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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애가 사라졌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 말입니다. 김주애는 지난 3월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보도가 다음 날 있었으니, 북한 매체에서 김주애 동향이 사라진 건 57일째, 벌써 두 달 가까이 돼갑니다


■ '청년·미래 세대' 아이콘 '김주애'… 두 달 가까이 두문불출

가장 최근에 김주애의 모습이 포착된 건 김정은 위원장의 새 찬양가인 '친근한 어버이' 뮤직비디오에서입니다. 지난 2월 8일 건군절 기념 국방성 방문 당시 사진이 지난달 17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겁니다. 사진 속에서 김주애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뒤로 하고 군인들을 병풍 삼아 김 위원장과 함께 전진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김정은 찬가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이 사진은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미래를 지향하는 김 위원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중시하는 청년 세대,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활용되던 김주애, 그런데 돌연 자취를 감춘 겁니다.

2023년 12월 31일 ‘신년 경축 대공연’ 관람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딸 주애 등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에 활용된 리설주… 올해 들어 '잠행'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는 더합니다. 리설주는 지난해 마지막 날 '신년 경축 대공연'을 관람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당시 공연 때는 김 위원장이 딸 주애와 팔짱을 끼고 등장하는가 하면,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까지 포착돼 주애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후 북한 매체에서 리설주는 사라졌습니다.

2012년 9월 평양 창전거리 가정집을 방문했을 당시 리설주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모습.

리설주는 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7월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김 위원장과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동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가정집을 방문했을 때 설거지를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앞서 남북 정상 내외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특히,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 깜짝 등장하면서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아이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퍼스트레이디'가 활동하는 정상적인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 리설주가 2020년 1월 25일 설 명절 기념 공연 이후 1년 1개월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임신·출산설부터 김 위원장과의 불화설까지 각종 억측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외 활동을 이어간 김 위원장과는 달리 리설주는 '잠행' 기간이 길어져 국정원에서 "코로나 방역 문제로 등장하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2022년 11월 딸 김주애가 처음 등장한 이후 리설주의 대외적인 입지는 더욱 좁아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신년 공연 때처럼 리설주는 딸에게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양보한 듯한 모양새마저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 '김정은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되는 김주애, 리설주 전철 밟을까?

김주애 역시 리설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해석은 그래서 나옵니다. 북한은 오로지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부인과 딸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바로 '비공개' 처리한다는 겁니다. 리설주는 '정상국가' 이미지 형성을 위한 역할이었는데,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이은 코로나19로 북한이 바깥 세상을 향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리설주의 공개 행보가 필요 없어졌다는 해석입니다.

3월 15일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과 딸 주애. 김주애의 마지막 대외 활동.

특히, 김주애의 잠행은 북한 내부 분위기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의 딸이 자꾸 등장해서, 굉장히 특혜받은 듯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 내부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는 전언이 있다"며 "주민들이 딸 주애에 대해 굉장히 위화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 우상화에 딸 주애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되자, 가차 없이 공개 행보를 중단했다는 겁니다.

북한 내 김주애의 위상보다는 북한의 대외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이달 말 푸틴의 방북이 점쳐지는 상황"이라며 "지금 북한이 손님맞이 준비로 내부적으로 굉장히 바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푸틴 방북을 염두에 두고 숙소는 물론 거리 단장과 공연 준비 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에, 북한이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대동할 만한 행사를 기획할 여력이 없을 거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속내가 무엇이든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김주애와 리설주 모두 김정은 위원장을 빛내기 위해 필요에 따라 동원되는 '액세서리'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현재는 보석함 어딘가에 수납돼 있지만, 필요에 따라 언제고 공개 석상에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는 그런 액세서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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