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청송서 60대 농민 배추 일일이 뽑아 1억원대 수확 포기
비룟값·인건비 올라 수확하면 되레 손해…"유통구조 개선돼야"
"정부 비축량 방출 확대·할당관세 수입에 억장 무너져"


수확 포기
(청송=연합뉴스) 11일 오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의 한 배추밭에서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배추를 뽑고 있다. 2024.5.11 [농민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청송=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비룟값, 인건비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 힘들게 지은 농사 갈아엎어야 하는 농민의 심정을 누가 알아줍니까"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마평리에 사는 농민 A(65)씨는 11일 오전 7시부터 자신의 배추밭 2만9천여㎡(9천여평)에서 수확을 앞둔 배추를 일일이 뽑았다.

그는 오늘 안으로 배추를 모두 뽑아 버릴 계획이다.

이날 폐기하기로 한 배추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면 1억은 넘을 것이라고 했다.

기계를 이용해 뽑으면 쉽게 끝나지만 폐기한 배추 처리에서 나오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뽑기로 했다.

지체장애(4급)를 가진 A씨는 지난 3월 중순 파종한 뒤 혼자서 배추 농사를 지어왔다.

시골에서 농약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어 1등 품질의 배추로 키웠지만 수확을 열흘가량 앞두고 수확을 포기했다.

최근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의 정부 비축량 방출을 확대하고, 배추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하기로 한 것에 억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가격 안정을 위해 다른 농산물에 대해서는 지원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배추 재배 농가에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도 화가 났다.

"오죽 화가 났으면 불편한 몸으로 지은 농사를 포기하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배추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유통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농민들 형편은 나아지는 게 전혀 없다"며 "뼈 빠지게 일해도 돈을 벌 수 없는 농민들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 수확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배추가격은 소비자들에게는 비쌀지 모르지만 도매시장에서는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농민들이 받는 가격은 엉망인 상태이다. 나 혼자라도 수확을 포기해 농민들이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확 포기한 배추
(청송=연합뉴스) 10일 오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의 한 배추밭에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방치돼 있다. 2024.5.11 [농민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1033 한발 늦은 달 탐사... 독자 기술 차별화, 우주 생태계 기여 절실 [K-뉴 스페이스 시대, 어떻게 열까] 랭크뉴스 2024.05.14
21032 태국 한국인 납치살해 용의자 1명 캄보디아서 검거 랭크뉴스 2024.05.14
21031 라인사태 불똥?... 日두드리는 韓스타트업 “인재 찾는게 더 힘들어요” 랭크뉴스 2024.05.14
21030 '잔고 위조' 윤 대통령 장모 오늘 가석방…구속 299일 만 랭크뉴스 2024.05.14
21029 본청약 일정 대폭 지연되니… 국토부,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 중단 랭크뉴스 2024.05.14
21028 [속보] '파타야 드럼통 살인' 피의자 1명 캄보디아서 추가 검거 랭크뉴스 2024.05.14
21027 임성근 밤샘 조사‥"물에 들어가라 한 적 없다" 랭크뉴스 2024.05.14
21026 [속보] 파타야 살인…두번째 용의자, 캄보디아서 검거 랭크뉴스 2024.05.14
21025 [단독] ‘노조 할 권리’ 침해신고 0.1%만 실형…7년간 딱 8건뿐 랭크뉴스 2024.05.14
21024 툭하면 지연…'무용론' 거센 사전청약제도 34개월 만에 폐지된다 랭크뉴스 2024.05.14
21023 [사설]대통령실 채 상병 수사 개입 ‘스모킹 건’ 나왔다 랭크뉴스 2024.05.14
21022 소비자물가 또 자극하나?…환율·유가 ‘고공행진’ 수입물가 급등 랭크뉴스 2024.05.14
21021 삼성전자, 신소재 기반 1000단대 3D 낸드 개발 목표… ‘페타 SSD’ 시대 연다 랭크뉴스 2024.05.14
21020 [단독] ‘노조 할 권리 침해’ 부당노동행위, 7년동안 실형은 8건뿐 랭크뉴스 2024.05.14
21019 "비위 약하면 보지말라" 당부까지…집 앞의 변, CCTV속 충격 진실 랭크뉴스 2024.05.14
21018 ETF 수수료 인하 ‘치킨게임’···고민 깊어진 중소형 자산운용사 랭크뉴스 2024.05.14
21017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첫 소환조사 밤새 이어져 랭크뉴스 2024.05.14
21016 최재영 12시간 조사‥"다른 선물도 질문, 소상히 설명" 랭크뉴스 2024.05.14
21015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첫 소환 조사 21시간 넘게 이어져 랭크뉴스 2024.05.14
21014 “한동훈, 원희룡과 일요일밤 만찬 회동”…복귀 신호탄? 랭크뉴스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