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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가정 배출 폐플라스틱 78%가 식품 포장재
다회용기 배달 시 탄소중립포인트 1,000원
'제로식당' '야구장 다회용기' 도입한 서울시

편집자주

기후위기가 심각한 건 알겠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친환경 행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열받은 지구를 식힐 효과적인 솔루션을 찾는 당신을 위해 바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을 엄선해 소개합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진행된 '식판 데이(Day)' 참가자가 일회용품 포장재 대신 다회용기인 스테인리스 식판에 떡볶이와 튀김 등을 담아 들어 보이고 있습니다. 박시몬 기자


"왜 거기(식판)에다 담는 거래?"

"쓰레기 안 만들고 먹으려고요!"


"아, 맞네 맞네. 누가 그렇게 머리를 잘 썼어. 그 옆에는 뭘로 채울 거래? 재밌겠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는 학창 시절 급식실에서 보던 '스테인리스 식판'이 등장했습니다. 여럿이 떡볶이, 튀김, 닭강정 등 시장 먹거리를 식판에 담아 들고 다니니 한 분식집 앞에서 지켜보던 어르신이 호기심 반 기특함 반 담아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이날 행사는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과 고쳐서 다시 쓰기 문화를 전파 중인 '수리상점 곰손'이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같은 달 18~28일 시범 운영한
식판 데이(Day) 첫날
이었어요. 여러 맛집들로 유명한 망원시장에는 내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그만큼 일회용품도 범람하죠.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다회용기인 식판을 써보자는 거였어요.

지난달 18일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용기내 캠페인'이 열린 망원시장에서 정주희(앞줄 왼쪽) 기후캐스터가 식판을 들고 서 있는 모습. 그 뒤를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날 시장을 찾은 많은 이는 "식판 괜찮네" "재밌겠는데"라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시몬 기자


①1,000원을 내고 식판을 빌려 ②시장 곳곳을 돌면서 원하는 음식으로 채우고 ③곰손에 돌아와 맛있게 먹으면 끝. 보통 1인분은 4,000~5,000원어치가 기본이라 양이 많은데,
행사에 참여한 가게들은 소량으로도 팔아서 여러 음식을 맛보는 장점
이 있었죠. ④다 먹은 뒤 설거지는 곰손이 맡았습니다.

직접 참여해 보니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식사량이 적은 '소식러'지만 이것저것 먹을 수 있어 좋더군요. 다만 중요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바로
잔반 남기면 벌금 1만 원
!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행사 취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는 뜻이었죠.

'폐플라스틱 대란'에서 시작된 용기내 챌린지

식판 데이가 열린 지난달 18일 망원시장 인근의 수리상점 곰손 벽에 게시된 '용기내 챌린지' 안내문. 이날 행사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된 두 가지가 있었는데, 일회용품 사용과 잔반 남기기입니다.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의 캠페이너(알짜) 나연씨는 "정말로 음식 남기면 1만 원 벌금으로 받습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박시몬 기자


용기내 캠페인, 용기내 챌린지
라는 말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무심코 쓰게 되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집에 있는 다회용 용기(容器·그릇)를 이용해 가게에서 음식을 포장하자는 운동입니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것처럼요. 기업들에 '용기(勇氣)' 있는 플라스틱 감축 실천을 요구하는 뜻도 담겼고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이 캠페인을 시작한 2020년 4월은 사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시기였어요. 한국도 당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 음식 이용량이 2019년 대비 75.1% 급증했고, 택배 이용량도 19.8% 늘었죠. 덩달아
폐플라스틱은 14.6%, 폐비닐도 11.0% 증가
(환경부 2020년 통계)
했고요.
가히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정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8.1%가 식품 포장재
(그린피스 2021)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써 보자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왔던 것이죠.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2월 음식 배달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폐기물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주문한 음식 10종(2인 세트)의 포장재들. 왼쪽부터 돈가스, 치킨, 곱창, 후식(팬케이크와 커피), 초밥, 중식(탕수육과 면), 족발, 분식(떡볶이와 튀김), 한식(김치찌개와 불고기), 피자. 배달 음식들에서는 평균 9.7개의 일회용 쓰레기와 6.2개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왔습니다. 기후대응팀·현유리 PD


