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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배 연구센터에서 품종 개발 박차
공급 부족에 ‘역대급’ 가격 상승한 사과·배
탄저병에 강한 사과 ‘이지플’도 선보여
사과꽃 활짝 피었네… 올해 가격 안정될 듯
추위에 강한 배 ‘기후일호’·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배도 올해 ‘풍년’ 전망… 수출에도 ‘날개’


지난 4월 26일 방문한 대구광역시 군위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사과역사관 내부에 전시된 사과 모형. /대구=김민정 기자

[편집자주] 기후 변화로 식탁 위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재배 작물이 온대성 식물에서 아열대성 식물로 변화하는 등 농사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호남지역에서는 이제 파파야나 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를 보기가 쉬워졌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병해충의 유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의 농축산물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진과 농가의 노력을 소개한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배 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102.9% 상승했다. 1975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사과 가격 상승률도 지난 3월 88.2%를 기록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장마 및 고온으로 사과와 배 작황이 나빠지며 일어난 일이다. 생산량이 평년 대비 30%가량 감소하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게 비싸졌지만, 국민들의 사과·배 사랑은 여전하다. 정부가 할인쿠폰 외에도 납품단가 지원 등 다양한 물가 안정책을 펼칠 정도다.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와 같은 흉작이 미래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식탁에서 계속 사과와 배를 만날 수 있을까. 기후변화 맞춤형 사과와 배 품종 개발에 주력 중인 농촌진흥청의 연구사들을 만났다.

지난 4월 26일 방문한 대구광역시 군위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에서 재배되고 있는 사과나무에 꽃이 핀 모습. /대구=김민정 기자

기후 위기에 강한 사과 개발… “올해 작황 好실적, 가격 안정세 전망”
지난달 26일 방문한 대구 군위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건물 옆쪽 밭에는 사과나무들이 빼곡하게 심겨있었다. 사과나무엔 흰 꽃들이 올망졸망 달려 있었고, 꽃가루를 운반하기 위해 모여든 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김정희 농업연구관은 “사과꽃이 진 자리에 사과 열매가 맺힌다”며 “올해 냉해 피해가 없어 꽃들이 활짝 핀 만큼 사과 수확도 걱정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1년 창설된 사과연구센터는 현재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고 병해충에 강한 국산 사과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 2016년 고온에서도 착색이 잘 돼 별도의 노력 없이 빨간 사과를 수확할 수 있는 ‘컬러플’을 개발했다. 색깔이 잘 드러난다는 의미를 담아 컬러(color)와 사과(apple)를 합쳐 컬러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김 연구관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9~10월 낮 온도가 낮을 경우 사과가 빨갛게 익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돼 품종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과색을 붉게 만들기 위해 반사판을 깔거나 잎을 따줘야 하는데, 별도의 조치 없이도 전반적으로 예쁜 빨간 색을 띠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컬러플의 특징은 개화기가 일반 사과보다 늦다는 점이다. 초봄 개화기 냉해는 사과 작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화가 늦을수록 냉해 가능성은 작아진다. 이를 반영해 사과연구센터는 기존 작물보다 개화기를 늦추는 데 연구 주안점을 두고 있다.

농진청은 병해충에 강한 품종도 개발 중이다. 최근 가장 신경 쓰는 과수 질병은 탄저병이다. 탄저병은 빗물이나 바람을 타고 사과와 복숭아 등 과일로 번지는 병이다. 탄저병에 걸린 과일은 표면에 반점이 생겨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추석 명절을 겨냥해 재배되는 국산 품종 ‘홍로’는 중생종 품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잦은 강우와 탄저병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농진청은 2001년 홍로와 감홍을 교배해 2019년 선발한 국내 육성 신품종 ‘이지플’을 내놓기도 했다. 홍로에 비해 당도, 산도, 저장성이 우수하고 탄저병에 대한 저항성도 높은 유망 품종이다.

지난 4월 26일 방문한 대구광역시 군위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에서 재배되고 있는 사과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 /대구=김민정 기자

농진청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소비되는 사과 품종인 후지(富士·부사)를 대체할 ‘만홍’ 품종도 내놨다. 일본 품종인 후지는 10월 말에서 11월 말까지 수확하는 만생종이다. 만생종 사과는 이른 시기에 수확되는 조·중생종보다 저장에 용이해 다음 해까지 시중에 유통된다. 현재 마트에서 판매되는 사과도 대부분 만생종 사과다. 농진청은 만생종인 만홍을 2022년 개발했다. 만홍은 작년 국립종자원에 출원돼 올해 초 일부 농가에 분양됐다.

