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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후문에서 열린 ‘강제징집·프락치 강요 국가폭력 사과·배상 항소와 국가폭력 피해자 국가배상 신청 기자회견’에서 녹화 공작 피해자 고 이종명씨의 딸 이봄씨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현은 기자

“원고 중 강귀원씨가 3월 중순경 사망하셔서요. (원고) 당사자 변동을 해야 합니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66호 법정. 형제복지원 피해자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차 변론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 강귀원(64)씨의 이름이 법정에 울려퍼졌다. 원고 진술이나 피해 확인 등을 위한 것이 아닌, 당사자 사망에 따른 소송 수계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지난 2022년 10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고 지난 202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강씨는 1년 2개월여간 기다려온 재판을 목전에 두고 지난 3월 돌연사했다. 지난 2월 변론 준비기일에 전원 참석했던 원고들은, 이날 역시 강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이 모두 방청석을 지켰다. 재판 참석을 위해 부산에서 열차를 타고 온 원고 정대영씨는 “같이 소송을 제기했던 강씨가 죽었단 소식에 정말 황당하고 슬펐다. 보상받지 못한 강씨의 삶은 어떻게 하냐”며 “강씨는 대전에 살고 나는 부산에 살아서 2월엔 변론준비기일 끝나고 같이 영등포역을 갔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혼자 가게 됐다. 누가 또 어떻게 떠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국가의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 없이 재판 지연과 정부의 항소 제기 등으로 배상이 늦춰지다가 국가 폭력 피해 당사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가 폭력 피해자의 배상 역시 지연되는 가운데, 이날 재판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형제복지원의 불법행위가 국가의 불법행위는 아니다”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피고쪽이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피고쪽은 “피해자들의 입소일과 퇴사일이 불분명하다” “청구 위자료가 과다하다”며 따져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다음 기일은 내달 20일로 잡혔다. 선고까지는 여전히 여러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가 대상 손해배상 1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법정 앞에 서있다. 장현은 기자

이날 오후 열린 ‘보안대 프락치 강요사건’ 항소심 1차 변론기일에도 피해자 고 이종명 목사 자리에는 소송 수계자 딸 이봄씨가 대신 자리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65년때부터 시작된 강제 징집·프락치 강요 사건은 학생운동에 참가한 대학생을 학교에서 제적하거나 강제로 휴학시켜 군대로 끌고 가 강제징집 피해자들에게 학생운동 동향을 밀고하는 프락치 노릇을 하라고 강요한 사건이다. 대학 시절 프락치 강요를 당한 고 이종명 목사와 박만규 목사는 지난 2022년 12월 진화위로부터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국가 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진화위 조사 결과를 부인했고, 1심에서 일부 배상 금액만 인정이 됐다. 이들은 항소를 제기했다.

“판결문을 읽다보니 그때 끔찍했던 마음의 상처가 돋아 나와서 또 괴롭고 아프다.” 원고 중 한 명이었던 고 이종명 목사는 1심 판결 이후 지병 우울증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이 목사는 함께 재판을 받는 박 목사에게 이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소송 수계를 받아 이날 재판에 원고로 출석한 딸 이봄씨는 이날 법정에서 “국가는 과거의 일이라며, 나라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책임이 없다고 한다”며 “앞으로 한 발짝 더 의미있는 걸음을 뗄 수 있게, 당사자는 비록 없지만, 그들을 위로하고 사과해달라”고 발언했다.

원고쪽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나이가 들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어 어려움을 입으시는 분들이 많다”며 “소송 과정에서의 지연이나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들이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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