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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주택 불황에 DC 신사업 확대
저가 수주 없고 안정적…수익성 높아
지난해 9월 준공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경 사진=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넘어 건설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늘고 있던 데이터센터(DC) 시장이 더 가파른 성장 국면에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불황으로 인해 관련 수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선회한 건설사 입장에선 호재다. 2022년 하반기부터 고금리 여파가 시장을 휩쓸었고, 대형 건설사들은 토목·플랜트 등 기업이나 정부 발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전략은 주택 매출이 감소하며 발생하는 실적의 공백을 메우는 한편, 단순 건축공사 대비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금리 상승으로 인해 공사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건설사 간 출혈경쟁은 기피하는 분위기다.

DC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이 같은 흐름에 부합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택사업과 달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없는 동시에 특화된 시공 역량이 필요한 만큼 아직까지 저가 수주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커지는 DC시장, 해외 수주도 기대
지난 몇 년 사이 국내 DC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0년 KT 강남 IDC센터 화재 이후에도 2022년에는 카카오 DC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존에 대형 DC를 보유한 사용 업체들도 DC 다중화에 힘쓰는 추세가 지속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안산에 신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조성을 마친 바 있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 수요 또한 늘면서 필요한 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증가한 데이터 사용량은 엔데믹 이후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의 등장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신규 개발되는 DC 상당수는 서버 10만 대를 수용하는 ‘하이퍼스케일 DC’로 세워진다.

데이터센터에너지효율협회(KDCEA)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DC는 2023년 40개에서 2027년 74개로 두 배 가까이 늘 전망이다. DC 용량 역시 매년 36%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DC 1곳을 건축하는 비용이 5000억~6000억원 수준이므로 약 3년간 20조원 규모에 가까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부동산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등도 DC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건축허가를 받은 주요 DC 프로젝트 중 ‘안산 글로벌 메타 데이터센터’는 신영이, ‘코람코 시화 데이터센터’는 코람코자산운용이 개발한다. 수년간 과잉공급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공실률 13.1%를 기록하고 있는 물류센터 시장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해외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해저 광케이블 요충지로서 아시아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하던 싱가포르가 전력 소비와 환경 문제로 신규 DC 공급에 대한 규제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른 아태 국가에 DC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길은 ‘고부가가치 B2B’
게다가 DC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 몇 남지 않은 고부가가치 사업에 속한다. 현재로선 특수건축물인 DC 시공을 맡길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진, 방재 설계 검토와 함께 기기에 발생하는 온도를 낮추고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냉각시스템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공종 관리는 물론 시운전까지 맡게 된다.

발주처들은 공사비를 절감하기보다 시공 역량 및 준공실적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일을 맡기게 된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편에서다. 즉 DC시장만큼은 저가 수주 경쟁이 아직까지 본격화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은 앞다퉈 DC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공, 운영은 물론 이제 자체적으로 개발에 참여하며 ‘DC 디벨로퍼’로 거듭나고 있다.

안양 호계동 '에포크 안양 센터' 준공식에서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국내 건설사 중 DC 시공 및 수주실적이 가장 많은 곳은 GS건설과 (주)한화 건설부문(옛 한화건설)이다. 일찌감치 DC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신사업으로 낙점한 결과다. GS건설은 총 연면적(40만㎡) 규모에서, 한화는 프로젝트 수에서 앞선다. 지금까지 GS건설은 10곳, (주)한화 건설부문은 11곳의 DC를 준공 또는 수주했다.

전통 강자 GS건설은 올해 1월 연면적 3만3710㎡ 규모 ‘에포크안양센터’를 준공했다. 준공식에는 GS건설의 얼굴이자 신사업을 이끌고 있는 허윤홍 사장도 직접 참석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하이퍼스케일 DC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는 GS건설이 상업용부동산 투자 전문 사모펀드인 액티스와 공동투자 형태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바 있다. 2021년 설립한 DC 전문 자회사 디씨브릿지 역시 운영에 참여한다.

한화는 2004년 KT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지난해 ‘안산 카카오 데이터센터’, 2022년 ‘동탄 삼성SDS HPC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는 등 DC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고양 삼송 이지스 데이터센터’도 공사 중이다.

올해 착공한 창원 IDC 클러스터사업에선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LG CNS, 안다자산운용과 사업협약을 통해 기획 및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개발에 본격 참여하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 DC 수요가 높지만 전력난과 주변 민원 문제로 전력량에 여유가 있는 지방 DC 개발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추세다. 전남 해남군도 보성군과 공동개발한 친환경 스마트도시 ‘솔라시도’에 DC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파이가 커진 만큼 경쟁사도 늘고 있어 지금 같은 수익성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네이버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준공하며 수주 역량을 입증했다. 이 시설은 네이버의 첫 DC인 ‘각 춘천’의 6배인 연면적 29만3963㎡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주)대림과 SK에코플랜트는 각각 서울 금천구 가산동과 인천 부평구에 자체 D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과 협업을 통해 서버를 직접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식히는 액침냉각 기술을 개발하는 등 수주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업을 추가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월 통영천연가스발전소 내 부지 등 자체 보유한 부지에 DC를 개발하는 등 관련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DC 입찰에선 공사비가 주요 변수가 아니었으며 발주처에서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풍부한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건설사에 공사를 맡기는 분위기”라면서도 “주택경기 불황으로 인해 DC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고 있어 앞으로도 저가 수주경쟁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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