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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초과, 수수료 요구 행위 다수
금지어 피해 요리조리 새 표현 만들어
개별 주의 중요하지만 정부 단속 필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대출과 연관된 단어인 '급전'을 검색했을 시 금칙어로 추정돼 채팅방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급ㅈ'을 치자 나온 채팅방. 카카오톡 캡처


"2주 이자는 20%입니다."


10일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열린 '대출방'에서 대출 조건을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100만 원을 빌릴 시 2주 후 120만 원으로 갚는 조건인데, 이자의 절대량(20만 원)만 보면 별로 많지 않을 수 있다 싶기도 하지만, 연리 환산 시 약 520%에 달하는 살인적 이율이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연 20%)의 2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대출방을 들어갔더니, 자신들이 '컨설팅 업체'라며 대출 실행 수수료로 대출금의 30%를 요구했다. 이 역시 불법이다. 현행법은 대부중개업자 및 미등록대부중개업자가 수수료, 사례금, 착수금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대부중개와 관련한 대가(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기존의 불법대출 주요 통로였던 텔레그램뿐 아니라, 최근엔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메신저 오픈채팅방에서도 불법대출이 버젓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채팅 검색창에 '대출'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금지어가 설정되지만, '도ㄴ(돈)', '급ㅈ(급전)' 등의 약어나 속어 검색을 통해서는 이런 채팅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불법대출은 주로 고금리·고물가에 돈이 급한 사회초년생 등 취약계층을 노린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한 대출업자가 대출 수수료로 30%를 요구하고 있다. 대부업체는 수수료 등 고객에게 받는 일체의 대가성 금전을 포함해 연 20%를 초과할 수 없다. 카카오톡 캡처


취약계층의 절박한 사정을 노리는 불법 대출방의 폐해는 과도한 이자부담에만 그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오픈채팅방을 통해 사회초년생들을 유인한 다음, 대출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검거돼 지난달 29일 검찰로 넘겨졌다. 이들은 인터넷은행 관계자로 가장한 뒤, 피해자가 인터넷은행에서 필요한 금액보다 더 많이 대출을 받도록 하고 자신들에게 나머지 대출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했다. 일당은 또 추가 대출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상품권을 결제해 신용도를 높인 다음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상품권으로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뜯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속은 쉽지 않다. 카카오 측은 오픈채팅 모니터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불법 행위 연관 키워드를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지어 설정을 하더라도 다른 대체 단어 등을 앞세워 교묘히 감시망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불법대출 광고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채팅방 및 게시글 특성상 누구나 쉽게 만들었다가 삭제할 수 있고, 익명성 때문에 완전히 근절시키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금으로선 개인들의 주의가 가장 필요하다. 금감원 금융사기전담대응단 관계자는 "대출 이용 시 반드시 금융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대출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이름,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남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자 스스로 불법대출에 빠져들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지만, 동시에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주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교육이나 홍보를 강화하고, 불법 대출업자 적발 시 그에 맞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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