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노정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022년 3월 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전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노정희·노태악 대법관이 9일 주요 대법원 선고에서 모두 열외가 되는 이례적 장면이 벌어졌다. 나란히 전·현직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두 사람이 선관위와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사건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서 ‘소쿠리 투표’ 논란을 문제 삼은 일부 유권자들이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도태우 변호사 및 유권자 10명은 2022년 3월 지역 선관위를 상대로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확진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비밀선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위조된 투표지가 존재했다는 취지였다.

선관위는 당시 코로나 19 확진자들이 3월 5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외출해 사전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참관인이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한데 모아 대신 넣도록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권자 입장에서 자신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들어가는지 알 수 없자 ‘사전투표 조작’ 논란이 커졌다.

노정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대법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약 한 달 뒤 사퇴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확진·격리자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소쿠리에 모아놓은 모습. 사진 인스타그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소쿠리 투표’의 무효 여부를 노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가 이날 판단하게 된 것이다. 노 대법관은 이번 합의와 선고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자신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진 사건에 관여하기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노 대법관 없이 이뤄진 이날 선고에서 ‘소쿠리 투표’는 적법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격리자 사전 투표 과정에서 투표참관인 등에게 참여 기회가 주어졌고, 그 과정에 참여한 참관인들로부터 격리자 등의 투표지가 공개됐다는 등 이의가 제기됐다는 정황이 없다”며 “일정 수량의 임시 기표소 운반용 봉투를 종이봉투 등 운반 도구에 담아서 한 번에 사전투표소까지 운반하거나 봉투에 든 투표지를 모아서 사전 투표함에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노정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선관위원장에 임명된 노태악 대법관도 당초 이날 자신이 속한 대법원 1부의 ‘월성원전 감사’ 사건 선고에서 이해 상충 의혹을 받는 유사 입장에 처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는 이날 월성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들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1부에 속한 노태악 대법관이 사건에 관여했을지가 주목받았다. 노 대법관이 노정희 대법관 후임으로 선관위원장에 취임한 지 1년 뒤인 지난해 5월부터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으로 감사원과 악연을 지속해 온 관계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번엔 노 대법관이 전직 산업부 공무원들을 겨냥한 감사원의 ‘월성원전 조기폐쇄’ 감사가 적법했는지를 직접 심판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선 “아이러니하게 공·수가 역전된 상황”(법원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노 대법관 역시 스스로 이 사건 합의 및 선고 과정에서 빠지는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법관 없이 이뤄진 이번 선고에서 대법원은 “애초에 감사원이 적법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 산업부 공무원들이 이를 방해했다는 혐의 역시 인정될 수 없다”는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159 서울 심야 자율주행버스 6개월새 8천여명 탑승…7월부터 유료화 랭크뉴스 2024.05.12
20158 “페더러도 예외 없다” 테니스에 진심이라면? ‘이 병' 주의[일터 일침] 랭크뉴스 2024.05.12
20157 바다 아래 궁금증 풀어주는 ‘해저 지질도’의 세계 랭크뉴스 2024.05.12
20156 우크라 전장에 등장한 2300년 전 고대 무기 ‘마름쇠’…정체는 무엇? 랭크뉴스 2024.05.12
20155 술담배 소비 줄이고 보험료, 교육비 늘렸다...달라진 美 밀레니얼 세대 소비 랭크뉴스 2024.05.12
20154 유방암·대장암보다 생존율 낮은 '심부전', 발병 후 5년 내 60~70% 목숨 잃어 랭크뉴스 2024.05.12
20153 트럼프 측근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해야…한국 자체 핵능력 용인” 랭크뉴스 2024.05.12
20152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합니까" 전공의 이탈 속 심장시술 18% 증가 랭크뉴스 2024.05.12
20151 스위스 이어 스웨덴까지… 美 동결에도 막 오른 글로벌 금리 인하 랭크뉴스 2024.05.12
20150 한국인 20% 갖고 있다는데…알츠하이머 무조건 걸린다는 '이 유전자' 랭크뉴스 2024.05.12
20149 의회 텅 비었는데 ‘현장 방문’…울산시의회 의문의 워크숍 [주말엔] 랭크뉴스 2024.05.12
20148 망치를 든 화이트칼라, 실직 주범 AI 데이터센터를 부술까 [이덕연의 경제멘터리] 랭크뉴스 2024.05.12
20147 북 해커에 털린 법원‥"개인정보 등 1천GB 탈취" 랭크뉴스 2024.05.12
20146 '40대에 교육비를 가장 많이 쓴대요'... 100세 시대 지출은 이렇게 [부자될 결심] 랭크뉴스 2024.05.12
20145 [주간증시전망] 부처님 도와주세요… 15일 美 물가 지표에 울고 웃을 시장 랭크뉴스 2024.05.12
20144 "내 남편,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요"…이 광고의 섬뜩한 진실 랭크뉴스 2024.05.12
20143 50대 종업원 성폭행하려 한 60대 피시방 업주…합의 끝에 집유 랭크뉴스 2024.05.12
20142 "신앙심 돈벌이에 악용했나"... 인천 이슬람 사원 짓겠단 유명 유튜버 불법 모금 논란 랭크뉴스 2024.05.12
20141 입맛대로 사라진 성교육 도서들···“교과서 바깥 세상이 좁아진다” 랭크뉴스 2024.05.12
20140 머나먼 자율주행 꿈… 테슬라는 사기 혐의, 현대차는 상용화 연기 랭크뉴스 2024.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