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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많아도 재료값 등 빼면 많이 안 남아”
“음식값 올리면 단골들 도망갈까 두려워”
지난해 외식업체 5개 중 1개 꼴로 폐업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서울시 성동구에서 10여 년간 칼국수집을 운영한 5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올해 초부터 진지하게 폐업을 고민 중이다. 고물가 영향으로 재료값이 계속 치솟는 와중에 손님들 눈치가 보여 음식값은 올리지 못하다 보니, 매달 임대료 등 고정비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오래 알고 지낸 주변 사장님들이 지난해부터 줄줄이 폐업 중”이라며 “옆에 치킨집은 15년간 거의 매일 밤 만석이었는데도 나처럼 남는 게 별로 없다면서 가게를 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자니 일 할 힘도 안 나고 사는 게 재미가 하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물가 장기화에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님이 줄어든 식당은 물론 항상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식당까지 가게를 내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손님을 무한정 받을 수도 없는 와중에 재료값이 오르고 이익이 줄다 보니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낫겠다”며 장사를 접는 상황이다.

10일 핀테크 기업 판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21.52%인 17만6258개 업체가 폐업했다. 식당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2020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에는 9만6530개 식당이 폐업했는데, 지난해 폐업 식당 수는 이보다 82.6%나 늘었다.

이 통계는 당국에 폐업 신고를 한 식당에 더해, 폐업 신고는 안 했지만 1년간 매출이 잡히지 않은 식당까지 폐업한 것으로 집계했다. 폐업 신고 건만 집계한 것보다 실질 폐업률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횟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폐업을 고민 중인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많고 적고를 가리지 않고 “물가 상승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성동구에 식당을 차린 20대 자영업자 김 모씨는 “한달 매출이 1800만원 안팎인데 재료값, 인건비, 임대료 등 뺄 거 다 빼면 9급 공무원 월급 정도 떨어진다”며 “아직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차라리 취업준비를 할까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음식값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씨는 “장사한 지 아직 반년도 안 된 식당인데 벌써 음식값을 올렸다간 이제 좀 생기기 시작한 단골들이 떨어져 나갈까 두렵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서 10년간 술집을 운영한 안주원(49)씨는 “장사꾼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1000원 올린다 쳐도 손님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며 “이 주변 식당들 전부 시름시름 앓으면서 누가 먼저 가격 올리나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님 수가 그럭저럭 유지되는 식당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거란 얘기도 나온다. 성동구에서 디저트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원래 젊은 층이 주요 타겟이었는데 물가가 급등하면서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폐업을 고민했지만 일단 빚을 내서 가게를 리뉴얼해 주요 타겟을 바꿔 한 번 더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빚의 덫에 빠진 부실 자영업자 수는 증가세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 수는 7만2815명으로 지난해 말(6만1474명)보다 18.4%(1만1341명) 늘었다. 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이 끊긴 작년 9월 말(5만6860명)보다 28.1% 증가했고,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말(2만4446명)과 비교하면 약 3배로 불어났다.

전체적인 손님이 줄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자, 상권 자체가 죽어가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석(51)씨는 “지난 5년간 우리 가게 양 옆집, 뒷집 모두 망했다”며 “배달 손님은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데 홀 손님은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예 주방만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서 배달만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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