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내 대표적 친중 국가인 헝가리와의 밀착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9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열고 “양국은 전천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가 돼 협력 수준을 더 높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입장에서 ‘전천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파키스탄, 벨로루시, 베네수엘라 등 극소수 국가들과만 맺은 최고 수준의 외교관계로 헝가리가 중국이 신뢰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EPA 연합뉴스

이날 양국 정상은 에너지와 인프라등 18개 분야에서도 협정을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철도와 도로 인프라 건설, 원자력 에너지, 자동차 산업 등 분야에서 기존의 양국 협력 사업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외교 부문에서도 오르반 총리는 시 주석에 힘을 보탰다.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에 대해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 회담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며, 따라서 시 주석이 제시한 중국의 평화 계획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되 러시아군의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평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오르반 총리는 “중국은 새로운 다극화된 세계 질서에서 기둥 같은 국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과잉생산과 대(對)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선을 긋기도 했다.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EU 순환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라 중국이 의도하는 EU 내부 균열을 내줄 수 있는 적임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구멍을 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중국을 향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유럽 내 우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헝가리는 중국과 EU와의 관계 증진에 있어서 EU 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에서 중국 투자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자금을 가장 많이 투자받았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CATL과 최대 전기차 기업 BYD는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있는 등 중국이 최근 수년간 헝가리에 쏟아부은 돈은 160억달러(약 21조9000억원)가 넘는다.

한편 시 주석은 헝가리 방문을 끝으로 유럽 순방을 마치고 10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조선비즈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