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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 강화군 더리미포구에 정박한 꽁당배에서 어민이 잡아 올린 새우에 섞여 있는 한강 하구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환장하겠구만. 잡히라는 새우 대신 쓰레기만 잔뜩 올라왔어.”

김진남(44)씨가 그물을 털며 푸념했다. 그는 경기도 김포와 인천 강화도 사이 염하수로(강화해협)에서 젓새우를 잡는 8톤급 안강망 어선 순풍호의 선장이다. 8일 강화군 더리미포구에서 만난 김씨는 “오늘 그물에서 꺼낸 쓰레기만 마대자루 4개 분량”이라고 했다. 이날은 김씨의 올해 첫 새우잡이 조업일이었다. 김씨가 풀어 헤친 마대자루엔 라면 봉지, 아이스크림 포장지, 플라스틱 물병이 가득했다. 김씨는 “첫 조업이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63리터들이 상자 하나를 겨우 채웠다. 갈수록 어부 노릇 힘들어진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화도 젓새우는 10월이 제철이다. 이때를 전후해 전국에서 유통되는 젓갈용 새우의 70%가 강화도 주변에서 잡힌다. 하지만 5월에 잡는 젓새우도 인기가 좋다. 깨끗하고 육질이 좋아서다. 포구에서 김씨를 맞은 친구 ㄱ씨는 “가끔 보면 1970년대에 만들어진 미원 비닐봉지를 건져 올릴 때도 있다”며 “한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든 수십년 묵은 쓰레기가 수로 바닥에 쌓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친구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씨가 “미원 봉지 오늘도 나왔다”며 누렇게 변색된 비닐 조각을 꺼내 보였다.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데는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우선 꽁당배(배 꽁무니에 그물을 달고 다녀서 붙여진 이름)에서 뜰채로 쓰레기와 뒤섞인 새우를 퍼올린 뒤 미리 설치해 놓은 대형 선풍기 앞에서 곡식을 키질하듯 위아래로 흔든다. 새우보다 가벼운 비닐 쓰레기를 선풍기 바람으로 날려보내는 1차 수거 작업이다. 이렇게 걸러낸 새우를 다시 상자에 옮겨 담고, 물로 헹군 뒤 다시 한번 손으로 쓰레기를 골라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우에서 물기를 뺀 뒤 다시 한번 쓰레기를 골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시간이다. 어민들이 그물을 쳤다가 건져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5시간임을 고려하면, 잡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을 쓰레기를 분리하는 데 들이는 셈이다.

인천시와 경인북부수협은 어민들이 분리한 바다 쓰레기를 마대자루 하나에 9900원씩 주고 사들인다. 지방자치단체와 수협이 쓰레기를 매입하는 데 쓰인 돈만 2022년에 1억5001만원, 2023년에 1억2439만원이다. 한국섬재단의 장정구 부이사장은 “어민들 말을 들어보면 바다 쓰레기양이 계속 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강화해협에서는 새우잡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꽁당배에는 쓰레기를 분류하기 위해 대형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선풍기 뒤에는 어민들이 분류한 한강 하구 쓰레기를 담은 전용 쓰레기봉투가 놓여 있다. 이승욱 기자

환경단체들은 한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오는 쓰레기들의 이동 경로에 대해 더욱 면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시도 바다 쓰레기의 이동 예측 모델링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올해 발주할 계획이다. 인천시 수질하천과 관계자는 “한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7곳의 모니터링 지점을 정하고, 5차례 이상 현장을 방문하려고 한다”며 “용역이 마무리되면 한강 하구 쓰레기의 생성과 유입 경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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