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섭외 명단이 축제 성패 가르기도…예산 4분의 3이 공연에 쓰여
"주객 전도…학생 중심 축제 분위기 형성돼야" 목소리도


지난해 중앙대 축제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이율립 기자 = 중간고사를 마친 대학가가 5월 본격적인 축제 시즌에 접어들면서 각 대학의 '인기 가수 섭외전'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아이돌 잔치로 변질해 섭외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보다 순수하게 학생들이 즐길 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 7∼9일 봄축제를 열었다. 이화여대와 한국외대(서울캠퍼스)도 각각 8∼10일과 8∼9일 축제를 했다.

서강대·숭실대는 이달 중순, 고려대·연세대·한양대·경희대·중앙대 등은 이달 말 일제히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대학 축제의 초점이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에 맞춰져 있는 탓에 매년 이맘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울 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이름의 게시글과 공연한 가수를 촬영한 '직캠' 영상이 화제가 된다.

한국외대는 올해 축제에 싸이와 아이돌그룹 아일릿을 섭외했다. 경희대는 데이식스·비비·실리카겔·이승윤, 동국대는 싸이·데이식스·10cm 공연이 예정돼있다.

이들 가수 공연이 축제의 활기를 더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각 대학 측의 시름은 깊다.

서울 시내 대부분 학교는 축제 비용으로 1억5천만∼3억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납부한 학생회비, 졸업생 및 주변 상인 등의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이 같은 재원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 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은 오히려 해마다 뛰고 있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축제 전체 지출 중 '아티스트 섭외비'가 49.75%로 절반을 차지했다. 무대 설치 및 진행비는 25.31%로, 두 항목을 합치면 전체 예산의 4분의 3이 공연에 쓰인 셈이다.

한 서울 시내 대학 총학생회 임원은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안팎에서 바라보는 축제의 '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가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화여대 축제 부스 앞 북적이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제에서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K팝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아예 축제를 외부 업체에 맡기는 학교도 많다. 학교나 학생회 자체 역량만으로는 연예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게 돼버린 축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를 보면 경희대는 올해 축제 행사 대행업체 입찰 조건에 '정상급 힙합 가수 1팀', '최정상급 아이돌 1팀', '정상급 밴드 가수 1팀', '최정상급 가수 1팀', '정상급 아이돌 1팀' 등을 내걸었다.

재원 마련에 실패해 결국 축제를 취소하는 대학도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봄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해 논의했으나 비대위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고 공지했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대학 축제를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건국대 4학년 윤지선(25)씨는 "대학 간 라인업 경쟁 때문에 서로 더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예산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축제보다는 노후화한 학교시설 보수나 '천원 학식' 등 학생복지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1학년 손민수(21)씨는 "가수 초청으로 외부인 방문이 증가하면 각 학과 주점의 매출이 오르고, 이는 곧 재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생활의 낭만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대학 축제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꾸며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이나 부스, 학생들의 자체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연예인 섭외 명단으로 학교의 네임밸류를 가르고 축제의 질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6089 27년 만의 ‘의대증원’ 결말 초읽기…2천명 정당성 법원 손에 랭크뉴스 2024.05.15
26088 풀빌라서 사라진 6세 아이, 16시간 만에 저수지서 숨진채 발견 랭크뉴스 2024.05.15
26087 [단독]'라인 아버지' 신중호 입열다…"보안이슈 내 책임, 라인 안 나간다" 랭크뉴스 2024.05.15
26086 코스피 대형주 목표주가 줄줄이 상향 조정… 커지는 하반기 기대감 랭크뉴스 2024.05.15
26085 尹대통령, 조국과 "반갑습니다" 악수…5년만에 공식석상 대면(종합) 랭크뉴스 2024.05.15
26084 '빠떼루 아저씨' 김영준 전 경기대 교수 별세 랭크뉴스 2024.05.15
26083 ‘엄벌주의’ 싱가포르서 이웃 성폭행 시도 한국男의 최후 랭크뉴스 2024.05.15
26082 "담배 끊었더니 왠지 살찌는 느낌이네"…기분 탓 아니라 진짜였다 랭크뉴스 2024.05.15
26081 손흥민이 고의로 골을 놓쳤다고? 손흥민 SNS에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아스널 팬들 랭크뉴스 2024.05.15
26080 “임을 위한 행진곡…황석영 선생 집에서 숨어 녹음했지” 랭크뉴스 2024.05.15
26079 “왜저리 크노”… 대구 초등학교 나타난 100㎏ 멧돼지 결국 랭크뉴스 2024.05.15
26078 "김성태 3.5년, 이화영은 15년?" 野 '편파구형' 반발‥검찰은 왜? 랭크뉴스 2024.05.15
26077 우원식 “이재명, 국회의장에 ‘형님이 딱 적격’이라고 말해” 랭크뉴스 2024.05.15
26076 "나 혹시 스토킹 당하는 중?"…불안하면 휴대폰 '이 기능' 켜세요 랭크뉴스 2024.05.15
26075 “반갑습니다” 윤 대통령, 조국과 악수…5년 만에 공식석상서 만나 랭크뉴스 2024.05.15
26074 "내가 안 죽였어요" 울먹…태국 '드럼통 살인' 피의자 구속심사 랭크뉴스 2024.05.15
26073 방시혁 재벌 총수 지정…하이브, 엔터그룹 최초 대기업집단으로 랭크뉴스 2024.05.15
26072 올여름도 많은 비 예상...'극한호우' 재난문자 전남·경북에 확대 랭크뉴스 2024.05.15
26071 [단독] 넉달 전 대통령실 진입 시도에 ‘조직범죄’라며 영장 재신청 랭크뉴스 2024.05.15
26070 "아이보다 노인 돌봄이 문제" 외국 인력 4만명 부른 일본의 전략 랭크뉴스 20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