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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나 변호사를 지난 달 29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혼전문변호사지만, 이혼 예방에 힘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김경록 기자

"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외도가 제일 많아요.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기니 불타는 연애를 하던 젊은 시절 기억을 좇는 거죠. "
지난 3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을 가장 많이 한 연령은 남녀 모두 40대였습니다. 신혼의 달콤함이 벗겨지고 결혼 생활의 민낯을 보는 시기가 40대인가 싶은데요. '마흔 공부' 시리즈에서 최유나(39) 이혼전문변호사를 만나 슬기롭게 결혼하고 이혼하는 법을 물었습니다.

최 변호사는 "오히려 부부 싸움 안 하면 이혼하게 된다"며 "잘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안 맞는 회사에서 퇴사하듯 나를 갉아먹는 관계라면 이혼을 권한다"고도 덧붙였어요. 최 변호사는 수많은 갈등과 화해, 이별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바를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에 연재하며 23만 구독자의 호응을 얻었는데요. '혼자라 좋은가, 함께여서 좋은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part 1. 요즘 결혼, 요즘 이혼
Q : 요즘 결혼·이혼 양상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어요. 무자녀 부부도 많고요.

A :
MZ세대의 결혼관은 과거랑 달라요. 결혼식이나 신혼살림 비용을 부부가 ‘반반’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예전엔 남자 쪽에서 돈을 많이 보탰다면 지금은 양가가 비슷해요. 결혼하고 나서도 생활비를 각출해서 공동 통장에 두고 쓰는 경우가 늘었고요. 서로 수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정말 흔하죠.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나 경제 공동체라는 개념보다는, 인생의 동반자고 함께 할 친구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게 큰 거 같아요.

Q : 이런 가치관의 변화가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
아무래도 부부 사이에 평등한 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기존 세대보다 불평등한 부분을 덜 참는 거죠. 부모의 간섭을 못 참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부모와 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또 자녀 계획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빨리 이혼을 선택해요. 30대 후반에 결혼하면 시간이 없잖아요. 출산 계획이 있다면, 빨리 이혼하고 다른 사람을 찾는 거죠.

Q : 40대에 이혼하는 분이 많은데요. 결혼 생활에서 40대는 어떤 시기일까요?

A :
아이가 크면서 예전보다 시간이 생기고, 그러면서 부부 사이에 권태기도 오는 불안한 시기에요. 실제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에 외도가 제일 많아요. 시간과 돈이 생기니 불타는 연애를 하던 젊은 시절 기억을 좇는 거죠. 그런데 애타고 가슴 뛰는 사랑을 평생 할 수 없잖아요. 이 시기의 부부라면 ‘우정’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자를 공부하면서, 친한 친구가 되는 거죠. 그래야 앞으로 10년, 20년을 같이 살 수 있어요.

Q : “인생의 동반자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책에도 쓰셨는데,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A :
제가 자식을 키워보니 드는 생각인데요. 엄마들 만나면 진짜 자식 얘기밖에 안 하거든요. 아이가 언제 스트레스받고, 어떤 행동을 좋아하고,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요.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다방면으로 파악한 거죠. 근데 배우자에 대해선 이런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저 사람은 뭘 좋아할까, 언제 스트레스받고, 제일 싫어하는 내 행동은 뭘까, 공부해야 합니다. 이걸 알면 관계 유지가 정말 쉬워지거든요. 결국 내가 편해지는 길이기도 하고요.
최 변호사는 일하면서 깨달은 관계에 대한 통찰을 에세이집『혼자와 함께 사이』 인스타툰 '메리지레드' 단행본『우리 이만 헤어져요』에 담기도 했다. 최 변호사 뒤로 그의 팬이 그려준 초상화가 보인다. 김경록 기자

✅part 2. 부부 싸움해야, 더 잘 산다
Q : 수많은 부부의 이별을 보셨을 텐데요. 이혼으로 가는 부부의 특징이 있을까요?

많이 싸우면 이혼할 것 같잖아요. 오히려 싸움을 멈추고 대화 없는 분들이 결국 이혼하러 오세요. 싸움 패턴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저 사람에게 말해봤자 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때부터 불만도 얘기 안 하고 말을 멈추더라고요. 안 싸운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Q : 이혼 전문 변호사도 부부 싸움 하나요?

A :
제가 결혼 생활한 지 10년 넘었거든요. 결혼 초반엔 자잘한 문제에 대해 아예 언급을 안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더 안 한 것 같아요. 직업이 직업이라서 잘 참고 넘겨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근데 6~7년 흐르고 나니 결국 터지더라고요. 쓰레기를 누가 버릴지, 치약 뚜껑은 왜 안 닫는지 그런 사소한 일로 싸워요. 생각해보면 혈연으로 묶인 가족도 싸우는데, 배우자는 타인이었잖아요. 타인과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싸움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Q : 어떻게 싸워야 ‘잘’ 싸우는 걸까요?