농진청에 따르면 사과 농가의 후지 재배 비중은 1997년 78.4%에서 지난 2022년 67%로 작아졌다. 김 연구관은 “사과연구센터에서 만든 사과 품종이 30개를 돌파했다”며 “지역별로 특화된 사과 품종을 재배하도록 하며 국산 품종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작황 악화로 가격이 폭등한 사과의 올해 작황 전망은 어떨까. 이동혁 사과연구센터장은 “올해는 사과꽃이 전년보다 3~5일 늦게 피면서 전체적으로 매우 양호한 상태”라며 “재작년 수준으로 사과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사과 주산지 분위기가 좋다”면서 “과일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가격도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과 공급량 감소로 수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에 대해 이 센터장은 “지난해 이상 기후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급량이 급감하며 가격이 올랐다”면서 “기후 위기와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내놓으면 공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30일 방문한 전남 나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전경. /전남=김민정 기자

‘기후일호’부터 ‘조이스킨’까지… 각종 배 품종 개발에 박차
지난달 30일 찾은 전남 나주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 연구센터 맞은편의 배밭에는 배나무들이 와이(Y)자로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다. 배나무에는 꽃이 떨어지고 난 자리에 손톱만 한 초록빛의 열매들이 가득 달려 있었다.

배도 사과처럼 기후 변화 대응이 시급한 작목이다. 농진청은 기후 변화로 인해 증가한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갖춘 배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농진청은 검은별무늬병(흑성병)에 걸리지 않는 ‘그린시스’를 개발했다. 일반적인 배의 색깔인 노란색이 아닌 초록빛을 띠는 게 특징이다. 이름에 그린(green)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검은별무늬병에 걸린 배는 표면에 먹물 같은 검은색의 무늬가 계속 번지며 상품 가치를 잃는다. 배 농가의 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병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배 검은별무늬병으로 인한 피해액은 연간 약 572억원에 달한다.

그린시스는 이러한 병충해 예방에 탁월하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그린시스를 재배할 경우 기존 배를 재배할 때 투입하던 약제 방제비를 연간 약 131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맛도 훌륭하다. 그린시스 상품의 당도는 12.5브릭스로, 일반 배(10~11브릭스)보다 높다.

지난 4월 30일 방문한 전남 나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에서 재배되고 있는 배나무에 열매가 여러 개 맺혀 있다. /전남=김민정 기자

사과의 기후 변화 대응이 초봄의 ‘꽃샘추위’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배는 따뜻한 겨울철 극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배나무의 경우 추운 날씨를 일정 시간 보내야 이듬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구체적으로 7도 이하의 저온에서 1300~1500시간을 보내야 다음 해 꽃이 필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농진청이 최근 개발한 배 신품종 ‘기후일호’는 7도 이하에서 1000시간만 보내도 다음 해 꽃을 피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농진청은 개화기 냉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 품종인 ‘신고’보다 꽃이 늦게 피는 ‘설원’, ‘한아름’ 등의 품종도 개발했다. 최근 배 껍질까지 먹는 ‘조이스킨’ 품종을 내놓기도 했다. 일반적인 갈색 배보다 밝은 노란색을 띠는 게 특징으로, 껍질이 매우 얇아 이물감이 적은 게 특징이다. 과육보다 껍질에 폴리페놀이나 항산화물질 등 영양성분이 더 많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농진청이 배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품종 보급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경호 배 연구센터 농업연구사는 “배나무를 한 번 심으면 50년에서 100년까지 키울 수 있다”며 “갱신주기가 길어 새로운 품종이 과수농가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수화상병에 걸려 완전히 배나무를 뽑고 새로 심어야 하는 농가에 국산 품종의 강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며 “특히 농가에선 중국산 꽃가루를 90% 이상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자칫 꽃가루에서 병균이 발견되면 수입이 금지될 수 있다. 농가에도 이를 적극 홍보하며 국내 개발 신품종 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30일 방문한 전남 나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에서 재배되고 있는 배나무 모습. /전남=김민정 기자

배 역시 올해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홍성식 배 연구센터장은 “배꽃은 이미 피고 진 뒤 열매를 맺고 있는 상태”라며 “올해는 열매가 많이 달려 오히려 솎아줘야 할 정도로 풍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 시장에서도 배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배는 과수류 수출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량 대비 수출량은 2005년 5.7%에서 2020년 17.8%까지 늘었다.

홍 센터장은 “대만과 중국, 일본이 주요 수출국인데, 우리나라 배는 품질이 좋으면서도 일본 배보다 가격이 싸 경쟁력이 있다”면서 “해외시장이 개방되면 오히려 배 수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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