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3월24일 실종 뒤 5월3일 집 돌아와
견주 “후각 의존해 하천 따라 걸었을 것”
41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진돗개 홍민이. 윤정상씨 제공

“주위가 어두웠지만 갈색 털이 눈에 들어왔어요. ‘홍민아, 너냐?’ 물었더니 꼬리를 흔들더라고요. 드디어 돌아왔구나, 싶었죠.”

실종됐던 1살 남짓한 진돗개가 한 번도 오간 적 없는 길을 헤맨 끝에 41일 만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명견을 찾아서 TV’에 올라온 영상과 진돗개 보호자 윤정상(67)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4월 태어난 이 진돗개의 이름은 ‘홍민이’다. 대전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며 진돗개 10마리를 키우는 윤씨는 평소 축구를 좋아해 키우던 진돗개들의 이름을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따 지어줬다. 홍민이는 손흥민 선수의 이름을 ‘손홍민’으로 착각해 지어진 이름이다.

41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진돗개 홍민이. 유튜브 채널 ‘명견을 찾아서 TV’ 갈무리

홍민이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점잖고 똑똑했다고 한다. 윤씨는 9일 한겨레에 “손님이 와도 절대 먼저 짖지 않고 (목줄을) 풀어 놔도 집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며 “‘앉아’와 ‘일어서’ 같은 명령도 다른 진돗개들은 3년 정도 훈련을 거쳐야 알아듣는데 홍민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잘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홍민이는 3월24일 갑작스레 실종됐다. 이날 윤 씨는 대전 목상동의 한 공원에서 열린 ‘진도견 전람회’에 홍민이를 데리고 갔다. 당시 생후 11개월이던 홍민이는 행사장의 마이크 소리와 다른 개들의 짖는 소리에 겁을 먹어 강아지용 말뚝에 묶어둔 목줄을 풀고 도망쳤다. 홍민이가 없어진 걸 안 윤씨는 곧바로 유기견 센터와 구청에 연락해 홍민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41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진돗개 홍민이와 보호자 윤정상씨. 윤정상씨 제공

그러던 지난 3일이었다. 늦은 밤 윤씨가 운영하는 고물상 마당에서 갑자기 진돗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옆집에 잠시 들렀던 윤씨는 서둘러 고물상으로 향했다. 윤씨는 “주위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갈색 빛깔의 털이 보였다. ‘홍민아, 너냐?’ 물었더니 꼬리를 흔들었다”며 “불을 켜고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홍민이가 맞았다”고 말했다.

홍민이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을까. 홍민이가 실종됐던 대전 목상동에서 윤씨의 고물상이 있는 대전 원동까지는 직선거리로 20㎞다. 더구나 목상동은 홍민이가 이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윤씨는 홍민이가 후각에 의존해 하천을 따라 걸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53호이자 대표 토종견인 진돗개는 충직하고 영민하며 귀소본능이 강하다.

홍민이는 한 달 넘게 집 밖을 헤맨 것치곤 큰 상처도 없고 실종 전과 견줘 살도 많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윤씨는 “목에 풀숲에 사는 진드기가 붙어있어 약을 발라준 게 전부일 정도였다”며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인지 집에 돌아온 뒤 며칠 동안은 계속 누워만 있더니 이젠 밥도 잘 먹고 활발히 움직인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도 홍민이의 귀환을 반겼다. 윤씨는 “이웃들 가운데 돌아온 홍민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고, 홍민이에게 사료나 고기를 주러 종종 들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370 22대 첫 국회의장, 추미애-우원식 2파전…조정식·정성호 사퇴 랭크뉴스 2024.05.12
20369 의료계 반발에 의개특위 “의원에 전공의 전속 배정하는 것 아니다” 랭크뉴스 2024.05.12
20368 "1등 당첨금 10억 실화야?"...'K-로또' 미스테리 랭크뉴스 2024.05.12
20367 "이렇게 9천 원" 춘향이도 놀랄판‥백종원 등판에 '천지개벽' 랭크뉴스 2024.05.12
20366 또 나온 임영웅 미담…“소음 죄송해요” 집집마다 참외 선물 랭크뉴스 2024.05.12
20365 "정부, 라인사태 바다 건너 불구경"…野 이어 與 내부서도 비판 랭크뉴스 2024.05.12
20364 [단독] 배구 곽명우 트레이드 무산…폭행혐의 유죄 탓 랭크뉴스 2024.05.12
20363 최상목 "민주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입법, 위헌 소지 있어" 랭크뉴스 2024.05.12
20362 의개특위 "의원에 전공의 배정 안해…다양한 경험하자는 취지" 랭크뉴스 2024.05.12
20361 젊은 맞벌이 10쌍 중 4쌍 무자녀… “주거 지원 확대 필요” 랭크뉴스 2024.05.12
20360 임영웅 소속사서 주민에게 참외를 돌린 사연 랭크뉴스 2024.05.12
20359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대출 급증… 절반 이상은 ‘다중채무자’ 랭크뉴스 2024.05.12
20358 “애플, 차세대 음성비서 시리 공개 앞둬”… 챗GPT 탑재 유력 랭크뉴스 2024.05.12
20357 미국, ‘중국산 기술·부품’ 커넥티드카 금지…“한국차 대부분 해당” 랭크뉴스 2024.05.12
20356 총선 이후 첫 비공개 고위 당정대…“당 지도부 상견례 차원” 랭크뉴스 2024.05.12
20355 농식품부 "고양이 잇단 급사 원인 미확인‥추가 조사할 것" 랭크뉴스 2024.05.12
20354 조국혁신당, 라인야후 사태에 "항의조차 하지 않아‥어느 나라 정부냐" 랭크뉴스 2024.05.12
20353 ‘친윤 검사’ 출신이 2명이나…혁신과 멀어지는 국힘 비대위 랭크뉴스 2024.05.12
20352 고양이 잇단 폐사 사건 ‘다시 미스터리’···원인 지목 사료 ‘적합’ 판정 랭크뉴스 2024.05.12
20351 추경호 "'채상병 특검법', 기존 당 입장 변화 없어" 랭크뉴스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