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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설립된 미국 브랜드, 스텔스 럭셔리 트렌드 대표 브랜드
신세계인터내셔날, 국내 독점 유통 계약 맺고 단독 매장 열어
전 제품 인기…공급이 수요 못따라가 현장 구매도 어려워
신세계 강남점 더로우 매장. (사진=최수진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블랙핑크 제니가 들고, 미국 유명 모델 켄달 제너가 사랑하는 브랜드.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겉으로 보이는 로고조차 없는 가방. 패션쇼에서 카메라 촬영까지 금지시킨 신비주의. 그럼에도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명품. 미국의 럭셔리 브랜드 ‘더로우(THE ROW)’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럽에서 탄생한 것도 아닌 데다가 디자이너는 할리우드 아역 배우 출신이다. 명품이 될 수 없는 조건에도 ‘2030세대의 에르메스’로 불릴 정도로 고급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도 지난 3월 매장이 들어섰지만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인기다. 팔 것도 없다…대기 수요만 한가득더로우의 인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패션업계를 장악한 ‘스텔스 럭셔리’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수요가 늘어났다. 스텔스 럭셔리는 상표가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의류 안감을 보거나 가방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브랜드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 대신 높은 가격대와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제품의 가치를 나타낸다.

마고백, 테라스백 등 더로우 스테디셀러 제품의 가격대는 300만~600만원대이며 일부 제품은 1000만원 가까이 한다. 고가의 제품에도 로고가 없어 패션 또는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

더로우의 특징은 ‘미니멀리즘’이다. 대부분의 제품은 무채색으로 나오며 디자인은 단순하다. 어떤 장소에 들고 가도(입고 가도) 조화로울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했다. 더로우는 ‘모든 연령대의 지적인 여성을 위한 제품’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충성도 높은 고객을 모으고 있다. 패션전문지 보그는 “더로우는 절제되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의 전형이 됐다”며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고 독특하다. 더로우는 ‘머스트해브’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더로우의 미국 내 검색량(최대 검색 빈도 100 기준)은 2019년 초 9~10에서 올해 87~89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검색량이 20대에서 80 이상으로 뛰었다.

높은 인기에 최근 한국에도 매장이 생겼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3월 2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3층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에도 더로우와 계약을 맺고 2년간 주요 제품을 국내에 팔았다.

인기는 상당했다. 오픈런은 기본이며 주말에는 최소 1시간 이상 대기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명품 수요가 꺾이면서 대부분의 명품 매장들은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지만 더로우는 달랐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기 없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구매 가능한 제품은 많지 않다. 특히 가방류는 현재는 재고도 없는 상태다. 들여온 제품 대다수가 오픈 직후 완판돼 매장에 비치할 제품조차 없을 정도로 인기다. 실제 최근 매장에는 앤지, 소피아 등 미니백과 빈들3 숄더백이 전부였다. 이들 제품 역시 바로 구매는 어렵다. 더로우 매장 관계자는 “인기가 많아서 대부분의 가방 라인은 다 판매됐다”며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대기자도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더로우는 20년 가까이 클래식에 들어가기 위해 애써왔다”며 “높은 인지도를 누리면서도 미디어 노출은 최소화하고 있다. 브랜드화라는 측면에서 상징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카라 근처에 달린 작은 네이밍 테이프 정도가 더로우 로고의 전부”라고 전했다. 고급 이미지, 어떻게 얻었나더로우는 ‘명품’으로 성공할 수 없는 조건들이 가득하다. 비교적 부족한 헤리티지(유산), 탄생 지역, 창립자의 직업 등이다.

우선, 명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헤리티지’다. 소비자들이 고가에도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는 헤리티지로,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1837년), 샤넬(1910년) 등은 이미 100년도 넘은 브랜드다. 반면 더로우는 2006년 만들어진 신생 브랜드다. 올해가 설립 18주년이다. 기존 명품에 비해 브랜드의 전통 또는 역사를 만들어온 기간이 짧다.

헤리티지를 쌓는 조건 중에는 ‘지역’도 포함된다. 현재 명품으로 평가받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유럽에서 만들어졌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등은 ‘패션의 도시’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높다. 유럽의 브랜드들은 과거 유럽 각국의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영국 대표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1900년대 초반부터 왕실과 근위대 장교의 정규 복장으로 지정돼 오랜 기간 왕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영국 왕실은 ‘로열 워런트’ 제도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데 버버리가 그 인증을 받았다. 벨기에 대표 명품인 델보 역시 1883년 벨기에 왕실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2026년이 돼야 독립 250주년을 맞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 브랜드가 유럽 브랜드에 비해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에 창업자는 연예인으로, 디자이너로서 전문 과정을 밟지 않았다. 더로우는 2006년 애슐리 올슨과 메리케이트 올슨이 설립한 브랜드다. 이들은 생후 6개월부터 미국 시트콤 ‘풀하우스’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은 아역배우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다. 이 때문에 설립 초기에는 디자인보다는 ‘과하게 비싼 연예인 브랜드’로 인식되기도 했다. 올슨 자매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2012년 배우 활동을 중단했고 미디어 노출도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더로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타이밍,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고품질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스텔스 럭셔리’ 트렌드는 더로우의 상황을 반전시켰다. 2020년 초 WWD 등 유명 패션매체들은 더로우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매출 타격을 입었고 해고, 남성복 라인 축소 등을 단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더로우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패션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20년 1분기에만 글로벌 패션 기업의 평균 시가총액이 40% 감소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바이어들의 오더 취소, 신규 오더 급감, 대금결제 지연 등의 문제도 발생했다.

그러나 스텔스 럭셔리로 인해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더로우는 창립 초기부터 ‘절제된 럭셔리’를 강조해왔다. 더로우라는 브랜드 명은 맞춤 양복점이 모여 있는 영국 런던의 ‘새빌 로우(Savile Row)’에서 따온 것으로, 최고급 의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 가디언은 “더로우는 패션 언어를 잘 사용한다”며 “고급스럽고 절제되고 미니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디자인과 품질은 2010년대 들어 업계에서도 인정받았다. 2012년과 2015년에는 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받았다. 2012년 수상 당시 올슨 자매의 나이는 26세로 역대 최연소 수상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서는 에르메스를 대체할 신명품 브랜드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보그는 “유명한 여성들은 수십 년 동안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용해왔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버킨 신봉자인 메리케이트, 애슐리 올슨이 만든 더로우가 패션계를 휩쓸고 있다. 특히 더로우의 마고백은 헐렁한 형태에 로고조차 없지만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고 전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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