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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더중플] 유품정리사가 찍은 그날의 이야기 죽음이 일상인 직업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1500여 구의 시신을 부검해 온 법의학자 유성호 서울대 교수는 ‘죽음학(thanatology)’ 강의를 합니다. 100명이 넘게 듣는 그의 강의는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네요. 왜 20대 청년들이 ‘죽음학’에 끌리는 걸까요? 유 교수는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8131)

일반적인(?) 죽음은 부검당하지 않습니다. 사건과 사고, 의문의 죽음에 칼을 댑니다. 그래서일까요? 유 교수는 “인간에게 아름다운 죽음이란 존재할까” 묻습니다. 법의 부검대에서 죽음의 진실을 해부하는 법의학자만큼, 외로운 죽음의 현장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가 있습니다. 유품정리사, 혹은 특수청소부 김새별 작가입니다.

중앙일보 유료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더중앙플러스)’.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유품정리사가 찍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날의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아빠는 너무 외롭다. 더 살 갓치를 못 늦낀다”
"내가 죽으면 얼마 만에 발견될지. 아마 1년 이상?" 이런 유서를 남긴 아버지는 아들에게 당부한다. "내가 죽으면 일일장만 해". 아무도 찾지 않을 거라 체념했고 빨리 잊어달라 부탁했다. 사진 김새별 작가

한여름 갓 스물 청년이 부친의 유품정리를 의뢰했다. 현장은 더웠다. 시취(屍臭)는 한계를 넘었다. 펄펄 끓는 날씨에 사후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된 아버지.
20세, 19세 연년생 두 남매를 홀로 키운 고인은 아직 55세, 젊은 나이였다. 덤프트럭을 몰며 생계와 양육을 책임졌다. 남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다. 자녀가 이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차례로 떠났을 때, 간경화가 그를 덮쳤다.

술을 끊고 치료를 받으면 됐을 텐데. 너무 지쳤던 것일까? 그는 되레 술을 쏟아 부으며 삶을 포기해 갔다. 자식에게 남긴 손글씨 유언장이 슬프다. 삐뚤빼뚤한 글씨, 틀린 맞춤법이 되레 그의 고달팠던 생의 진실을, 온몸으로 그야말로 ‘육성’으로 들려준다.

" 내가 죽으면 일일장만 해. 혹시 여기 임대료 남아 있으면 그걸로 해.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피 토하면서도 “아빤 잘 있어”…자식이 크자 삶을 접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3443

# “죽이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하세요”
"아이고, 깜짝이야. 누구야 너?". 유품정리 중에 하얀 강아지를 만났다. 유기 아닌 유기견. 고인의 집에서 한참을 버려져 야위였고 발톱 손질을 못한 지 오래돼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유족들은 고인과 반려견까지 '버렸다'. 사진 김새별 작가
김새별 작가는 ‘유품’을 정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정리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고인이 남긴 외로운 추억, 외면당한 원망, 끝내 숨기려 했던 미련도 그가 ‘정리’하는 가련한 기억들이다. 가급적이면 유족이나 친지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거부당할 때가 많다.

죽음으로서 시간이 끝나는 게 아니다. 고인의 시간은 멈췄지만 온갖 미생물들이 시신을 들추고 곤충들이 들끓는 참혹한 ‘야생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것까진 참을 수 있지만….

죽음의 현장에선 살아있는 생명들이 발견된다. 화분도 있고, 수족관의 물고기들도 있고, 고인과 평생을 반려하지 못한 개나 고양이도 있다. 가족과 연을 끊었거나, 버림받았던 고독사의 외로운 그들. 아무리 그래도 피붙이가 떠났는데 유족의 반응은 너무 냉정하다.

" 죽이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하세요. "
고인과 함께 버려진 그 생명들이 유품정리사의 ‘반려’가 됐다.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고독사로 가족 떠났는데 남겨진 생명도 죽이란 그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7859
# 어느 대학생의 슬픈 ‘검색창’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게 죽는 법"을 검색하고 떠난다. 그 죽음이 아팠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도 남은 자들에게도 모든 죽음은 고통이다. 사진 김새별 작가
명문대 다니는 아들이 목숨을 끊었다. 부모는 자식의 자취방을 차마 정리하지 못했다. 아들의 숨통을 틀어막았던 그 고통이 부모를 짓눌렀다. 그 방에선 숨도 쉬어지지 않는다며 유품정리사에게 의뢰가 왔다. 김새별 작가가 나섰다.

