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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포항에 문 연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
전 세계에 유일…애플 글로벌 공급망에 韓역할 인정
스마트 팩토리 구축 위한 교육·장비 사용 무상 제공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가 지난 4월 개최한 'SME 위크' 행사 기간 중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스마트 품질 랩 장비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포스텍


지난 7일 포항역에서 기차를 내려 차로 20분 정도를 가자 포항공대(포스텍) 캠퍼스가 보였다. 체육관과 포스텍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인 통나무집 사이로 난 좁은 길을 지나자 멀리 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선 건물이 모습을 보였다. 가속기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라면 친숙한 풍경이다.

포항가속기연구소를 정면에 두고 왼쪽으로 길을 꺾자 낯선 풍경이 나타났다. 포스텍 첨단기술사업화센터 로비에 들어가자 오른쪽이 움푹 패인 사과 모양의 로고가 보였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으로 유명한 미국 IT(정보기술) 기업 애플의 로고였다. 애플은 2022년 이곳에 애플의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세웠다.

정효진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 매니저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처음 세운 제조업 R&D 지원센터”라며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장비 사용과 컨설팅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과 이곳 설비를 이용해 제조 공정을 개선하거나 불량 부품을 찾고, 데이터에 기반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애플과 포스텍에서 파견된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국내 기업이 의뢰한 공정 분석과 시스템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에는 반도체 공정이 가능한 클린룸도 갖추고 있다. 엔지니어가 클린룸(Class 100)에 설치된 금속 3D프린터를 작동하고 있는 모습./포스텍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60여개에 달하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가능한 클린룸(청정공간)을 포함해 부품의 고장 부위를 진단하는데 사용하는 X선과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 전자현미경, 광학현미경, UV(자외선) 측정 장비 등 수많은 장비가 1~3층에 구비돼 있다.

이날 한 중소기업이 리모컨의 불량 부위를 찾아내기 위해 X선과 CT 장비를 이용해 내부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백경흠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 리드 엔지니어는 “사람이 병원에 가면 다친 부위를 알기 위해 X선 사진을 찍듯 제품도 불량이 발생하면 똑같이 X선 분석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가장 기본적인 비파괴 검사를 진행하는 설비”라고 말했다. 부품을 6000배까지 확대해 보는 광학 현미경과 소재의 단면을 잘라서 볼 수 있는 장비도 불량 부위를 찾는 데 쓰인다.

백경흠 리드 엔지니어는 “대부분 분석장비가 최근에 구축돼 다른 기관들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라며 “구조와 성분부터 전기적 특성이나 형상, 신뢰성 분석까지 다양한 분석 설비들이 구축돼 있어 업종 상관없이 기업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국내 중소 기업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고추장, 된장 같은 장류를 만드는 전통 발효식품 업체인 세븐트레져스는 이곳에서 발효식품 제조 공정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법을 배웠다. 메주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분석한 뒤, 불필요한 과정을 걷어냈다. 동시에 온도와 습도, 광도, 산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메주 제조 공정을 효율화했다. 김동곤 세븐트레져스 대표는 “전통적인 공정이든 현대적인 제조업이든 데이터 관리가 핵심인데, 센터의 교육을 통해 데이터 개량과 공정 세부 분석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가 지난 4월 개최한 'SME 위크' 행사 기간 중 열린 스마트 데이터 랩 IoT(사물인터넷) 수업의 모습. 센터 소속 엔지니어가 중소기업 관계자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포스텍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을 개발한 해동엔지니어링은 예방 정비에 대한 교육을 센터에서 받았다. 나중에 애플과 포스텍 엔지니어이 공정 개선에 대한 컨설팅도 했다. 반도체 공정 기반 센서 설계·제작 기업인 이너센서는 외부기관에 맡기던 물질분석을 센터에서 대신하면서 분석비용을 아꼈고, 반도체 신뢰성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엔티도 애플 센터의 고사양 장비를 이용해 체계적인 시험과 분석을 하고 있다.

아이폰과 맥북으로 유명한 애플이 한국 중소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돕는 건 한국 기업들이 지난 20년간 애플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 중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어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높아지는 게 애플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이야기다.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는 단순히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SME(중소기업) 위크’라는 행사를 개최해 중소기업과 애플의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있다. 애플과 포스텍의 전문가가 참석해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공장)에 대한 최신 정보와 지식을 교육하고, 기술적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행사다.

SME 위크는 스마트 데이터, 스마트 공정, 스마트 품질이라는 세 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다. SME 위크는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데 이어 올해도 지난 4월 열렸고, 6월 말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정효진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 매니저는 “애플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이런 공정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많다”며 “포스텍의 우수한 연구 인력과 포항 인근의 제조업 산업단지가 더해져 애플 제조업 R&D 지원센터의 강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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