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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방문객 줄고 원가 상승
강남·고터 등 지하상가 상인 불만 폭주
“현실 반영한 임대료 인상 정책 펼쳐야”

“말로만 서민행정 서민 피 빨아먹는 서울시 행정 규탄한다.” “상인이 472억원 리모델링했는데 시설 좋아졌다고 매년 9% 인상, 대법원 상인 승소에도 서울시장은 반성 못하고 또 46% 인상 강도보다 더 악질이다.”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 곳곳에는 항의서가 붙어있었다. 고투몰 상인들은 임대료 급등에 시름을 앓고 있었다. 서울시가 13년째 동결했던 대부료를 지난해 11월부터 인상하면서 상인들이 체감하는 임대료가 전년 대비 46%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대부료를 올린 서울시 행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의 한 상점에 서울시 임대료 인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종이가 붙어있다. /박지윤 기자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30년 넘게 옷 장사를 한 50대 A씨는 “반포 한강공원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하상가를 통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한정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도매시장에서 사입하는 옷 가격은 50% 올랐는데 유동인구가 많다고 임대료를 갑자기 46% 올리면 어쩌라는 거냐”고 했다. A씨의 경우 26㎡ 규모의 매장임대료가 2022년 250만원에서 지난해부터 350만원으로 100만원이 올랐다.

또 다른 옷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B씨도 “매장이 노후화해서 몇 년 전 9000만원을 들여 직접 리모델링도 했는데 막상 서울시에서는 별다른 신경도 안 썼다”며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대부료를 올려 임대료를 더 내도록 하는 발상은 전형적인 서울시의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 전경. /박지윤 기자

서울에 있는 지하상가는 26곳, 총 2788개다. 1970년대부터 시민 통행을 편리하게 하고 유사시 방공대피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민간투자사업자가 시설을 준공한 다음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소유권을 가진 정부에 다시 반환하는 BTO(수익형 민자사업)방식이다. 당시 법률에 따라 20년 무상 사용 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구조로, 서울시는 서울시설공단을 통해 지하상가들을 위탁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5년 주기로 온비드 입찰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상가 운영·관리를 담당할 민간업체를 선정한다. 이 때 공단이 제시하는 대부료(임대료) 예정가격은 외부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해 토지와 건물에 대한 적정 ‘재산 가격’과 ‘대부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산출한다. 투찰상한가격은 대부료 예정가격의 120%로 제한하고 있다. 대부료 예정가의 120%를 적어낸 업체가 복수일 경우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입찰을 거쳐 선정된 민간업체는 서울시설공단에 대부료를 지불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설공단이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입찰에서 대부료 예정가격을 직전 대부료 대비 20% 이상 올리면서 상인과 갈등이 시작됐다. 갱신된 대부료 예정가격은 약 156억원으로, 직전 대부료가 약 12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2% 늘어났다. 고속터미널 상인들이 모여 만든 민간업체 고투몰은 다른 업체와 경쟁이 벌어질 것을 대비해 예정가의 120%인 투찰상한가 약 187억원을 적어냈는데 단독 참여로 마감됐다. 이로 인해 고투몰이 내야하는 대부료는 기존 대비 약 46%(60억원) 올라갔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지하상가 전경. /박지윤 기자

서울시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임차인인 고투몰은 수십년 전부터 다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 ‘전대’ 점포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 대부료 인상이 고투몰 임대료 인상을 낳았고 그 부담은 전대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구조다. 고속터미널뿐 아니라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활발하다고 평가받는 지하상가 위주로 전대 계약을 체결한 점포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매장에서 홀로 잡화를 팔고 있던 40대 상인 C씨는 “장사를 시작한 지 16년 만에 이렇게 힘든 시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A씨의 가게는 이전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하지만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C씨는 “원재료 도매가격도 50% 가까이 오른 데다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이 늘면서 매장 방문객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해당 잡화 상가는 약 13㎡로 올해 월 기준 임대료는 약 300만원이다. 여기에 관리비 30만~40만원과 건강보험료 및 기타 비용 40만~50만을 더하면 매달 400만원이 고정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C씨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직원 3명을 뒀지만, 현재 인건비 절약을 위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손님이 줄어서 전체 매출은 줄었는데 매년 오르는 임대료와 원재료 구입비용을 감당할 길이 없어 결국 직원을 해고했다.

총 210개 점포로 이뤄진 강남역 지하상가는 2019~2020년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나오면서 2019년~2020년 대부료가 크게 올랐다. 2021년 80억원을 찍은 뒤 2022년 76억원, 지난해 75억원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다만 서울시가 2019~2021년 코로나19 확산기인 약 2년 6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제공한 대부료 감면 혜택이 끝난 뒤 임차인들이 체감하는 지하상가 월세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잠실역 지하상가 전경. /박지윤 기자

서울시설공단은 외부 용역을 통해 유동인구와 주변 상권 분석을 거쳐 매년 지하상가 대부료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대로 인한 재임차인에 임대료 인상이 전가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대는 불법이기 때문에 임차인과 재임차인의 갈등이 있더라도 시는 개입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지하상가 관리비용과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시세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올해 같은 경우 공시지가 하락으로 대부분의 지하상가 대부료가 전년 대비 2~3%정도 떨어졌는데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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