환경 유튜브 '쓰레기 왕국'을 운영하는 1998년생 동갑내기 친구 안파카와 맹스터(이상 활동명·26)씨도 팬데믹 때 처음 문제의식을 느끼고 '용기 내'기 시작했다고 해요. 맹스터씨는 "
한창 배달
음식 이용이 급증할 때 한 끼만 시켜도 쓰레기가 너무 많이 생겨 고민했는데,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 집에 있는 냄비를 들고 가 사골국, 감자탕, 찜 같은 것을 포장해 온 기억이 났다"고 했어요.

이날 식판 데이에 참여한 '기후캐스터' 정주희(37)씨는
가방에서 접이식 다회용기를 꺼내 남은 음식을 담으시더군요.
"과거의 저였다면 이런 모습을 보고 '유난이다'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기후위기, 환경문제에 눈뜨고 나니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사용은 줄이고, 물건을 살 때도 꼭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의무감 때문에만 실천하는 건 아니에요. 요즘에는 다회용기를 쓰면 할인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텀블러 안 쓰면 아깝다 싶죠(웃음)."

'용기 내'는 한 명이 1년에 4㎏ 감축...공공 역할 중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10월 1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재활용쓰레기처리장 모습. 당시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 음식 등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재활용 폐기물도 급증했습니다. 코리아타임스 자료사진


그린피스에 따르면
배달 대신 재사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면 한 사람이 1년간 4㎏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고 해요. 다만 유의미한 일회용품 감축이 이뤄지려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정씨가 말한 '텀블러 할인'처럼 정부나 기업 차원의 인센티브가 더 많아져야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겠죠.

'우리가 몰랐던 기후행동' 1회차 기사에서 소개한 환경부의 탄소중립포인트 제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텀블러 이용 시 개당 300원, 배달 음식 다회용기 이용 시 회당 1,000원의 포인트가 적립되는데, 아직까지 다회용기 포장은 텀블러에 비해 참여도가 낮아요.

그래서 공공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는 배달앱 3사와 협업해 다회용기에 배달하는 '제로식당' 서비스를 15개 자치구에서 운영 중이에요.
빈 그릇을 회수했던 옛날 중국음식점의 배달처럼요. 추가 비용 부담은 없습니다. 앱 주문 시 '다회용기에 담아주세요'를 선택하고, 먹고 난 뒤 큐알(QR)코드로 반납 신청을 하고 집 앞에 내놓으면 끝!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지난해 다회용기 배달이 약 10만 건이었는데,
식당 입장에서는 꾸준히 주문이 들어와야 참여할 수 있다 보니 더 많은 분께서 다회용기를 이용해 주시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6년까지 25개 전 자치구 다회용기 배달 확대가 목표라고 해요.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잠실야구장 38개 식음료 매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에만 플라스틱 폐기물 24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네요.

망원시장 남경반찬의 사장 이복수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어요. 십수 년 전에는 일회용 비닐봉지 유상 판매 원칙을 두고 손님들과 자주 다투기도 하셨다네요. 그래도 최근에는 폐기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깐깐한' 그를 좋아하는 손님도 많아졌대요. 이씨는 "손님이 다회용기,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우리가 선물을 준다. 마포구청에서 종량제 봉투를 지원해 준다"고 하셨습니다. 박시몬 기자


이번 망원시장 식판 데이 참여 가게 중 한 곳인 '남경반찬' 사장님 이복수(74)씨는 오래전부터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에 음식을 담아주거나, 손님들에게 먼저 다회용기 사용을 장려하는 등 '쓰레기 줄이기'에 진심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만난 김에 "왜 그렇게 열심이시냐"고 물었어요.

"
우리가 먹는 미세 플라스틱이 연간 10만 개라잖아요. 매주 신용카드 한 장씩 먹는다고!
내가 일흔 넘었는데 얼마나 더 살겠다고 이러겠어. 후손들을 위해서 뭐라도 하는 거지." 결국 버린 만큼 우리에게, 다음 세대에 돌아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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