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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 ELS 불완전판매 사례 확인됐는데도 뭉그적
관련 이사회도 없어... 금감원 분조위·제재심 이후 논의할 듯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한 정황이 적발된 은행권은 배상에 착수했지만, 증권사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은 예·적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과 판매 환경이 달라 불완전판매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은행과 달리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여러 증권사의 판매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포착된 바 있어 증권사도 본격적인 배상 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뉴스1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KB·NH투자증권에서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배상을 받은 고객은 없다. 위 증권사는 지난 1월 금감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회사로, 이들의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이다.

증권업계와 달리 은행권은 배상에 착수했다.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은 현재 배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은 일찍이 3월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소수지만 일부 은행 고객은 판매사로부터 배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 공개된 사업보고서만 봐도 증권사와 은행의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우발부채 항목에 “ELS와 관련한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이며 검사 결과에 따른 조치 요구사항은 현재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고객에게 돈을 물어줘야 해 우발적인 부채가 추가로 적립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반면 7곳의 증권사 중 이런 투자자 경고성 문구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곳은 없었다.

증권사들이 뭉그적거리는 이유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불완전판매 행위가 거의 없었다고 보고 있어서다. 증권사 특성상 영업점 직원의 권유보다 고객이 스스로 스마트폰 증권사 앱(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ELS를 매입한 경우가 많다. 고객이 영업점에서 ELS에 가입했더라도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통상 은행 직원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은 없다’는 식의 설명을 하지 않는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파는 상품 중 원금 보장형은 존재하지 않아서다.

그러나 증권사의 주장처럼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리지 않는 것만 불완전판매는 아니라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투자자 성향보다 더 위험한 상품을 권유한 것 역시 불완전판매로, 이런 사례는 복수의 증권사에서 적발됐다. 증권사는 상품을 권유하기 전에 해당 고객의 성향 분석을 해야 하는데,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은 이때 투자자의 재산 상황에 대한 확인을 빠뜨렸다.

B증권사는 원금 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에게도 자산 규모, 소득 수준 등 다른 항목의 평가 결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ELS 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했다. ELS는 최대 전액 손실이 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C증권사는 고령의 투자자에게 ELS를 판매하면서 고객의 컴퓨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접속해 고객 대신 가입 절차를 진행했다. 실제로는 직원의 권유에 의해 고객이 가입했으나, 증권사 내부에서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으로 가입한 건으로 분류된 사례다.

지난 3월 금감원은 증권사에 개별 투자자에 대한 판매원칙 위반이 확인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위반 사항에 따라 20~40%의 배상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어떤 증권사도 투자자와 사적 화해하지 않으면서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은 공허한 메시지가 됐다.

증권사들은 오는 13일 열리는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과를 보고 배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분조위는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의 대표 사례를 하나씩 정해 구체적인 배상 비율을 확정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분조위와 제재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라 배상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를 주장한 일부 고객 또한 녹취록 확인 결과 ‘손실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당연히 배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그 과정에서 따져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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