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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지난 5일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돌연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석 요청 시점상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과 대질신문을 계획했다가 무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구한 날은 김 사령관의 1차 조사(4일)가 이뤄진 이튿날이다. 김 사령관은 지난 4일 공수처에 출석해 약 14시간가량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이튿날 김 사령관을 재차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의 2차 조사일로 염두에 둔 날짜에 맞춰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청한 건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의 당사자인 둘을 대질 신문하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수처는 지난 5일 오전 출석 요청을 취소하며 박 대령에게 “일정이 변경됐다. 오늘 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그 사유를 설명했다. 박 대령을 부른 이유가 단순한 소환 조사가 아닌 또 다른 조사 일정과 연동된 ‘협조 요청’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사령관과 박 대령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첫 단추이자 진술이 엇갈리는 핵심 쟁점인 ‘윤 대통령 격노설’의 양 당사자다.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쯤 열린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했다는 내용이다.

그 회의 이후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지난 2월 1일, 박 대령 항명 사건 중앙군사법원 재판)며 격노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공수처가 박 대령에게 출석을 요구하면서 “변호인 없이 조용히 와 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박 대령은 사건의 주요 당사자임에도 ‘변호인 없는 은밀한 출석’을 요청한 것 자체가 진술이 엇갈리는 윤 대통령 격노설 등을 확인하려 했을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측과 재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1차 조사에서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했으나 다 묻지 못한 데다 사건의 윤 대통령 격노설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다. 김 사령관은 4‧10 총선 이튿날 내부 전산망을 통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는 지휘서신을 남겼다. 또 지난달 국방부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처리 전후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연이어 소환하고 있다. 김 사령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소환할 계획이다.

공수처가 해병대와 국방부를 거쳐 대통령실로 수사 외압 의혹의 조사 범위를 확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에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 다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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