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재산권 침해하는 재개발 정비사업 결사 반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1동의 노후 주택단지에는 이런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곳에서 41년을 거주했다는 A씨 역시 스티커를 붙인 이들 중 하나다. 그는 주택공급 확대를 명목으로 한 정부의 재개발 규제 완화가 외부 투기 세력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재개발에 적극적인 연립·다세대는 전체 동수의 20%도 안 됩니다. 대부분이 강남에서 신축 아파트를 받겠다며 투자 목적으로 유입된 외지인이고요. 그들 때문에 수 십년간 살던 원주민이 터전에서 밀려나야 하는게 말이 됩니까.”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1동의 노후 주택단지에는 “재산권 침해하는 재개발 정비사업 결사 반대”라고 적힌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있었다. 심윤지 기자


서울 강남권의 핵심지인 반포1동에서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연립·다세대를 분양받은 외지인들은 재개발에 적극적인 반면, 월세 소득으로 노후 생계를 유지하는 원주민들은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 주택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규제가 대폭 완화된 탓에 ‘주민들이 원치 않는 재개발’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서초구청에 따르면, 반포1동 내 일부 토지 등 소유자는 지난달 9일 신속통합(신통)기획 재개발사업 후보지 동의서 연번 부여를 신청했다. 연번 부여는 재개발 사업 동의서에 일련 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재개발 사업의 첫 단계다. 이들은 2022년 모아타운을 신청했다가 ‘주민 갈등’을 이유로 반려된 뒤 민간 재개발로 방향을 돌려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단독·다가구 등 통건물 소유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건물은 반포1동 내 전체 건물의 81%(424개동)에 달한다. 보유 토지 면적도 전체의 75%를 넘어선다. 하지만 건물 한 채를 한 명이 보유하다보니 인원으로 따지면 전체 소유자의 25%로 적은 편이다. 재개발 사업의 핵심인 ‘동의율’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반포1동 곳곳에 있는 신축빌라. 상대적으로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신축빌라가 재개발에 동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심윤지 기자


현재 반포1동에서는 재개발에 우호적인 연립·다세대 가구만으로도 신통기획 후보지 신청(30%)은 물론 조합 설립(75%) 동의율 확보까지 가능하다. 신논현역과 논현역을 사이에 둔 더블역세권으로 반포자이를 맞은 편에 두고 있는 만큼 사업성도 높다. 그럼에도 재개발이 더뎠던 이유는 우후죽순 생겨난 신축빌라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1·10대책’으로 재개발 노후도 요건이 67%에서 60%로 완화되자,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장벽’까지 무너졌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반포1동재건축반대비대위원회가 추산한 반포1구역의 노후도는 61% 수준이다. 이들은 노후도 1%포인트를 올리는데 약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정부의 노후도 규제 완화로 재개발 속도가 7년 정도 단축된 셈이다.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 B씨는 “접도율같은 전통적인 재개발 규제도 대폭 완화된 상태라 일부 통건물 소유자가 찬성으로 돌아서 토지면적 조건(50%)까지 충족하면 강제수용까지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C씨는 “정부가 토지면적이나 노후도 기준을 언제 더 내릴지 몰라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한 반포1동의 모습. 심윤지 기자


주민들은 외지에서 유입된 투자자들이 재개발 추진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남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말에 비교적 소자본으로 신축 빌라를 분양받은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반포1동 연립·다세대 99동 중 지어진 지 30년 이상된 노후동은 20동(20%)에 불과하다.

주민 B씨는 “노후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생활 상의 불편을 느낄때는 당연히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반포1동에 있는 연립다세대 건물의 80%는 지은지 오래되지 않은 멀쩡한 건물인데 강남 요지의 아파트를 챙기겠다고 부수자는건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이 지역 연립·다세대 시세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22년 모아타운 공모시 동의서를 제출했던 A빌라의 전용면적 28㎡ 시세는 2021년 4억3000만원에서 2023년 6억500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올랐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갭투기 세력이 유입되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재개발이 필요했음에도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지역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관계자 역시 “투기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주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장 교란행위 발견 시 관계법령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주민 갈등 커진 ‘모아타운’…투기 세력 의심되면 착공·건축허가 제한소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를 재정비하는 사업인 ‘모아타운’을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반대 집회까지 열리면서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https://m.khan.co.kr/economy/real_estate/article/202403211115011#c2b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 사업은 10년 넘게 규제완화가 트렌드였다”면서 “주택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계속 풀다보니 재개발을 원치 않는 집주인들이 동네에서 밀려나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803 [속보] 정부 "의료계 측, 여론전 통해 재판부 압박 공정한 재판 방해하려는 의도" 랭크뉴스 2024.05.13
20802 [단독]‘차기 총장 하마평’ 최경규 부산고검장도 ‘사의’···검찰 고위급 인사 임박? 랭크뉴스 2024.05.13
20801 “의대 증원 자료 공개 삼가달라”…“미복귀 전공의 ‘전문의 자격’ 1년 지연” 랭크뉴스 2024.05.13
20800 정부 “의사 이탈 후 경영난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선지급” 랭크뉴스 2024.05.13
20799 경찰, ‘배임·횡령’ 혐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4.05.13
20798 검찰조사 최재영 “김건희, 아무것도 안 받았으면 아무일 안 생겨” 랭크뉴스 2024.05.13
20797 정읍서 붙잡힌 태국 파타야 ‘한국인 살해’ 용의자…혐의 부인 랭크뉴스 2024.05.13
20796 ‘김건희 여사 고가 가방’ 최재영 목사 검찰 출석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5.13
20795 네이버 노조 첫 공식 입장 "라인 매각 반대‥정부는 적극 대처해야" 랭크뉴스 2024.05.13
20794 '입틀막 경호처' 차장의 승진‥"병무청장 영전?" 野 발칵 랭크뉴스 2024.05.13
20793 이제 병원·약국 갈 때 신분증 필수…"깜빡하면 진료비 다 낼 수도" 랭크뉴스 2024.05.13
20792 ‘해병대원 순직’ 임성근 전 사단장 “제가 안한 지시를…” [지금뉴스] 랭크뉴스 2024.05.13
20791 '양도세' 강화한 文 정부… 집값만 더 올렸다 랭크뉴스 2024.05.13
20790 음주운전에 '제2 손흥민' 꿈 꺾였다…7명에 새삶 주고 떠난 청년 랭크뉴스 2024.05.13
20789 제2 손흥민 꿈꾸던 축구 유망주, 뇌사 장기기증 7명 살려 랭크뉴스 2024.05.13
20788 은행·보험사, PF사업장에 최대 5조 공동대출 랭크뉴스 2024.05.13
20787 230조 PF 옥석가리기 내달 본격화…은행·보험 5조 뉴머니 투입 랭크뉴스 2024.05.13
20786 [속보] 대통령실 “윤 대통령, 저출생수석실 설치 지시” 랭크뉴스 2024.05.13
20785 [르포]석굴암 코앞까지 밀려온 산사태···24개소 뚫렸지만 파악도 못해 랭크뉴스 2024.05.13
20784 교차로 진입 직전 노란불… 대법 “안 멈추면 신호위반” 랭크뉴스 2024.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