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고지도자 교령이 종무원장을 해임하자
감사원장이 교령 징계하고 3년 권리정지
법원 결론 늦으면 '한 종교 두 수장' 위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3∙1운동의 한 주축(의암 손병희)이었고 민족종교로 유서 깊은 천도교. 이 천도교가 최근 수뇌부 간에 벌어진 내부분열로 인해, 치열한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단 최고지도자의 인사권 행사에 감사기구가 제동을 걸면서, 이 갈등이 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천도교가 차기 대표 선출을 곧 앞두고 있어, 종단 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천도교의 박상종 교령(최고지도자)은 1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종무원장(행정책임자) A씨와 감사원장(감사책임자) B씨의 사무실 출입과 업무방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3월 11일에는 A씨와 B씨를 채무자로 하는 징벌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도 냈다. 두 사건은 모두 민사합의51부에 배당돼, 각 한 차례 기일로 심문이 종결됐다.

동학(창시자 최제우)에 뿌리를 두고 1905년 설립된 천도교는 항일운동과 사회개혁을 주도하며 한국의 7대 종교로 자리 잡았다. 투표로 뽑는 임기 3년의 교령을 중심으로 △행정기구인 종무원 △의회기구인 종의원 △감사기구인 감사원을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 천도교유지재단 이사장을 지낸 박 교령은 2022년 3월 36대 교령으로 선출됐다.

갈등은 '동학 3·1독립역사 문화관' 사업에서 시작됐다. '수련문화 활성화'를 임기 중 역점 사업으로 내세운 박 교령은 취임과 동시에 문화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던 A씨와 계약해지 문제로 충돌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박 교령은 직권으로 A씨를 해임했다. 이후 종무원장에 다른 교인이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이 사안을 검토한 감사원장 B씨는 종무원장 편을 들었다. 감사원은 "종무원장은 감사원 결의에 해당하는 징벌 사유 없이 해임할 수 없다"고 해석한 뒤, 박 교령이 인사조치 과정에서 수차례 교헌(교단의 헌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리고 박 교령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박 교령은 "임명권자에겐 해임권도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한데도 초월적 유권해석을 내놓았다"고 반발하며, 자신에 대한 징계를 안건으로 하는 감사회의를 열 수 없도록 해달라는 가처분도 냈다.

문제는 복잡해졌다. 징벌 결의를 위한 감사회의와 종의원회의가 법원 판단보다 앞서 열렸기 때문이다. 회의 결과 박 교령의 교권(종교인으로서의 권리)을 3년간 정지하는 처분이 가결 정족수를 딱 맞춰 통과했고, 3월 중징계가 확정됐다. 박 교령은 다시 한번 법원에 "효력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 심리가 이어지는 사이 후임 교령 선출 시점이 9일로 정해졌다.

법원 결론이 늦어진다면, 천도교는 중세 가톨릭의 대분열(최대 세 명의 교황)처럼 '한 종교 두 수장'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다. 천도교 역사상 감사원에서 교령 징계가 결정된 사례는 과거 타 종교 행사에 참여해 추대사를 읽은 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통상적 사건 처리 과정에 따라 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7222 캐나다 중앙은행 4년여만에 금리 인하…4.75%로 0.25%p↓ 랭크뉴스 2024.06.06
17221 '암흑' 우크라…전쟁으로 발전설비용량 55→20GW 급감 랭크뉴스 2024.06.06
17220 조선왕실 최고보물 경복궁 땅 밑에…뒤집어진 거대한 ‘정조 현판’ 랭크뉴스 2024.06.06
17219 한강에서 호화 파티 투자자 모집‥'4천억원대 유사수신' 아도인터내셔널 검거 랭크뉴스 2024.06.06
17218 교감 뺨 때린 초등생 엄마 “진위 가릴 가능성 있다” 랭크뉴스 2024.06.06
17217 KBS 결국 입장 밝혔다…"천재 김호중에 관용을" 팬 호소에 남긴 말 랭크뉴스 2024.06.06
17216 [단독]HBM 소부장 R&D, 30~50% 稅공제 추진 랭크뉴스 2024.06.06
17215 교감 따귀 때린 초등 3학년‥"폭탄 돌리기 이제 그만" 랭크뉴스 2024.06.06
17214 美 보잉 '스타라이너' 첫 유인 시험비행 이륙 랭크뉴스 2024.06.06
17213 길 가다 시뻘건 하수구에 '경악'…"진짜 정신머리 없다" 시민들 분노 랭크뉴스 2024.06.06
17212 베트남 며느리 성폭행하려 한 시아버지…남편은 신고 막았다 랭크뉴스 2024.06.06
17211 “모디 인도 총리 ‘3연임’ 성공···8일 취임식 예상” 랭크뉴스 2024.06.05
17210 빠르면 올해 지구기온 상승폭 1.5도 넘는다···5년 안에 사상 최악 더위 찾아올 가능성 86% 랭크뉴스 2024.06.05
17209 시아버지가 성폭행 하려했는데…정작 베트남 아내 신고 막은 남편 랭크뉴스 2024.06.05
17208 서북도서 해상 포사격 훈련 이달 재개…북 도발시 즉각 대응 랭크뉴스 2024.06.05
17207 "30대에 출소하면 계획은"…인천 초등생 살해범 옥중 편지 랭크뉴스 2024.06.05
17206 이건희 컬렉션 그 후…대중의 품에 안긴 역사적 작품들 랭크뉴스 2024.06.05
17205 '밀양 성폭행' 피해자 지원단체 "가해자 공개 동의한 바 없다" 랭크뉴스 2024.06.05
17204 "싸이 온다" 수만명 몰리는데…주막 머무르며 춤춘 전북경찰청장 랭크뉴스 2024.06.05
17203 ‘100년 역사’ 허물고 아파트 세운다고?…부산 시민들 반발 랭크뉴스 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