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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국정운영 기조 변화라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처음 사과하고 국회·언론과의 소통을 재차 강조했다. 구체적 현안에 대해선 4·10 총선 이전과 동일한 입장을 반복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총선 참패를 계기로 마련됐다. 그런데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커녕 그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은 남은 임기 3년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키운다.

기자회견은 25분간의 '윤 정부 2년 국민보고'와 73분간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보고 시작부터 민생고를 언급하며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지난 2년간 국정상황과 성과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 질의응답에선 언론 질문부터 대통령 답변까지 핵심 쟁점에 이르지 못했고, 동문서답 장면도 목격됐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인과 관련해 "정부에 대한 그간 국정운영의 평가"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많이 부족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정기조 변화에 대해 "더 소통하는 정부,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했다. 소통 방식은 전환하겠지만 정책 현안의 기조는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심 이반을 촉발한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과 논리를 유지했다. 특히 "특검은 봐주기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야당의 특검 요구를 정치공세로 절하했다. 다만, 채 상병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결과가 미진할 경우'라는 전제로 조건부 특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는 법 절차를 강조한 법률가 화법일 뿐 국민이 공감할 화법으로 보기 어렵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문제엔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친 부분에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박절하지 못했다"라는 발언에 비해 진전된 입장으로, 검찰로선 수사 부담을 줄이게 됐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지난 정부 검찰이 특수부까지 동원해 수사했다며, 기존 특검 불가를 재확인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에도 있다. 그런 만큼 개각 인선은 국정기조 변화를 보여줄 수단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면 돌파용으로 (개각을) 쓰지 않겠다"며 "조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선거에서 약속한 것은 이행했다"며 "이를 터 잡아 국회 연금특위 논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자찬했다. 연금특위의 빈손 종료를 비판하는 국민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이를 보여주고 국민이 체감할 기회인 점에서 여론의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이 교훈이 되는 성찰을 내비치면서도, 민심이 원하는 변화를 제시하지 못했다. 총선 이전과 이후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 변하지 않은 국정기조로는 남은 임기 국정동력을 추동할 국민 마음을 얻기 어렵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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