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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KBS 자료화면).

■ 트랜스젠더=성전환 수술? 법원 판단은….

남성 또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성(性) 정체성을 갖고 자란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트랜스젠더, 성전환자, 성 소수자 등으로 부릅니다.

통상적으로 트랜스젠더를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으로 인식합니다.

사회적인 인식뿐만 아니라, 법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원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을 허가할 때, 관행적으로 '성전환 수술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체적인 성전환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 5명과 여성 1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습니다.

법원은 그동안 성전환 수술을 해야 성별 정정을 허가해 온 관행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의 가족관계등록예규 개정안.

■ 대법원 예규 근거해 '성전환 수술' 사실상 강요

대법원은 2006년 6월 22일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을 처음으로 허가했습니다.

이후 호적 정정 허가 신청에 필요한 사항과 재판 절차 등을 담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호적예규 제716호)'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예규에는 '성별 정정의 허가 기준'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음이 인정될 것 △성전환 수술의 결과 현재 반대의 성으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생식 능력을 상실하였고, 향후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없거나 극히 희박하다고 인정될 것 등을 정했습니다.

성별 정정 허가 신청서에도 성전환 시술 의사의 소견서 등을 첨부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상 성전환 수술 여부가 명백하게 입증돼야 성별 정정을 허가하도록 한 겁니다.

이런 예규는 몇 차례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허가 기준'이 아닌 '조사 사항'으로, 다시 '참고사항'으로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완화 조치에도 법원에선 '성전환 수술' 혹은 '생식 능력 제거 수술'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관행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

■ "성전환 수술 강요는 위헌"… 법원 관행 깨고 '성별 정정' 허가

이런 관행에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대법원의 최근 판례 등을 근거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성전환자에게 성별 정정을 위해 외과적 수술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적 온전성을 스스로 침해할 것을 부당히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뿐만 아니라 여기에 따른 성적 자기 결정권과 신체권(신체의 온전성)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도 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법원 예규와 관련해서도 "법률이 아니므로, 성전환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이 사건 각 조항(예규)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그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을 고려한 성별 정정 허가의 요건으로 △성 정체성 형성에 관한 '주관적' 경험과 인식 △전환된 성으로서 성 역할 수행 △의학적 기준 △신체 외관 △제3 자의 인식·수용 여부 등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의학적 기준과 신체 외관에서도 '성전환 수술 여부'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런 법리 해석 등에 따라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6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했습니다.

한 남성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확고하게 여성으로의 성 정체성을 갖고 목소리, 두발, 의복 등을 여성처럼 하고 다녔고, 정기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아온 점 등이 인정돼 "법률적으로도 출생 당시의 성인 남성이 아닌 전환된 성인 여성이라고 평가하기 충분하다"고 성별 정정을 허가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사단법인 청소년 성 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송지은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현행 대법원 지침의 성전환수술 관련 조항이, 법률유보원칙 및 비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대법원은 신속하게 관련 조항을 폐지해, 하급심 법원들이 허가 기준의 일관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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