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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물론 피해자 개인정보 확산
"부디 억측 자제해 달라" 유족 호소
"사적제재에 열광 분위기 제어해야"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A(25)씨의 얼굴. 그의 이름, 학교, 생일 등 구체적 신상이 이미 온라인에 퍼진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연인을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의 신상정보가 퍼지는 과정에서 피해자 얼굴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도 무분별하게 유포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적제재'의 부작용이 '2차 가해'에까지 여파를 미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전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A(25)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A씨는 6일 오후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불러내 대화하다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옥상에서 남성이 투신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A씨를 구조했는데,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그의 진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시신을 발견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각종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등 사적제재 분위기는 뚜렷하다. 특히 경찰 조사단계에서 그가 서울 명문대 의대에 다닌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점이 알려지면서 기폭제가 됐다.

수능 만점을 받은 직후 A씨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유명 유튜브, 언론사 등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때 공개된 내용을 근거로 얼굴, 출신 지역, 학교, 가족사 등이 온라인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 심지어 가해자의 SNS 계정과 생년월일, 성적표 사진들까지 확산하는 중이다. 4년 전 폐쇄됐다가 최근 운영을 재개한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도 이날 오전 A씨의 정보가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불특정 다수가 가세한 사적 응징의 폐해는 곧장 드러났다. 숨진 피해 여성의 신상까지 함께 퍼진 것이다. 현재 A씨의 SNS 계정에는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과 찍은 사진이 게시돼 있는데, 몇 번의 조작만으로 타인의 계정을 쉽게 찾을 수 있는 SNS 특성을 활용해 일부 네티즌은 피해 여성의 계정을 특정해 공유하고 있다. 단순 공유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 계정에 몰려가 2차 가해성 댓글을 다는 일까지 지속되면서 유족의 충격은 배가됐다. 급기야 피해자 언니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신상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동생 계정을 삭제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오류가 걸려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부디 동생에 관한 억측은 자제해 달라"고 호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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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50709050000728)

사적제재가 촉발한, 예기치 못한 피해는 꾸준히 있었다. 2020년 디지털 교도소 1기 사이트에서 범죄자로 오인돼 신상이 공개됐던 한 대학생은 목숨을 끊었고, 무고하게 성착취범으로 몰린 대학교수도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지난해 9월 대전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사건을 두고 일부 자영업자 매장이 가해 학부모 가게로 잘못 지목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3선 국회의원이 연관돼 있다"는 뜬소문이 돌아 명예훼손 고소전으로 비화했다.

사적제재가 수사·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중의 응징 욕구를 충족해주는 측면은 있지만, 2차 가해 등 사법체계의 틀을 벗어난 역기능도 분명한 만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를 지낸 장윤미 변호사는 "가해자의 신상을 유포하는 것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사안인데, 관심을 받고 싶어 피해자 개인정보까지 퍼뜨리고 공유하는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커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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