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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강윤중 기자


경향신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인터뷰한 시민들은 윤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불통’ ‘독불장군’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오랜 검찰 간부 생활에서 연결된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이미지로 윤 대통령을 떠올렸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여당에 관여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대하기를, 야당과 많이 소통하고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길 주문했다. 검찰이나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 위주의 인선에서 벗어나 각계 전문가와 자신을 비판했던 인사들을 과감히 등용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시민이 많았다. 울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광순씨(51)는 “윤 대통령이 독불장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부족하다”면서 “검찰일 땐 청렴결백하단 의미였을지 몰라도 대통령이 되고 눈과 귀를 닫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회사원 오모씨(33)는 “‘바이든 날리면’ 때문에 MBC 기자들을 순방 비행기에 못 타게 한 사건”을 예로 들며 “독단적이고 일방적”이라고 했다. 직장인 염모씨(51)는 “소통 없이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데뽀’”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부(67)는 “부인이나 장모 문제도 그렇고, 공정이 아니라 자기 식구들에 편파적인 이미지”라고 질타했다.

윤 대통령의 오랜 검찰 경력과 지금의 이미지를 연결 짓기도 했다. 인천의 최병태씨(75)는 “어떨 때는 조폭 같은 독선적인 이미지”라면서 “검찰 생활에서 오래 배어서 그런지 한 번 지시하면 무조건 하라는 스타일 같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59)는 “검찰총장하듯이 내가 하면 다 된다는 권위적인 이미지”라고 했다.

젊은 층에서는 진솔한 소통이 없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부산의 대학생 박모씨(27)는 “도어스테핑(출근길문답)으로 소통을 강조했는데, 지난달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질의응답도 받지 않고 퇴장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방모씨(23)는 올해 KBS 신년 대담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한 발언을 기다렸는데 사과하지 않은 점을 들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아예 다르구나 느꼈던 순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이미지? 호통친다, 술 많이 먹는다” 김모씨(41)
“김 여사 사건 대하는 태도 조국과 다를 바 없다. 불통이고 속 좁아” 방모씨(23)
“왕조시대가 아닌데 왕 같은 느낌” 최병태씨(75)
“벌거벗은 임금님 떠올라” 전모씨(34)
“화통한 이미지. 야당 지자체장과도 스킨십 좋아보였다” 김모씨(47·가명)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김모씨(75)

“매일 술 먹고 본인 얘기만 하는 부장님”(김모씨·35) “술 좋아하고, ‘라떼’(나 때는 어땠다)를 시전하는 아저씨”(황모씨·43) 등 술과 관련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여성들은 윤 대통령의 ‘쩍벌’ 자세를 꼽으며 “다른 사람 앞에서 예의와 존중을 보였으면 좋겠다”(윤모씨·44)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른바 대파 논란, ‘입틀막’ 사건, ‘바이든 날리면’ 사건, KTX 앞 좌석에 신발 신고 발을 올린 모습 등 윤 대통령이 비판받았던 사건을 드는 경우도 있었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대통령실이 상위인 당정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대통령이 지난해 김기현 전 대표 뽑힐 때 여당에 너무 개입했다”며 “여당에 대한 관여를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씨는 “본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무개입으로 유죄 판결도 받게 만들지 않았나”라며 “당심을 민심으로 만들려다 실패했으니, 이제 민심을 당이 받들고, 당심을 윤심이 받든다는 마인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이 아닌 국정파트너로 대우해야 한다”(유모씨·59)는 주문이 많았다. 울산 자영업자인 이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두고 “반짝 만남이 아니었으면 한다. 싸우든 어떻든 계속 만나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힘이 대통령에게 더 있으니 먼저 손을 내밀어서 사전 조율도 하고, 술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모씨(40)는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내가 강하다’고 하기보다 (상대방에) 맞을 때 동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검찰 인맥에서 벗어나 내각의 인적 풀을 넓혀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김씨는 “범죄자들 다루던 검사들이 무슨 전문가라고 공직에 들어와 행정을 하나. 검찰 출신 좀 안 뽑았으면 좋겠다”며 “윤 대통령과 아무 관계 없는 전문가들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공직 경력은 부족해도 민생을 잘 아는 각계 전문가를 기용해 민생과 가까운 대통령실과 내각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오씨는 “내각에 윤 대통령과 성향이 다르더라도 대중의 지지율이나 민심 동향을 파악하는 데 있어 민감한 사람을 포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씨는 “대통령에 쓴소리했던 유승민이나 김웅 의원 같은 분 앉히면 이미지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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