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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부산법조타운 인근에서 유튜버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가 부산 연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법 앞에서 한 유튜버가 원한 관계에 있던 다른 유튜버를 살해했다. 피해자 A씨는 습격을 당한 이날 오전 9시52분쯤 유튜브 라이브 방송 중이었다. A씨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려 공격 장면이 화면에 직접 담기지는 않았지만 비명 등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소리가 그대로 생중계로 전달됐고 영상은 일파만파 퍼졌다.

사건 당일 부산 연제경찰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생중계 영상의 삭제 조치를 의뢰했다. 범죄현장의 잔혹성·심각성을 인지한 방심위는 이날 오후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에 자율 규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연령 제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취해졌다. 영상이 삭제된 것은 늦은 오후였다.

10일 현재 해당 영상은 삭제됐지만 적나라한 범죄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영상 조회수는 35만회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사용자의 검색 추이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구글 트렌드’를 보면, ‘부산 칼부림’ 키워드는 사건 당일 인기 급상승 검색어 2위에 올랐다.

이처럼 강력 범죄 영상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상황이 담긴 생중계 영상이 확산했다. 지난해 이상동기 칼부림 사건 영상 등도 온라인에 유포됐다. ‘유튜브 생중계’ 시대에 맞춰 경찰·방심위·플랫폼 차원의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지만 잇따르는 범죄 영상 확산을 막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범죄 영상의 무분별한 확산, 어떤 상흔 남길까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현장에서 지난해 7월23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범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잔혹한 범죄 영상이 모방 범죄를 충동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후 ‘난동 예고 및 흉기난동’이 실제 잇따랐던 것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당시 흉기난동이 패턴화됐던 것처럼 (관련 영상과 뉴스가) 평소 유사 범죄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행동을 옮기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 영상의 확산은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성폭력·스토킹 범죄에 대해선 피해자의 신상 등이 유포되는 것에 벌칙 규정이 있지만, 일반 강력 범죄에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강력 범죄 피해 영상이 유튜브 수익을 위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유튜브 내 ‘부적절 콘텐츠’는 정보 통신 콘텐츠로 분류된다. 이에 대한 방심위의 차단·삭제 권고는 플랫폼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로 강제성이 없다. 영상이 너무 많아 즉각적인 대응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유해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교수는 “살해 영상의 생중계를 곧바로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후에 다시 재생되거나 2차 가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취지로 지난 2월부터 대형 플랫폼 기업에 허위정보와 유해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실시간 활동 공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플랫폼에 대한 책임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정부 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삭제 권고를 하는 건 사실상 검열이 될 수 있어 강제성을 부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해외에 있는 사이트들은 권고를 무시하기 쉬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구글도 사실 (삭제 권고 등에 대한) 수용률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방심위의 ‘해외 글로벌 플랫폼 시정요청 이행 현황’ 자료를 보면, 방심위는 지난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11개 해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불법·유해 정보에 대해 6만2336건 시정요청을 했다. 이 중 5만8375건(93.6%)이 삭제·차단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번처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엔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 규제를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일일이 넣는다”며 “지금도 담당 부서에서 유튜브뿐 아니라 인터넷 전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중계 영상을 일부 짜깁기해 유포된 2차 가공 영상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대부분 시청이 불가한 상태로 차단됐다.

유튜브 관계자는 “폭력적이거나 노골적인 콘텐츠에 대한 매우 엄격한 정책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시청자에게 충격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동영상, 라이브 스트림, 쇼츠 등 형식에 관계없이 신속하게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며 가이드에 따라 콘텐츠를 삭제하고 연령 제한을 적용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했다”며 “시스템에서는 공신력 있는 뉴스 채널을 우선 노출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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