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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생산자 된 특수직 크리에이터
수사 연재, 만화 속 의뢰인 신원 노출
"공적 정보 필요해도 직업윤리 지켜야"
인공지능으로 만든 경찰 공무원이 에세이를 집필하고 있는 이미지. 그래픽=이유진·달리3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간부가 피해자 배 의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혐의는 ‘공무상 비밀 누설’. 경찰만 알 수 있는 사건 관련 정보를 수사가 종결되기도 전에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다.

창작물을 대중과 공유하고 그로부터 돈을 버는 건 더 이상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누구나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의사, 경찰, 법조인 등 ‘특수직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특히 인기다. 그러나 새로운 영역의 등장에는 그늘도 따르는 법. 지식과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 변호사... ’아마추어’ 작가의 위태로운 줄타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1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서 중학생으로부터 머리를 둔기로 가격당해 쓰러지고 있다. 배 의원실 제공


올 1월 터진 배 의원 피습사건은 현역 국회의원을 겨냥한 정치테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으나, 결국 미성년자의 우발적 범행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사건 여파가 잦아들던 지난달 28일 배 의원 측은 돌연 당시 수사팀을 이끈 강남경찰서 소속 A총경을 고발했다. 사건 발생 며칠 뒤 수사팀 구성이나 경찰의 1차 판단 등 내밀한 수사정보를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인 플랫폼에 여러 번 게시한 혐의다.

배 의원 측 법률대리인 김봉우 변호사는 “(A총경은) 피습을 다룬 글의 제목과 서두에 ‘비하인드 더 씬’ ‘과연 우발적인가’ 등 자극적 표현을 썼고, 본문에서도 ‘수사 내용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고자 한다’며 피해자 실명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화제성을 노리고 공무상 비밀을 유출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하고 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법조인들이 재판 중 일화를 소재로 그린 만화와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법조계도 고민이 깊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판 일화를 연재하는 현직 변호사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 그간 맡았던 ‘막장 부부’의 사례를 각색한 만화로 30만 명대 팔로어를 모으는 등 인기몰이를 했는데, ‘유명 인플루언서 아내’ 등 묘사가 자세해 신원을 추정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SNS를 이용한 홍보가 점점 보편화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각색을 거쳤더라도 실제 담당한 재판을 창작물로 만드는 건 변호인의 ‘증인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경쟁력 위한 디테일 싸움? 직업윤리 위반!



고독사, 살인 등 죽음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 역시 사생활 유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보통 업체명을 내건 블로그에 작업 현장 사진을 공개하는 식으로 홍보하는데, 망자의 나이와 거주지, 물품 사진 등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될 때가 적지 않다. 한 업체는 ‘청년 고독사 현장’이라며 망자가 연인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그대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본문에 ‘저혈당 쇼크로 사망’ ‘○○대학원 졸업’ 등 병력과 이력을 적기도 했다. 법무법인 호암의 신민영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소수 그룹이라도 특정인의 신원이 드러나는 경우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특수청소업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망자가 생전에 연인으로부터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모자이크 처리 없이 올라와 있다. 업체 블로그 캡처


물론 이런 콘텐츠가 전문 영역과 지식을 대중화하는 데 도움을 준 건 사실이다. 가령 강력계 형사 출신의 유튜버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신종 피싱 범죄’ 예방법을 소개하거나, 흉악범죄의 낮은 양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등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만 창작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수익을 얻고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자극적 소재에 매달리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특수 영역이라 해도 보여주지 말아야 할 부분은 분명 있다”면서 “디테일을 더해 콘텐츠의 차별성을 꾀하려다 직업윤리를 위반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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