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해 9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1월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1년 동안 가르쳤던 학생의 학부모가 종업식 다음 날 경찰에 자신을 아동학대죄로 고소한 것이다. A씨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1년 내내 고의로 수업을 방해하고 자신에게 반말을 일삼았다. 하지만 학부모는 A씨가 자녀에게 “상담을 받아라” “본인 행동에 대한 글을 써라”고 한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넉 달 간의 조사 끝에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교사들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교권 침해를 호소하며 상담한 사례 중 일부다. 스승의날(15일)을 앞두고 ‘2023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해 서울 서이초 사건이 있었음에도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여전하다”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이초 사건에도 교권침해 여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이었던 지난해 9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8일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519건이었다. 전년도(520건)와 비슷한 수치이지만, 올해는 상반기(312건)와 하반기(207건) 간 격차가 있었다. 교총 측은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에서 1학년 담임이 자신의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교권침해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교권을 침해한 당사자로는 학부모가 251건(48.4%)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241건)과 비교했을 때 올해는 오히려 10건이 더 늘었다. 이어 교직원 125건(24.1%), 학생 75건(14.4%), 처분권자 51건(9.8%), 제3자 17건(3.3%) 순이었다.



“학부모의 무고·업무방해 처벌 필요”
김주원 기자

교사들을 가장 괴롭힌 건 ‘아동학대 신고’였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 유형으로는 학생지도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아동학대 신고 관련이 96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피해 사례로는 학교폭력이 발생해 분리조치를 위해 가해 학생을 상담실로 보냈더니 학부모가 감금이라고 주장하며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장애인을 비하한 학생에게 사과를 시켰더니 공황장애가 왔다며 정서적 아동학대로 몰린 경우 등이 있었다.

김영춘 교총 교권강화국장은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경찰, 지자체, 교육청으로부터 이중삼중 조사를 받고 경제적 손실은 물론 심신이 황폐화되는 극한상황에 내몰리는데, 학부모는 무혐의 처분이 나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없다보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혐의, 무죄로 결정 나는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무고, 업무방해 등으로 강력 처벌하도록 교원지위법 등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사고, 몰래녹음 등 다양한 유형 증가

한 특수학교 교사가 적발한 소형 녹음기. 사진 전국특수교사노조
학교안전사고로 인한 교권침해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피해 중 학교안전사고 관련은 2022년에 17건(7.1%)에서 지난해 32건(12.8%)으로 늘었다. 유치원 원아의 손 끼임 사고에 대해 교통비, 성형비, 트라우마 치유비를 요구하거나 쉬는 시간에 발생한 안전사고를 교원이 모두 책임지라는 등 다양한 유형의 안전사고 관련 교권침해 사례가 접수됐다. 교실에서의 몰래 녹음 사례도 9건 접수됐다. 교총은 “몰래 녹음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법원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서울 서이초 사건 이후 학부모 교권침해 상담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고무적이지만 교원들은 여전히 만연한 교권침해에 고통받고 있다”며 “상반기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지난해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처음으로 600건을 넘어섰을 것이다”고 말했다.

여난실 교총 회장직무대행은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교권이 바로 설 때 실현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요구한 입법·정책 개선과제를 포함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8639 "사진으로 찍은 신분증도 되나"…내일부터 병원 본인 확인 Q&A 랭크뉴스 2024.05.19
18638 대법, '불륜' 재판에 제출된 불법 녹음파일 "증거 능력 없다" 랭크뉴스 2024.05.19
18637 “김여사, 대통령 아냐”…민주당, 통장 잔고 위조 무혐의 비판 랭크뉴스 2024.05.19
18636 ‘불륜’ 재판에 제출된 ‘스파이앱’ 녹음파일…대법 “증거능력 없다” 랭크뉴스 2024.05.19
18635 뉴진스 멤버 부모들,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 전문 변호사 선임 랭크뉴스 2024.05.19
18634 27년 만의 의대증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 조정능력[박홍용의 토킹보건] 랭크뉴스 2024.05.19
18633 당정대, 오늘 비공개 고위협의회…의대 증원 문제 등 협의할 듯 랭크뉴스 2024.05.19
18632 경주서 500㎏짜리 사료 하차 작업하던 70대 사망 랭크뉴스 2024.05.19
18631 나경원, 문재인 회고록에 대해 “여전히 김정은 대변인” 비난 랭크뉴스 2024.05.19
18630 ‘교회 여학생 사망’ 관련 50대 구속…고개 가로저어 아동학대 부인 랭크뉴스 2024.05.19
18629 서울 상위 0.1% 부동산 임대소득 13억원 육박‥세종과 4.7배차 랭크뉴스 2024.05.19
18628 콘서트 강행한 김호중 “진실은 밝혀질 것”… 심경 토로 랭크뉴스 2024.05.19
18627 “푸틴, 방북 준비 진행 중”… 북·러 관광도 보고받아 랭크뉴스 2024.05.19
18626 어셈블로이드, 장기 대체 넘어 질병 일어나는 과정까지 밝혀낼까 랭크뉴스 2024.05.19
18625 [스트레이트 예고] 'CEO보험'과 '금수저' 설계사 - 탈세 비즈니스의 탄생 랭크뉴스 2024.05.19
18624 “야밤에 비상계단 깎아냈다”… 대구 아파트 ‘부글부글’ 랭크뉴스 2024.05.19
18623 5호선 연장 노선안 확정 임박…인천-김포 기싸움 치열 랭크뉴스 2024.05.19
18622 경북경찰, 오늘 ‘해병대원 순직’ 간부들 대질조사 랭크뉴스 2024.05.19
18621 피식대학 혹평에 백반집 사장 “힘들어 폐업 고민” 랭크뉴스 2024.05.19
18620 새벽 전주 음식점 돌진한 1t 트럭…운전자는 만취 상태 랭크뉴스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