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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이탈 3개월, 대학병원 앞 약국은 매출 30~40% 감소
일반의약품 중심인 종로5가 약국은 북적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하면서 벌어진 의료공백 사태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대학병원 인근 약국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들은 손님 없이 한산했다./유병훈 기자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기 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손님이 30~40%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드니 이제는 약국을 운영하기가 정말 버겁네요.”

지난 7일 낮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인근에 있는 A 대형약국의 한 약사가 한 말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3개월이 다 되가면서, 대학병원 인근 약국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수술 준비 등을 도맡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자 대학병원은 응급 중증 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래 환자는 급감했다.

A약국에서 약사 3명이 한 시간 근무하는 동안 손님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카운터를 지키던 한 약사는 “평소 같으면 손님이 한창 몰릴 시간”이라고 말했다. 인근 다른 약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병원 앞 약국 거리에서 약국으로 들어가는 환자는 두 시간 동안 5명에 그쳤다. 이 약사는 “의료 공백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며 “대비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납동 약국가의 주고객은 자동차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들이다. 약국들은 주차 보조 요원까지 두고 환자를 맞는다. 그런데 의료 사태가 다음 달까지 계속되면 주차 요원들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주차보조 요원은 “조만간 고용 약사와 주차 보조요원을 줄일 것이라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약국이라도 대학병원과 관련이 적거나 대체 수요가 있으면 피해가 적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인근의 약국들도 대중교통으로 아산병원을 찾는 환자가 고객이다. 역시 매출이 줄었지만 풍납동 약국가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B약국의 약사는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1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며 “아파트 단지에 있는 의원의 처방 수요가 있어서 경영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C약국도 “손님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는 문전성시였다. D약국 약사는 “종로5가 약국은 대학병원 관련 처방 매출은 거의 없고 일반의약품을 팔아서 수익을 낸다”며 “이번 의료대란은 우리와 전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전문의약품도 의원급 처방 매출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종로5가 약국거리의 대형 약국.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유병훈 기자

대학병원 전공의 이탈이 지속되면서 대학병원에 이어 문전 약국, 제약사, 의려기기 업체의 매출마저 감소하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직격타를 맞은 것은 ‘대학병원’들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일반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세브란스병원은 일반직원 무급휴가를 최대 4주까지 늘렸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1000억원으로 늘렸다. 경희의료원은 경영난에 다음달부터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까지 연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와 제약사들이 대학병원과 약국에 제품을 납품할 때는 선공급 후결제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한 외국계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대학병원들이 두 달째 대금 결제를 미루면서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료 공백은 지난 2월 중순부터 본격화됐다. 업계는 올해 2분기 실적부터 의료 대란에 따른 매출 급감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병원 내원객이 줄어드니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뿐만 아니라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올해 2분기 실적이 처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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