착한 아들, 모범생, 명문대 재학생으로 자라온 고인은 군대까지 다녀왔지만 여전히 성장의 문턱에서 머뭇댔다. 겁났다.
열심히 살아야지. 버젓한 사회인이 돼야지. 그런 결심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던 것일까. 20대 초반의 낭만, 일탈…. 그런 것조차 용납하지 않은 삶에 지쳐갔던 것 같다.

유품정리를 하다 발견한 대학생의 슬픈 일기장. 그리고 뭔가 같은 것을 수없이 찾아본 태블릿 PC.
검색창에 뜬 단어들이 이 시대 청춘들의 넋두리처럼 느껴져 슬펐다.

" ㅈ ㅏ ㅅ ㅏ ㄹ.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그는 ‘어른’이 되려고 했다, 어느 대학생의 슬픈 일기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1830

# 34세 청년의 죽음, 유품이 된 여친의 ‘손글씨’
34살 젊은 나이에 고독한 죽음을 맞이한 청년의 방에 붙어있던 여자친구의 손글씨 메모. 사진 김새별 작가

시신에서 흘러나온 부패물은 하수구까지 흘러갔다. 그동안 아무도 찾지 않았다.
방에는 온통 술병과 담배꽁초 수북한 재떨이. 30대 초반의 죽음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절벽과도 같은 고독.

하지만 유품정리사가 켜켜이 쌓인 고독을 걷어낼 때마다 청년의 좌절, 잠시라도 꿈꿨던 또다른 삶이 드러난다. 사실은 성실한 청년이었다. 없는 살림에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배달일을 하며 성실하게 살았다.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에게도 살가운 여자친구가 있었다. 함께 꿈꿀 미래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였을까. 스스로 밀어내 헤어진 여인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끝끝내 미련 속에 그녀의 손글씨를 품고 최후를 맞았다. 그 청년의 어쩌면 유일한 유품은 전 여친의 메모였다.

" 병원 가자. 힘내자!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여보 힘내자! 병원 가자!” 청년 유품은 여친 메모였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9770

# 은혜 갚은 ‘우편환 50만원’…수취인은 고독사했다
″코로나가 끝나서 세상에 나갈 수 있게 되면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옥탑방에 부쳐진 편지다. 가난하게 살았던 고인은 작게 나마 많은 것을 품고 살았다. 사진 김새별 작가

택시기사를 하며 살던 70대 후반의 남자가 옥탑방에서 홀로 숨졌다. 평생 미혼이었다. 경찰을 통해 연락을 받은 친인척들은 망자의 뒷정리를 거부했다.

유품정리사의 ‘고객’들은 대체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원룸 빌라, 다세대 옥탑방. 주로 그런 곳들이 의뢰받는 ‘현장’이다. 그러나 가난하게 죽었지만, 망자의 생이 평생 가난했던 것은 아닌 경우도 더러 있다. 유품을 정리하다보면 의외로 고가의 물건들을 발견할 때도 있다. 삶의 곡절이 묻어있는 유품들이다.

하지만 이번 옥탑방 노인은 한때의, 적어도 젊은 날의 ‘영화(榮華)’ 같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는 그렇게 평생 홀로 어렵게 버텼던 것 같다. 그런데 유품정리사의 눈물을 왈칵 쏟게 한 유품 아닌 유품이 나왔다. 여름이면 무더위에 찌드는 옥탑방에서 에어컨 하나 없이 살면서 얼마 안 되는 수입을 쪼개고 쪼개 가난한 어린이들을 도왔다. 계좌도 없이 우편환 송금제도를 이용해서 말이다.

‘어릴 적부터’ 그의 도움을 받은 누군가, 아마도 어떤 청년이 그에게 보낸 짧은 편지와 우편환 송금, 50만원이었다.
고인은 이 편지는 받고 떠났을 것이다. 유품정리사는 왈칵 북받치는 울음을 겨우 참았다. 다음은 김새별 작가의 말이다.

" 처음으로 누군가를 되살리고 싶었다. 세상이 영웅을 한 명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 알아보기]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옥탑방 키다리아저씨의 죽음…살리고 싶은 건 처음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368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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