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오늘 질문 준비 많이 하셨습니까.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충분히 받도록 하겠습니다."윤석열 대통령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약 1년 9개월 만의 소통 자리에서 20개의 질문에 막힘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수사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다소 동요하는 반응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라는 제하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붉은색 넥타이에 남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은 20분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말할 때 고개를 양쪽으로 자주 돌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명패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이 담겨 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위해 이동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브리핑룸에 들어왔다. 대통령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고 질의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취재진 대부분은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기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더 만들어달라"는 첫 질문에 윤 대통령은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 본격적인 질의응답에 들어갔다.

이후 정치·외교·경제·사회 분야로 나눠 70여 분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주제 분야와 순서 정도만 사전 협의가 이뤄졌고, 세부 내용에 대한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도 최근 일정을 비운 채 예행연습까지 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하실 만한 질문들 위주로 준비하자'고 말했고, 가능한 한 모든 주제에 대해서 질문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갔지만, 여권이 참패한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나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불거진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관련 질문이 쏟아진 정치 분야 답변 때는 다소 상기된 모습도 보였다. 특히 김 여사 관련 질문에 답할 때는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졌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관련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도 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답변을 길게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하신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신가" 등 가벼운 농담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한 노력도 했다.



기자회견 막바지 사회를 맡은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시간상의 이유로 질문을 더 받지 않으려 하자, 윤 대통령은 먼저 "한 분만 더 받아보시죠"라고 제안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또 이런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서 여러분을 뵙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일보

우태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