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 각지에서 온 농수산물이 쌓여있는 유령 회사의 창고 (화면제공: 충청북도경찰청)

전남 완도에서 30여 년째 수산물 가공업을 해 온 70대 A 씨는 지난해 5월에 B 씨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도권의 한 식품회사 부장이라면서, 서울의 ○○ 시장에서 A 씨의 물건이 좋다고 소개받아 연락하게 됐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우리 회사는 서울시와 협약한 업체"라면서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한 달에 약 1억 원어치, 5톤 차량 3대 물량의 미역 등을 공급해달라는 거래였습니다.

자치단체와 협약한, 신뢰할 만한 안전한 거래처라니….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으로 일본 수출이 크게 줄어 재고가 쌓여가던 상황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하는 벅찬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농수산물 납품 거래 사기 일당이 사용한 충북 음성의 물품 창고 (화면제공: 충청북도경찰청)

■ "거래처 절실한 농어민 등에 접근…30억 원 이상 피해"

제품을 빨리 받고 싶다는 B 씨의 재촉에 A 씨는 아내와 함께 남성이 알려준 충북 음성의 한 창고로 찾아갑니다.

긴장 속에 곳곳을 의심스럽게 둘러보던 A 씨 부부에게 B 씨는 "이곳은 물류 창고일 뿐이고, 서울 양재동에 본 사무실이 있다"면서 안심시켰습니다.

그렇게 거래가 시작됐고, A 씨는 약 한 달 동안 3차례에 걸쳐 9천여 만 원어치의 미역을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납품한 물건 대금 가운데 4천여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은 거래처 확보가 절실한 A 씨 같은 농어민과 소상공인을 노린 납품 사기범들이었습니다.

납품 거래 사기범 일당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 일부 (화면제공: 충청북도경찰청)

■ "납품 사기범 일당, 7달 동안 30억 원 부당 이득 취해"

경찰 조사 결과, A 씨 부부가 찾았던 충북 음성의 물류 회사는 사기 범죄를 공모한 일당이 폐업 직전인 한 물류회사를 인수해 만든 유령 법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짜 거래 약정서와 명함, 대포폰과 가명 등을 써가며 피해자를 속였습니다.

사기범들은 처음에는 소량의 물품을 정상 거래해 신용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거래 물량을 차차 늘려 외상으로 대거 제공받아 장물업자에게 헐값에 팔아넘긴 뒤 잠적했습니다.

물건을 대량으로 제공받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범죄를 일컫는, 이른바 '탕치기' 조직이었던 겁니다.

2022년 12월부터 7개월여 동안 확인된 피해자만 14명, 피해 금액은 30억 원이 넘습니다.

■ 법원, 농수산물 빼돌린 탕치기 일당에 무더기 실형 선고

탕치기 일당은 경찰의 추적 수사 끝에 전국 각지에서 2개월여 만에 붙잡혔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총책 2명에게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선고했습니다.

명의 제공과 수익 현금화, 장물 거래 등에 가담한 나머지 공범 5명에게도 실형이 내려졌습니다.

재판부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했고, 시장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저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한 배상 명령 신청에 대해서는 각하 처분했습니다.

"피해 범위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고, 이번 선고 절차에서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 소송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네이버,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443 인공지능 시대, 에너지 전쟁 구원투수 될 소형원자로 SMR 랭크뉴스 2024.06.11
19442 日 정부 '네이버 못 믿겠다' 몰아갈 때 한국 정부는 지켜만 봤다[문지방] 랭크뉴스 2024.06.11
19441 거점 국립대 교수들 “의대생 휴학 승인하고 내년 정원 재조정하자” 랭크뉴스 2024.06.11
19440 아이 울음 5초 들린 뒤 뚝…1300세대 아파트서 그집 찾아낸 경찰 랭크뉴스 2024.06.11
19439 대통령실 “野, 힘자랑 국회 운영...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 견고해져” 랭크뉴스 2024.06.11
19438 열리자마자 닫힌 22대 국회…국민의힘, 상임위 보이콧 랭크뉴스 2024.06.11
19437 삼성家 세 모녀 주식 대출 1조원 감소…최태원·구광모·신동빈은 증가 랭크뉴스 2024.06.11
19436 [1보] "말라위 실종 군용기 발견…부통령 등 10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11
19435 판사 저격했던 의협 회장 "교도소 위험 무릅쓸 만큼 중요한 환자 없다" 랭크뉴스 2024.06.11
19434 北 오물풍선에 전국이 몸살…한반도 그림자 전쟁 신호탄? [무기로 읽는 세상] 랭크뉴스 2024.06.11
19433 [속보] “말라위 실종 군용기 발견…부통령 등 10명 사망” 랭크뉴스 2024.06.11
19432 이 가격 실화?… 삼겹살 1인분에 ‘2만원’ 시대가 왔다 랭크뉴스 2024.06.11
19431 학폭소송 '노쇼' 패소 권경애 변호사... "유족에 5000만원 배상" 랭크뉴스 2024.06.11
19430 [단독] '1.4조 위자료' 최태원 28일 긴급회의…SK㈜ 지분 매각 여부 결정 랭크뉴스 2024.06.11
19429 성심당 5차 입찰서도 '승부수', 이번엔 얼마 썼나 봤더니‥ 랭크뉴스 2024.06.11
19428 “소문난 잔치에 볼 것 없었던 애플 WWDC”… 하반기 아이폰 판매 우려에 韓 부품업계 전망도 어두워져 랭크뉴스 2024.06.11
19427 이미 전국은 ‘찜통’…온열질환자 벌써 72명 랭크뉴스 2024.06.11
19426 [단독] '1.4조 위자료' 최태원 28일 긴급회의…지분 매각 여부 결정할듯 랭크뉴스 2024.06.11
19425 7월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기요금만 ..."TV수신료 따로" 랭크뉴스 2024.06.11
19424 검찰, 음주운전하다 배달원 숨지게 한 혐의 DJ에 징역 15년 구형 랭크뉴스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