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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배달의민족·29cm 사례를 통해 본 브랜드 보이스·라이팅의 중요성
[브랜드 인사이트]


당근 유튜브 광고 캡처. 사진=당근 유튜브


우리 기업, 우리 브랜드의 ‘추구미(추구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B2C 기업은 물론 B2B 기업까지 브랜딩의 일환으로 페르소나(지향하는 인간상)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 자체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브랜드의 ‘추구미’를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었다고 브랜드가 홀로 살아 움직이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만들어진 직후의 브랜드 페르소나는 가만히 서 있는 마네킹이다. 그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브랜드의 ‘보이스(Voice)’다.

목소리에도 MBTI가 있다. 어떤 목소리는 다정하고, 어떤 목소리는 묵직하다. 듣기만 해도 가슴 뛰게 만드는 목소리도 있다. 브랜드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콘셉트에 따라 각기 다른 보이스를 갖는다.

브랜드의 목소리가 바뀌면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도 바뀐다.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브랜드의 고객은 브랜드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브랜드의 고객은 브랜드를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게 된다.

고객을 우리 브랜드와 함께 세상을 바꿔나갈 환경운동가로 만들지(파타고니아), 다정함을 나눠주는 이웃으로 만들지(당근)는 우리 브랜드가 결정한다.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관계에 맞춰 어떤 목소리와 태도로 말을 건넬 것인지 정해야 한다.

Step 1. 브랜드 보이스 정립


브랜드 보이스 정립은 브랜드 페르소나 구축과 함께 이뤄진다. 그 기반에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다.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미션), 브랜드의 지향점(비전), 브랜드 핵심 가치 등을 기반으로 브랜드 페르소나 및 보이스가 도출된다.

넷플릭스의 보이스는 ‘Bold’, ‘Straightfoward’, ‘Human’이다. 넷플릭스 앱, SNS, 오프라인 캠페인을 포함한 모든 접점에서 대담하고 직설적이고 고객(인간) 중심적으로 말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목소리는 ‘모든 사람의 next favorite story를 찾아주겠다’는 넷플릭스의 야망 어린 선언에서 나온다. 브랜드의 비전이 보이스에 반영된 사례다.

29cm 앱 캡처. 사진=29cm 앱

Step 2. 브랜드 보이스를 구체화하는 Do and Don’t 가이드라인


단어 표현부터 직설적 화법과 비유적 화법 사이의 고민을 거쳐 문장부호 하나하나의 사용까지 한 문장을 쓰더라도 수많은 고민을 거쳐 라이팅이 이뤄진다. 이때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보이스를 구체화하는 두 앤 돈트(Do and Don’t) 가이드라인이다.

29cm는 ‘29cm다운 텔링’이라는 브랜드북에서 ‘기본에 충실한 글쓰기’라는 원칙 아래 두 앤 돈트 가이드라인을 예시와 함께 제시한다.

선명하고 정확하게 쓰기,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 쓰기, 고객을 한 명으로 생각하기(Do)와 단어나 의미의 반복 지양, 부적절한 쉼표 사용 지양, 압축되지 않은 표현 지양(Don’t) 등이다.

예를 들어 ‘이 블라우스는 세상에 한 개뿐인 블라우스’보다 ‘이 블라우스는 세상에 한 벌뿐인 옷’으로, ‘토즈의 브로그 더비 슈즈’보다 ‘토즈의 남성 가죽 구두’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토스 앱 캡처. 사진=토스 앱

Step 3. 브랜드를 보여주는 실전 라이팅


브랜드 보이스를 확정하고 기본적인 두 앤 돈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면 다음은 본격적 라이팅 단계다. 홈페이지, 브랜드 필름, SNS 콘텐츠 등 다양한 채널에 발행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정립된 보이스와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작성한다.

산업의 성격, 브랜드 추구 가치와 아이덴티티, 시장 상황, 콘텐츠와 채널 특성, 타깃 페르소나 등에 따라 무한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포맷 또는 모듈화한 가이드를 제시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랜드가 실제 콘텐츠를 발행하며 직접 자산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존 콘텐츠가 많다면 역으로 분석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더 명확하게 다듬을 수도 있다.

‘어디로 돈을 보낼까요?’ (토스)
‘두 명이 아직 고르고 있어요’ (배달의민족)


단편적 문구만 봐도 어떤 앱에서 가져온 카피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어디로 돈을 보낼까요?’는 ‘계좌번호 입력’보다 사용자를 중심에 둔 친절함이 강조된다. ‘두 명이 아직 고르고 있어요’는 ‘1명 완료’보다 바로 옆에서 말을 건네는 듯한 친근함이 느껴진다. 토스와 배달의민족 각각의 추구미다.

이처럼 웹 또는 앱 환경에서 사용자가 더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카피라이팅을 ‘UX 라이팅’이라고 한다. 고객(또는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고객 중심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기에 UX 라이팅은 최근 브랜딩에서 주목받는 영역이다.

한정된 접점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앱 또는 웹에서 고객과 24시간 끊임없이 만나는 플랫폼 브랜드들에는 UX 라이팅은 특히 중요하다.

토스는 체계적, 전문적으로 UX 라이팅 시스템을 정립한 선두주자다. ‘인간화된 글쓰기’가 목표라는 토스의 UX 라이팅 시스템은 총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우선 토스 브랜드의 보이스를 규정하는 핵심 가치인 ‘코어밸류’, 전반적인 글쓰기 원칙을 제안하는 8개의 ‘프린시플’, 이를 바탕으로 라이팅 내용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과 가이드라인을 유형화한 ‘템플릿’, 최종적으로 이를 자동화해 완성한 하나의 ‘시스템’이다.

템플릿과 시스템이 사실상 자동화를 만들어내는 정보기술(IT)의 영역이라면 코어밸류·프린시플·가이드라인은 각각 브랜드 보이스 키워드, 그에 대한 심플한 원칙, 좀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에게 어떤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있는가. 그것이 그 브랜드의 ‘브랜드다움’, 즉 그 브랜드의 추구미와 일치하는가. 우리는 맥도날드를 디스하며 위트 있는 농담을 던지는 ‘버거킹다움’에 버거킹의 팬이 된다. 세상을 향한 대담한 도전과 외침이 담긴 ‘나이키다움’에 열광한다. 결국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추구미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바른 브랜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브랜드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주는 것, 브랜드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보이스 정립은 브랜드가 길을 잃지 않고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된다.

김다혜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 사진=인터브랜드


김다혜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선임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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