A :
배우자는 나와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해요. 상대방의 말을 내 논리로 해석하는 순간 망해요. “나라면 이렇게 말 안 했을 텐데. 왜 말을 함부로 하지” 생각하는 순간 화가 나잖아요. 근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 있어요. 관계 회복을 위해 직설적으로 얘기했을 수도 있거든요. 모르는 거예요. 당장 기분이 나쁘더라도 '배우자가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좋은 의도로 얘기를 꺼냈구나' 생각하고 싸움을 시작해보세요.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믿어보세요. 그러면 감정이 누그러지거든요. 적어도 "너 말투가 왜 그래" 하면서 큰 싸움으로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어요. 이런 습관이 생기면, 어느 순간 진짜 '해결'을 위한 싸움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 싸움의 목적이 관계가 더 좋아지는 데 있다는 걸 서로 합의하세요. 싸우지 않을 때도 “싸우게 된다면 해결을 위해서만 이야기하자”고 정해두는 게 좋아요. "
13년째 이혼전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최유나 변호사가 서울 양재동 본인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Q : 그래도 감정적으로 울컥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A :
저는 뒤집어서 생각해 보려고 해요. ‘나는 저 사람이 이상한데, 저 사람은 내가 이상한가 보다. 똑같네.' 얼마 전에도 남편이 "당신은 상대방의 말을 끊는 습관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공감해 주려고 "맞아, 맞아" 추임새를 넣은 건데, 남편은 “왜 이렇게 말을 자르냐”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그게 억울했을 텐데, 요즘엔 누군가는 남편처럼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해요. 그러면 “앞으로 안 그럴게, 미안해”가 쉽게 나오더라고요.

Q : 그게 그렇게 쉽게 되나요?

A :
쉬운 일 아니에요. 저 절대 괜찮지 않아요.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 부글거리거든요. (웃음) 그래도 결국은 괜찮아질 거예요. 남편도 저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 얘길 꺼냈을 수 있잖아요. 그 가능성을 계속 열어 두는 연습을 하는 거죠. 혼자 단정 짓지 말고요.

Q : 많은 부부를 상담했을 텐데, 결국 어떤 부부가 잘살던가요?

A :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사생활은 반드시 존중받고 싶다든지, 뭐든 함께 하길 원한다든지, 부를 쌓는 데 총력을 다하고 싶다든지 각자 욕망이 다르죠. 이런 '코어 욕망'을 채워주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 그걸 채워주지 못하면 결국 이혼으로 가더라고요.
✅Part 3. 당당하게 이혼 사실 알리세요
Q :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이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인식 때문에 이혼을 선뜻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A :
너무 많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웬만하면 이혼 안 하려고 해요. ‘이혼녀, 이혼남’ 되기 싫어하는 게 결국 타인의 시선 때문이거든요. “결혼했냐”는 질문을 받을까 봐 가슴 졸이거나, 괜히 이혼 얘기 꺼냈다가 분위기 싸해질까 걱정하는 것도 다 똑같죠. 그런데 결혼 생활이 숨 쉬는 것조차 지옥이면, 저는 '이혼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인생 짧은데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포용할 건 아니거든요. 그건 관용이 아니고 미련이죠.

Q : 그럼 이혼 후에 주위에 이혼 사실을 알리는 편이 나을까요?

A :
"결혼하셨어요?" 질문받을 때마다 거짓말하며 힘들어하는 건 본인 손해죠. 사람들은 감추려고 할수록 “저 사람이 뭔가 잘못해서 이혼했나 보다”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괜한 오해 사지 않도록 당당히 이혼을 말하라고 하는 편이에요. 근데 이렇게 하려면 일단 나 자신에게 떳떳해야 해요. 이혼 전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는지, 죽을 만큼 노력해봤는지 말이죠. 그럼 ‘내가 죽을 뻔했는데,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요. 세상의 편견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죠.
최 변호사는 이혼에 대해 "더 잘 살기 위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이혼했다는 걸 숨기고 감추기보단 드러내는 게 내가 더 잘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경록 기자


Q :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A :
이혼은 끝이 아니고 인생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안 맞는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세요.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인데 유독 이혼만큼은 인생의 끝처럼 생각하더라고요. 더 잘 살려고 결혼한 거고, 더 나아지기 위해 이혼한 거예요. 제가 출산하고 나서 세상에 두려울 게 없어졌거든요. 목숨 거는 경험이잖아요. 이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의뢰인들이 “그냥 살 걸 그랬다” 말할 정도로 이혼 과정을 정말 힘들어하세요. 그 힘든 걸 이겨냈잖아요. 얼마나 대단해요. 스스로 토닥여주세요.

Q : 다시 혼자 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A :
어차피 인생은 혼자입니다. 결혼하든 안 하든 '홀로서기'는 인간 성숙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에요. 그러니 이혼도 '이번엔 내 차례구나' 하고 받아 들여보세요. 이것도 훈련이에요. 그냥 나한테 맛있는 거 먹이고, 좋은 데 데리고 가고 그렇게 지내세요.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이 필요 없는 순간이 오거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 하더라도, 결국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잘 살더라고요.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 40대는 인생의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할 나이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더, 마음'에서 그 답을 찾는 '마흔 공부'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매주 금요일 '더, 마음' 뉴스레터로 기사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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