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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주 대신 희석식 술 쓴 ‘유사 하이볼’ 많아
가격은 수입 맥주와 같거나 더 비싸
‘하이볼’ 이름 붙일 기준과 조건 현행법 없어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편의점에서 촬영한 일본산 하이볼 성분표. 주정을 물에 희석해 만든 주류가 아니라 실제 위스키를 넣어 만든 하이볼임이 표기돼있다. 전날 조선비즈가 서울 송파구 일대 편의점을 돌며 20여개 하이볼 제품 원재료명을 확인한 결과 해당 제품처럼 위스키를 이용한 제품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최정석 기자

“편의점 캔 하이볼은 아예 안 사요. 호기심에 한번 사서 먹어봤는데 너무 인공적인 맛이 나고 별로였어요. 공장에서 만든 게 다 그렇지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성분표를 봤더니 아예 위스키 자체가 안 들어있더라고요.”

10일 30대 직장인 이한섭씨는 최근 유행하는 편의점 캔 하이볼을 두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구매했다는 캔 하이볼 원재료명에는 위스키 대신 ‘주정’과 ‘오크칩(미국)’이 적혀있었다. 위스키 대신 단가가 낮은 희석식 주류에 위스키 향만 첨가한 제품을 썼다는 뜻이다. 이씨는 “위스키 향만 꾸며낸 싸구려 술을 섞어놓고 하이볼이라 파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캔 하이볼 인기가 수직상승하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는 젊은 층이 생겨나고 있다. 값싼 재료를 써놓고 가격은 다른 술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비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때문에 캔 하이볼 대신 위스키를 비롯한 증류주와 탄산음료를 사서 직접 섞어 먹는 사람도 많았다.

보통 하이볼은 위스키, 진과 같은 증류주에 탄산음료를 섞은 술이다. 주정을 물에 섞어 만든 저가형 희석식 주류에 탄산음료를 섞은 제품은 일본의 경우 ‘츄하이(소주의 일본식 발음인 소츄와 하이볼의 합성어)’라는 이름을 따로 붙여 구분짓는다.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술 ‘호로요이’가 대표적인 츄하이다.

10일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하이볼 제품 성분표. 실제 위스키가 아닌 주정과 오크칩을 써서 위스키와 비슷한 향만 나도록 제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정석 기자

한국에서는 증류주를 썼든 저가형 희석식 주류를 썼든 상관없다. ‘술+탄산’ 조합 제품에 하이볼이란 이름이 붙여 판매할 수 있다.

하이볼이란 제품명을 쓰기 위한 조건이나 기준은 현행법에 없다. 현재 시중에 나온 하이볼 제품은 모두 리큐르 혹은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증류주 대신 저가형 희석식 주류를 이용한 유사 하이볼 제품이 양산되는 이유다. 술 종류를 나누는 기준과 규격을 만드는 국세청 관계자는 “어찌 보면 예전의 하이볼 개념이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일대 편의점을 돌며 26종의 하이볼 제품을 확인한 결과, 증류주 대신 희석식 주류를 쓴 제품만 20개였다.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지도 않다. 저가형 희석식 주류가 들어간 편의점 캔 하이볼은 대부분이 500㎖짜리 한 캔에 4500원으로 해외 맥주와 가격이 같았다. 3캔을 사면 1만2000원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납득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20대 직장인 유모씨는 “500㎖ 한 캔에 5000원 하는 해외 고급 맥주도 3캔에 1만2000원에 할인해 판매한다”라며 “희석식 술을 원료로 썼으면 가격도 떨어지는 게 상식적인데, 하이볼 인기에 편승해 한몫을 챙기려 수작을 부린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편의점 캔 하이볼 인기는 확실한 상승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캔 하이볼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8% 늘었다. 같은 기간 GS25의 하이볼 제품 매출액은 497.7% 성장했다. 세븐일레븐도 올해 3~4월 하이볼 제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름만 하이볼이고 속은 저가형 희석식 주류인 제품만 줄지어 출시되는 탓에 “차라리 내가 직접 타 먹겠다”는 2030도 많은 상황이다. 성남에 거주하는 김수진(31)씨가 그런 사례다. 김씨는 “3만원 정도 돈으로 캔 하이볼 대신 700㎖짜리 위스키 한 병을 사면 하이볼을 훨씬 많이 만들어 마실 수 있다”며 “굳이 캔 하이볼을 돈 주고 사먹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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