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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들 '호텔 선택'의 기준
중국=신라호텔 미국=그랜드하얏트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 윤호중 간사장을 면담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한일중 정상회의가 이달 26일부터 이틀간 열릴 전망입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데, 숙소로는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을 선택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통 일본 하면 롯데호텔이었습니다. 일본 정상은 물론 주요 인사들이 예외 없이 롯데호텔에 여장을 풀어왔기 때문입니다. 2015년 한일중 정상회의, 그전까지는 말입니다.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선택은 롯데호텔 근처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이었습니다.
결정적 계
기는 ‘자위대 행사 거부’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2014년 7월 일본 자위대 60주년 기념행사를 유치했는데, 롯데호텔이 행사를 하루 앞두고 돌연 장소 제공을 취소하면서 일본 정부 심기를 건드렸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뒤끝을 보였다는 겁니다.

악연의 시작은 자위대 행사 거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한 지난해 5월 기시다 총리 숙소로 알려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서 경호요원들이 동선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롯데호텔은 “국민 정서를 고려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상세히 설명했지만, 소용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일본 정부, 주한 일본대사관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롯데호텔은 한동안 배제가 됐습니다.

물론 일본 경제인들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은 롯데호텔을 꾸준히 애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한 일본대사가 여는 일왕 생일 축하파티도 롯데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정부 차원에서의 '보이콧'에 머문 것인데, 감정의 골이 깊었던 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감정이 풀리나 싶을 때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롯데호텔로선 일본 정부 행사 유치 기회를 얻긴 더 어려워졌죠.

롯데호텔 측에서도 관계 복원에 꽤나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성과도 있었습니다.
기시다 총리 부임 후 꽁꽁 얼었던 일본 정부와 롯데호텔의 관계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분위기가 감지
됩니다. 지난해 5월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했을 당시 롯데호텔에서 묵으면서 악연은 끊어냈다는 관측입니다.

일본 정상과 멀어졌지만 ‘빈 살만 효과’ 톡톡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22년 11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처


호텔이 외교 행사에 있어 특별히 주목을 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각종 국제회의가 열리는 장소이자, 정상회담차 찾아온 각국 정상의 숙박의 책임을 호텔이 지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모이고, 일반 투숙객과 동선이 겹칠 수도 있어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사고가 나기 십상입니다. 조그마한 실수도 간혹 외교 결례가 될 수도 있어, '의전의 최전선'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경호와 보안 측면에서 호텔이 저마다의 탄탄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롯데호텔은 사실 국빈급 인사의 숙소로 사용하기엔 제약이 많은 곳입니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필요 이상으로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경호에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에 고층 건물까지 많아 시야 확보도 제한이 됩니다.

롯데호텔은 그럼에도 2022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손님으로 맞으면서 최근 수년 사이 가장 성공한 외빈 유치 마케팅 사례
를 남겼습니다. 1박에 최대 2,200만 원으로 알려진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신관) 최상위 객실 460.8㎡(약 140평) 규모 로열 스위트룸에 투숙했습니다. 투숙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이곳에서 우리나라 재계 총수들과 ‘네옴시티’ 사업 등을 위해 연쇄 회담을 가지면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화제가 됐죠.

참고로 무함마드가 묵은 숙소는 2개의 침실과 응접실, 파우더룸, 드레스룸, 화상회의가 가능한 별도 회의실, 홈바, 건식 사우나 등을 갖췄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일반 투숙 고객들과 동선이 잘 겹치지 않는 점 또한 고려됐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정상 가운데선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과 인도, 독일 총리 등 국빈뿐 아니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영국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등도 찾았다고 하네요.

외교 관계자는 “각국 정상이 선택하는 호텔에선 이처럼 산업적 측면을 넘어 각국이 중시하는 요건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
라고도 합니다. 가령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 또 다른 참가국인 중국의 경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을 주로 활용하는데, 이는 앞서 중국 정상들이 이곳을 애용하면서 VIP 투숙객 신변 안전과 동선 등에 대한 매뉴얼이 한층 견고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신라호텔, 미국=그랜드하얏트 고수

2014년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전시관을 참관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 시 묵었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엔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 등이 머물렀는데, 이곳에는 투숙객의 안전과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옥상 헬기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비상구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에 대한 의전과 경호에 대한 노하우가 갖춰진 점도 큰 몫을 합니다.

9년 전 리커창 전 중국 총리에 이어 올해엔
리창 총리도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신라호텔을 활용할 듯
합니다. 한 교수는 중국이 신라호텔을 애용하는 배경에 대해
“전통을 중시하는 중국 정서에 맞고, 호텔 내 중식당도 굉장히 유명해 중국 인사들이 1순위로 두는 곳이 신라호텔”
이라고 합니다. 또 규모가 크고, 도심에 있어 남산을 즐기거나 경관이 훌륭한 점도 중국에 인기가 높은 이유로 꼽힙니다.

이번 회담엔 참석하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들은 남산 중턱의 그랜드 하얏트호텔을 사실상 ‘고정 숙소’로 이용
해 왔습니다. 조지 부시 부자와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모두 이 호텔에서 묵었습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남산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용산 주한미군 기지가 바로 앞에 있어 보안과 경호에 유리하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최근 수년 사이엔 미국 관료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이 가까운 자국 브랜드 호텔인 ‘포시즌스’도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 교수는 “정상회담에 함께 오는 이른바 ‘옵서버(참관인)’들이 대부분 각국 오피니언 리더인 데다, 호텔 서비스가 좋다거나 F&B(식음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앞으로도 계속 그곳을 찾게 된다”며
“호텔 차원에서도 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구성원 대부분의 자신감이 커지고 내공도 높아지게 된다”
고 했습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특급호텔들의 수준도 조금씩 높아질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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