]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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