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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개물림 사고 막기 어려워, 실효성 의문"
정부가 맹견으로 지정한 5종 중 하나인 도사견. 전문가들은 위험한 개를 종이 아니라 개체별 기질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농림축산식품부
가 지난달 27일부터 시행 중인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
를 두고 당초 취지인
개물림 사고 감소와 위험한 개 관리의 실효성에 의문
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가 공공안전에 위험을 주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개가 아닌 이미
관리 대상인 맹견에만 집중
돼 있어서다.

9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지정된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은 올해 10월 26일까지
기질평가를 통과한 후 시·도지사의 허가
를 받아야 기를 수 있다. 지정된 품종이 아닌 개도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면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분류될 수 있다. 전국에 등록된
맹견은 약 2,900마리로 파악
된다.

맹견사육허가제의 핵심은 기질평가
다. 맹견 5종에 해당하거나 사고를 내서 맹견으로 지정되면 기질평가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시·도지사가 공공안전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하면 안락사를 시킬 수 있도록 했다. 보호자가 내는
테스트 비용은 25만 원이며, 나머지 시행에 필요한 금액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
한다.

맹견 사고 비율 파악조차 안 돼

영국수의사협회는 특정 종을 ‘위험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공격성이 견종에 의한 것이며 비지정종은 공격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수의사협회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제도가
연 2,000건에 달하는 개물림 사고를 줄이고, 사고를 낸 개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자던 당초 취지와는 벗어났다
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정부는 맹견 사육 조건을 강화했지만
정작 맹견이 사고를 낸 비율조차 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다. 실제 기질평가 도입의 계기가 됐던 경기 남양주시 사례를 포함해
사고를 낸 개들의 품종은 다양
하다.

더구나 특정 종을 맹견이나 위험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이 같은 방식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수의사협회
는 특정 종을 '위험종'으로 지정하는 것은 공격성이 견종에 의한 것이며 비지정종은 공격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격성을 나타내는 근본 원인보다
특정 품종을 겨냥하는 것은 시민도, 개의 복지도 보장하지 못한다
는 것이다.

박정윤 수의사는 "정부의 제도는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맹견을 모두 잠재적 위험한 개로 인식하게 하는 낙인 효과를 강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질평가와 위험한 개 행동분석 기준 달라야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 중인 도사견 초코. 초코는 사람을 좋아하고 순한 성격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정부는 맹견뿐 아니라 사고를 낸 개들도 맹견에 포함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위험한 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더욱이
정부가 내세우는 기질평가 방식으로는 제대로 공격성을 분류하기 어렵다
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기질평가제도를 도입한 독일에서도 맹견 종에 대한 기질평가와 공공안전에 위험을 주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개에 대한 평가는 서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박 수의사는 "사고를 낼 위험이 있거나 이미 낸 개의 경우 일반 기질평가와
달리 길러진 환경이나 사고를 낸 상황 등을 정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질평가를 통해 같은 개일지라도 사육 환경에 따라 공격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호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강화해야 하지만 이번 제도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은 없다
. 고의든 아니든 공격성 있게 기른 사람에 대한 처벌은 없고 이 보호자가 또 다른 개를 기르는 것 역시 막지 못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는 "개가 아니라 기르는 방식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며 "종을 불문하고 모든 소유자의 사육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맹견 중 하나인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가 입마개를 하고 있는 모습. 현행법에서도 맹견은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방치해서 기르는 개들이 사고
를 내는 경우 보호자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기
질평가나 교육 권고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이 경우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개를 포기하거나 유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번에 도입한 제도는 특정 품종만 위험한 개로 분류한 현행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애당초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며 "동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영조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과장
은 "맹견의 경우 따로 사고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과거부터 사냥이나 투견을 목적으로 특화시킨 종으로 사고를 일으키면 치명적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앞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해 통계를 확보,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시행초기라 보호자들의 불안감과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보호자들이 개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으로 첫 시행인 만큼 융통성 있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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