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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 상가 공실률 12.9%… 소규모 상가 공실률 33%
“재개발 마칠 때까지 침체 계속될 듯”
전문가들 “수요 이동해 베드타운 될 수도”

“장사하는 분들이 4월에 많이 어려웠다고 해요. 평일에는 장사가 잘되는 일부 가게들을 제외하고 손님이 거의 안 와요. 주말에는 등산객들이 와서 그나마 나은 수준이지만 저녁 시간대 상권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9일 오후 연신내역 인근 상가. 저녁 시간이 가까운 시간대였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한산했다. 상권 내 식당에도 손님 없이 식당 주인들만 가만히 앉아있는 곳들이 많았다. 역에서 더 떨어진 거리로 이동하니 1층에도 곳곳에서 공실이 보였다. 2층 이상은 불 꺼진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임대문의가 붙은 공실 외에도 간판은 붙어있지만 불 꺼진 상가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상가 공실. /방재혁 기자

은평구 은평뉴타운, 갈현동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재개발이 이어지면서 연신내 등 지역 인근 상권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신내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9%로 전 분기 대비 3%포인트(p) 증가했다. 지난해 최대 11% 수준의 공실률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13% 가까이 육박한다.

소규모 상가 공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33%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9.5%에서 4분기 22.4%로 12.9%p 증가한 뒤 올해 1분기에는 10.6%p 급증했다. 뉴타운과 가까운 불광역 상권 역시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유지됐지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전 분기 대비 2.1%p 늘었다.

갈현동 등 재개발 사업으로 이주가 진행되면서 거주 인구가 줄어들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최근 상가 공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평구 갈현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재개발로 이주가 이뤄지면서 가구 수가 빠져나간 것이 영향이 컸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인근 상권들은 재개발을 마칠 때까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또한 최근 전국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서 더 타격이 크다. 그래도 이 지역은 임대료가 서울 내 다른 지역보다 저렴한 편이라 공실이 갑자기 쏟아지진 않는 편”이라고 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0평대 상가 공실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금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공실은 적지만, 가게를 내놓은 곳이 많다”며 목록을 보여줬다. 공인중개사무소 인근 15개의 가게가 지금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상가 공실. /방재혁 기자

은평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가 예정된 지역이다. 지난 3월 수서~동탄 구간을 우선 개통한 GTX-A는 올해 하반기 파주~연신내~서울역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교통 호재가 은평구 아파트 가격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강남 등 도심으로 수요가 이동해 상권은 더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평구 갈현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GTX가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만 상인 중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구도심 상권이라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서 광역 교통망이 들어서면 젊은 사람들부터 차례로 서울 도심 상권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상권이 한산한 모습. /방재혁 기자

전문가들은 재개발이 완료돼도 상권이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배후 주거단지 수요에 의존해야 하는 상권인 데다 광역 교통망이 갖춰지면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갈현 1구역 등 재개발로 인해 이주가 진행 중인데 배후지는 없으니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상권 전체적으로 많이 노후화한 상황이고 GTX-A 노선이 삼성역까지 이어진다면 수요도 함께 이동하면서 연신내 상권은 지역 상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연신내 등 은평구 인근은 서울 도심 상권처럼 콘텐츠가 있거나 주변 다양한 일자리들이 있는 지역이 아니다. 재개발로 새롭게 주거단지가 형성되면 새로운 상권이 형성될 수는 있지만 그전까지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 이후에도 오피스 등 직장이 몰려있는 곳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충분해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 상가 공실. /방재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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