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 반대 의미로 ‘공산’ ‘공산전체주의’ 등
전임 대통령 3명 메시지에는 없던 단어 사용
윤 대통령이 적극 관여해 가능하다는 분석
외교 분야는 ‘중국’ 언급 비중 확연히 줄어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금 우리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개원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높아지던 때였다. 공산전체주의, 기회주의, 추종 등 배타적인 말의 뼈대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지난 2년간 내놓은 메시지에서는 전임 대통령들이 같은 기간 내놓은 메시지에선 보기 드문 단어들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반대 의미로 공산을 60회, 자유민주주의의 반대 의미로 공산전체주의와 공산 세력을 각각 39회, 14회 언급했다. 자유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말한 자유사회, 자유세계, 자유통일, 자유회복 등은 전임 대통령 3명이 같은 기간 낸 메시지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가짜평화는 14회, 위장평화는 3회 쓰였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비난하는 맥락에서다.

윤 대통령이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주 사용한 ‘카르텔’은 32회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1월 신년사에서는 카르텔과 패거리를 결합해 ‘패거리 카르텔’이라는 표현도 2회 사용했다.

‘한 몸’도 윤 대통령만 말한 독특한 단어였다. 윤 대통령은 한 몸을 6회 언급했다. “정부와 기업이 이제 한 몸이 돼야 합니다”(2023년 1월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고 원팀”(2023년 1월1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동행 경제인과의 만찬 간담회) 등 정부와 민간 협력을 강조할 때 썼다. 지난해 10월30일 제4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청소년 대상 불법 도박장 문제를 지적하며 ‘악질범죄’ ‘좀먹다’ 등 강한 표현을 동원했는데 이 역시 전임 대통령들은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이다.

전임 대통령 메시지에서 볼 수 없는 단어 등이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건 그가 직접 메시지를 챙기고 다듬는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메시지 관련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은 대부분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거나 부처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기 때문에 원고를 만들 때 자극적인 단어는 가능한 한 피한다”며 “튈 수 있는 표현을 넣을 수 있는 건 대통령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이 등장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스타일은 대통령의 메시지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서 연설 관련 행정관·비서관을 역임한 강원국 작가는 “대통령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말과 글을 써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를 야기하는 말과 글을 쓴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공격적인 표현이 자주 나타나는 건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강 작가는 “대통령은 사적 인간에서 공적 인간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준비가 필요한데 윤 대통령은 검사로서 밀실에 있다가 바로 광장으로 나온 최초의 사례”라며 “피아를 구분해 상대를 공격하고 제압하는 방식의 말하기는 ‘광장의 언어’가 아닌 ‘밀실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 관련 메시지에서는 ‘피아 구분’이 도드라진다는 특징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를 보면 미국(208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말의 뼈대(명사·형용사·부사·동사 등 주요 품사만 추출, 이하 단어로 통칭) 중 133번째였다. 이어 우크라이나(146회), 영국(133회), 일본(132회), 네덜란드(130회), 베트남(127회) 순이었다. 중국이 언급된 횟수는 21회(1437번째)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문 전 대통령이 중국을 각각 201회(123번째), 84회(142번째), 220회(130번째) 언급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중국 국가주석인 시진핑은 2회 등장에 그쳤다. 반면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63회, 일본 총리 기시다가 54회,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11회 나왔다.

윤 대통령 메시지에 북한은 361회(59번째) 언급돼 같은 기간 이 전 대통령(248회·90번째)보다 많았다. 반면 문 전 대통령(541회·40번째)과 박 전 대통령(312회·19번째)보다는 적었다. 윤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말하지 않았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동맹 강화와 미·중 경쟁 속 미국과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싫지만 중요한 나라’라는 게 국내 여론”이라며 “싫다고 관계를 끊는 게 아니라 싫은 나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외교적 과제”라고 말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할수록 외면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말’ 어떻게 분석했나…형태소 추출, 연관도 계산[윤 대통령 2년 메시지 대해부]윤석열 대통령의 2년 치 메시지 분석은 형태소 추출에서 출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주)바이칼에이아이가 뉴스 기사를 토대로 공동 개발한 형태소 분석기 ‘바른’을 사용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5080600131

메시지 전달 ‘방식’ 아닌 메시지 ‘내용’도 달라질까[윤 대통령 2년 메시지 대해부]지난달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투표자 절반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했다는 해석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508060011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0869 중앙지검 1차장 박승환·4차장 조상원…'김여사 수사' 부장 유임(종합)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8 ‘회계 조작’ 오스템임플란트, 금융위로부터 과징금 15억 부과받아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7 김호중 모교에 설치된 ‘트바로티 집’ 현판 철거…‘김호중 소리길’ 철거 민원도 잇따라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6 "가해자 얼굴 깠다고 유죄?" 5년간 다툰 기자, 결국‥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5 “벌써 14번째”… 尹, 전세사기법 등에 또 거부권 행사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4 흔들리는 반도체 ‘초격차’…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선언까지 ‘첩첩산중’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3 [속보] '김건희 사건 담당' 중앙지검 형사1부장·반부패2부장 유임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2 "남의 차 박고 어딜 가요!" 항의하자 그냥 매달고‥'경악'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1 대통령실, 임성근 혐의 빼려 ‘사단장 하루 휴가’ 직접 챙겼나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60 "대학 때도 XXXX로 유명"…'얼차려' 중대장 도넘은 신상털기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9 [단독] 또 김계환이... 'VIP 격노설' 들은 세 번째 내부자 있었다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8 윤, 전세사기법·민주유공자법 등 거부권 행사…취임 뒤 14건째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7 "집에서 왜 이런 게 나와?" 피해자들 11억 '피눈물'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6 생활고 심했나…의협 '전공의 100만원 지원'에 2900명 신청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5 [단독] 민주당, 22대 제1호 법안 '채상병 특검법'에 '공수처 수사 외압'도 포함키로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4 윤 대통령, 전세사기특별법 등 무더기 거부권... 취임 후 14번째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3 “저도 속았습니다” 충주 사과 논란 키운 충주맨의 사과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2 서울 도심서도 ‘대남 오물 전단’ 발견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1 [속보] ‘김여사 사건 담당’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반부패2부장 유임 new 랭크뉴스 2024.05.29
40850 “충주맨도 속았다”… 金사과 미국에선 반값, 왜? new 랭크뉴스 202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