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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의 한 사무실에서 KBS 취재진이 만난 임영조 씨.

■ "인감증명서 발급을 4번이나 거절당했어요."

충북 충주시에 사는 29살 임영조 씨는 지난해 6월,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단체의 임원 등록에 필요한 인감 증명서를 떼려다 거절당한 겁니다.

무려 4차례나 연이어 거절 당했습니다.

두 번은 부모님까지 모시고 가서 설명하고, 설득하고, 항의도 해봤지만 결국 "발급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임영조 씨는 모 행정복지센터를 수 차례 방문해 인감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제가 의사 표현 능력이 부족하대요."

사실 임 씨는 중증 발달장애인입니다.

당시 인감증명서 발급을 담당했던 공무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인감 등록과 발급 목적을 물었는데, 임 씨가 '회의 참석용입니다'고 답했고 사용 목적을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의사 능력 미비로 판단됐고, 관련 부정 사용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인감 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면서 "임 씨에게 의사 소견서 제출과 성년후견인 제도도 안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인감증명 사무편람」에는 당사자의 의사 표현 능력을 확인한 뒤 발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임에도 누구보다 의사 소통이 원활한 임 씨는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이 생긴 상황에서 발생한 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임 씨는 현재 발달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한국피플퍼스트'의 임원이자 이 단체의 충주센터장이기도 합니다.

2019년부터 4년 동안 또 다른 장애인 단체 소속으로 고용노동부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다른 장애인들의 취업 연계와 상담을 도울 만큼 의사 소통이 자유롭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과도한 행정, 사무 편람 수정해야"

이후, 지역의 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장애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한, 과도한 행정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인감증명법」에서 신청인이 인감증명서의 사용 목적을 밝혀야 하거나 발급 기관에서 사용 목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사자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 능력은 필수적인 요구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씨의 경우 서류 발급이 거부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인권위는 "당시 공무원이 사무 편람에 근거해 선의의 목적으로 임 씨에게 성년후견인 제도를 안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감증명서 발급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의사 능력 확인이 과도하게 이루어지지 않도록 '사무편람' 내용을 수정할 것"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권고했습니다.

또 충주시장에게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재발 방지 교육을 하는 등 이 사건의 진정 사례를 전파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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